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친구_부안의 나연X성태님





+시골의 가치와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을 소개하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통해 시골 생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안녕시골은 그걸 '시골친구'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전국 방방곡곡 시골친구를 직접 만나 나눈 이런 저런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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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x성태 with 에디터 야채

'부아느로' 기획&운영 | '시고르청춘' 크루 | '시고르잡화점' 주인장

인스타그램 @sigor.life/ @colorful.trip.to.buan

 

KTX를 타고 익산역으로, 거기서 시외버스를 타고 오전 11시가 조금 넘어 부안에 도착했다. 약속 시간은 오후 2시였지만, 선택지 없는 버스 시간에 맞추다 보니 일찍 도착하게 되었다. 슬슬 배도 고파져 검색 끝에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가려고 버스 정류장으로 갔는데, 이럴 수가, 버스 도착을 알려주는 전광판은 없고, 있는 건 정류장 벽에 붙어있는 버스 운행 시간표. 초행길이었던 나는 시간표를 이리저리 보면서 버스를 기다렸고, 30분 후 결국 버스 타기를 포기하고 걸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브런치를 먹고 인터뷰 장소로 이동했다. 걷다 보니 학교 앞 참새 간판이 있는 아기자기 굿즈샵이 나타났고, 취향 저격인 장소에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시골친구의 세상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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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각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나: 안녕하세요! 부안에 사는 모험가 윤나연입니다. 별명은 모아나예요. 모험을 좋아해서😆


성: 저는 시고르청춘으로 활동하고 있는 옥성태라고 하고요. 성이 특이해서 보통 옥님이라고 많이 불러주세요. 지금은 부안에서 재밌게 놀고 일하고 그러고 있어요.


🌱두 분이 어떻게 함께 활동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나: 제가 부안에서 마을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퍼실리테이션 교육을 갔는데, 같은 조였어요. 그때 저는 마을 활동가였고 성태님은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원이어서 서로 계속 교류를 하다가 2021년 겨울에 성태님을 시고르청춘 크루로 영입하고 본격적으로 같이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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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두 분 말고 <시고르청춘>에 다른 멤버들도 있나요?
나: 디자이너 현영님, 영상 편집자 현준님이 있어요. 사실 제가 부안에 부모님이 귀촌하셔서 같이 강제 귀촌했거든요. 어떻게 하면 여기서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나가면서 살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사람들을 좀 많이 만나보려고 농업기술센터에 취직 했는데 그때 현영님, 현준님을 만났어요. 셋이 같이 감자 조직배양하다가 창업이나 이런 재밌는 일들을 기획 해볼래라는 제안을 제가 했었고, 그때부터 조금씩 활동하다가 체계화가 된 게 시고르청춘이예요.


🌱우와! 크루 결성 과정이 흥미롭네요. 그러면 <시고르청춘>은 어떤 재미난 일을 하시나요?

나: 이미 있는 것들을 연결해서 새로운 걸 만드는 일을 원래 좋아했는데, 시골이 오히려 그 일을 펼쳐나가기에 적합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착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근데 시골을 무시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주변에서 하다 보니까 ‘시골도 영감 되게 많은데, 시골도 되게 멋진 곳인데’라는 걸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저희가 찾은 부안의 보물들, 영감들을 영상으로 만들다가 각자의 장기를 살려서 굿즈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잡화점까지 열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어떤 일을 하냐면요...


성: 시고르청춘은 한 마디로 저희가 발견한 보물을 저희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실험실입니다. 저희 영상 보면 아시겠지만 정말 쓸데없는 곳 가서 찍고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부안에 좀 알려지지 않은 그런 아름다운 곳들이 많다. 그래서 곳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다니고 그걸 굿즈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내년까지 부안에 있는 모든 면을 굿즈로 브랜딩을 하는 게 목표예요. 지금 줄포면, 부안면, 부안읍 3개 정도 했고 다음은 변산면을 기획하고 있는데, 이걸 통해 좀 더 부안이 다채롭다는 걸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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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시고르잡화점>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영상 보니까 공간을 직접 만드셨더라고요!
나: 참새가 돌아다니면서 곡식을 이렇게 모으잖아요. 참새처럼 이 공간이 부안의 보물들을 모아두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 하면서 만들게 되었어요! 그리고 여기를 열고 나니까 예상외의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는데요. 원래 이런 활동에 관심이 없었는데 여기 뭐예요 하고 오셔서 이런 삶의 범주도 있다는 걸 알아가는 대학생 친구들도 있었고, 또 앞에 학교들이 되게 많아요. 중학교 1학년 남자인 친구가 와서 부안에 이렇게 힙한 곳이 생겨서 되게 좋다고 하면서 맨날 놀러 와서 엄마 선물을 여기서 사가더라고요.

