홍성 노해원님_#4.반축반X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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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해원
충남 홍성에서 귀촌생활 중ㅣ세 아이의 엄마ㅣ여자 축구팀 '반반FC'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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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반축반X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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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바람

내가 지금 뛰고 있는 팀 ‘반반FC’는 면 단위 작은 마을에 생겨난 여성 축구팀이다. 2021년 여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2년쯤 되어간다. 우리 팀의 가장 큰 특징은 팀 훈련도 팀원들의 생활 반경도 모두 30분 안팎에서 해결된다는 거다. 주 경쟁상대로는 고등학교 여자축구부와 초등학교 축구부, 그리고 족구팀 아저씨들로 대부분 비슷한 생활반경 안에 있는 동네 사람들이다. 이들과의 매치가 우리 팀의 가장 큰 행사이자 재미다.

 

이렇게 동네 사람들과 하는 축구는 경기 후 공공장소에서 마주쳤을 때 주고받는 인사가 특징적이다. 뜨거운 경기를 했을 때와 차갑게 식어 있는 일상 사이의 커다란 갭 속에서 주고받는 인사란. 정말 뻘쭘하고 어색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나는 내 자식의 친구와도 치고받으며 경기 하는 실정이니 그들과 마주쳤을 때 그 복잡 미묘한 심경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 팀 이름 ‘반반FC’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어물쩍거리게 되는데 사실 별다른 의미를 두고 있진 않기 때문이다. 한창 팀 이름을 정하고 있을 때였다. 몇 주 동안 뚜렷한 이름이 정해지지 않아 고민하고 있던 차에 팀원 중 한 사람이 강아지를 데려왔고 그 강아지 이름이 ‘반반’이었다. 그 이름을 듣고 코치님이 “우리 팀 이름도 ‘반반’으로 하는 거 어때요?”라고 제안했고 다들 별 의견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팀 이름이 정해졌다. 만약 그때 온 강아지 이름이 ‘바둑이’라던가 ‘방울이’었다면 ‘바둑이FC’나 ‘방울이FC’가 됐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그래도 코치님은 남의 집 강아지 이름을 가져온 것이 마음에 좀 걸렸는지 그날 밤 이런 문자를 남겼다.

 

📱"팀 이름 '반반'의 의미를 더 찾아보면 좋을 듯 합니다. 가령 ‘팀에 마스코트가 있는데 갑자기 반반을 팀의 마스코트로 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반반과 함께하는 반반 축구팀 사랑을 주고받고 보살피고 이런 과정을 운동과 함께하자는 의미... 너무 복잡한가요ㅎ 갑자기 스치듯 생각이 들어서 꺼내 보았습니다^^"

 

읽고 나니 왜 반반이 되었는지는 더욱 모르겠다. 하지만 코치님 특유의 화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또 웃음이 났다. 우리 코치님에게는 두 가지 화법이 있다. 하나는 ‘무슨 말인지 대략은 알겠지만, 정확히는 모르겠는’ 화법이고, 또 하나는 ‘장황하게 이야기하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화법이다. 어찌 됐든 말이 끝나면 머리 위에 물음표 하나가 생기는 화법인데, 요즘 팀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대화법을 코치님의 이름을 따와 ‘*웅 화법’이라 부른다. 처음에는 마지막에 남는 그 물음표 때문에 재차 물어서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얼추 익숙해진 팀원들이 대신 요약 정리를 해주거나 대충 알아듣고 알아서 움직인다.

 

별다른 의미 없이 만들어진 이름이지만 나는 속으로 혼자만의 의미를 만들어 두었다. ‘일상 반, 축구 반’ 일상만 유지하다 축구를 잊어버리거나 축구에만 빠져 일상을 해치지 않고 반반씩 균형을 잘 이루는 것. 그것이 내가 축구인(?)이자 생활인으로서 축구와 나를 오래오래 사랑하며 지낼 힘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농반X'라는 말이 있듯이 나에게는 이제 '반축반X'의 삶이 시작된 샘이다.

 

그러나 내가 그 균형을 잘 이루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올해는 축구와 글쓰기만 하겠어!'라고 다짐하고는 일주일에 세 번 축구를 가고 한 달에 한 번 축구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당찬 포부와는 달리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는 이 상황이 좀 우습다. 준비하던 대회가 끝나 이제 다시 일주일에 한 번 축구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축구하는 날은 나에게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다. 무엇보다 같이 훈련하고 같이 기뻐하고 같이 분해하던 그 순간들이 쌓여 우정이 싹트고 추억이 되었다. ‘더 이상 관계 속에서 나를 들어내기 싫어’ ‘혼자가 최고야’ 하며 숨으려고만 했던 내가 "우리는 함께 여야 해" "우리 팀이 최고야!"를 외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정확하고 섬세한 관계는 아니지만 둥글고 뭉툭한 관계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 우정에 기대어 부끄러운 플레이를 하고 부끄러운 인성을 들켜 머리를 쥐어뜯어도 발걸음은 다시 운동장을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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