성: 그 친구 하루에 한 번 옵니다. (진짜요?) 하교 스팟이에요! 하굣길에 무조건 들러서 인사를 꼭 하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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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뭔가 참새들이 모이는 그런 공간이 되어가고 있네요.
나: 맞아요! 또 특이했던 친구는 중학교 2학년인데, 새를 너무 좋아하는 친구예요. 그래서 매일 탐조를 나가고 시골을 좋아하는 이유가 새가 많아서래요. 근데 여기 간판이 새라서 그 친구가 관심 있게 계속 보다가 오픈 후 와보니 이렇게 새 일러스트가 가득해서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그리고 저희가 면 단위 에디션을 할 때 영감 여행을 가는데, 그때마다 탐조 카메라를 들고 같이 가요😁


🌱<시고르청춘> 말고도 <부아느로> 활동도 하고 계시잖아요. ‘청년과 농부, 지역 주민들이 모여 만드는 여행 플랫폼이라는 소개가 인상적이더라고요! 이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거예요?
나: 처음에는 현준님이랑 같이 뽕잎 닭가슴살 창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뽕잎을 구하려고 오디 농장에 갔는데, 거기 대표님이 이 지역에서 활동을 열심히 하고 계셨던 분이었던 거에요. 그 대표님이 같이하자고 먼저 제의를 하셨는데, 그때 첫 활동이 주민분들하고 지역자원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었어요. 관광객분들이 채석강이나 유명한 관광지들만 가시니까 그런 관광지와 농가를 어떻게 하면 연결할 수 있는지 의견 수렴을 하다가 이제 심화가 된 게 <부아느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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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부아느로> 프로그램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지, 참여하시는 분들의 반응은 어떤지 제일 궁금해요!
나: 부아느로에 다섯 가지 투어 컨셉이 있어요. 레드는 로컬푸드, 옐로우는 마을의 정과 역사, 그린은 산을 중심으로 한 에코 투어리즘, 그다음 블루는 바다 중심 환경, 퍼플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여행이에요.
작년에 저희가 처음으로 블루투어를 했는데, 홍길동전의 이상국이 부안의 위도라는 섬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전설이 있어요. 그래서 이 전설을 바탕으로 트렌드였던 액티비티한 체험과 방 탈출을 엮어 섬 안에서 전기스쿠터를 타고 방 탈출을 하는 여행을 만들었어요. 기획할 때 섬 주민분들을 다 만나면서 어떤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는지 계속 조사하고 다니다 보니 힘들긴 했는데, 노력한 만큼 참여하신 분들의 반응이 제일 좋더라고요! 또 지역의 자원들을 다양하게 엮다 보니까 그동안 몰랐던 지역의 이야기들을 좀 깊게 알게 되어서 이 여행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성: 저는 올해부터 참여했는데, 몰랐던 부안의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알게 되어서 너무 좋았어요. 사실 이제 부안에서 한 2, 3년 있다 보니까 부안이 저한테는 그냥 당연하고 평범한 느낌이 들었는데, 참여하시는 분들이 진짜 너무 좋다 이런 반응을 해주시고 너무 재밌다 하면서 즐겁게 노시는 거예요. 또 최근에 건국대 학생들이 부안에 와서 저희가 부안의 자연환경이나 아름다운 것들을 이렇게 소개해 줬는데 되게 좋아하는 거예요. 이제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제가 처음 부안에 와서 느꼈던 감정들을 그 친구들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어서 되게 좋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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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시는데, 두 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성: 저는 재미를 추구하는 편이에요. 뭔가 좀 흥미가 생기는 걸 되게 중요시 생각해서 이런 여행 기획을 하거나 시고르청춘 활동할 때도 우리가 즐겨야 남들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나: 저는 이걸 왜 하는지를 항상 깊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 제가 혼자 기획할 때는 살짝 재미가 없게 되는데, 거기서 성태님이 재미있는 요소들을 추가해 주시면 좋아지더라고요. 함께 기획하면서 마이너스와 플러스를 맞춰나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생각하는 건 기획이라는 게 항상 새로울 수만은 없으니까 이미 있는 것들을 어떻게 하면 창의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 그걸 좀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희만의 색깔로 연결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거니까 그런 연결 지점들을 새롭게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요즘 지역에서 뭔가 활동하고 싶은 청년들이 많이 있는데, 그분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성: 저는 전주시에서 태어나고 계속 자랐는데, 대학 졸업할 때 만해도 이제 시 밑 단위 지역으로 가는 건 내가 실패해서인가?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부안에서 계속 일을 하고 시고르청춘 활동을 하다 보니까 풀밭과 논밭에서도 되게 큰 사업들이 있고 되게 큰 상업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지방이나 농촌에 큰 기회가 있다는 걸 보게 됐어요.

그리고 부안에 돌아다녀 보니까 빈 공간이 되게 많더라고요. 보통 사람들은 비어있으면 기피하는데, 저는 비어있어서 더 가능성이 있다고 보거든요. 남들의 기준이 아닌 우리만의 기준 나만의 색깔로 그곳을 채워나갈 수 있다는 게 되게 재밌다고 생각해서 이런 시골과 로컬에서의 삶을 꿈꾸거나 도전해보고 싶은 청년들이 이제 정말 시골이 아니다. 기회다. 기회도 있고 비어있어서 오히려 우리가 채울 수 있다는 걸 좀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도전하면 좋겠습니다.


나: 처음 활동을 하고 싶은데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을 때 이거 하기 참 잘했다 했던 액션은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거였어요. 도시에는 문화적 인프라 혹은 도움을 그냥 공적으로 줄 수 있는 시스템들이 되게 많잖아요. 근데 시골은 내가 먼저 나서거나 찾아가지 않으면 구할 수 없는 정보들이 되게 많은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정보가 필요하거나 사업을 하거나 활동할 때 필요한 것들을 줄 수 있는 분한테 찾아가는 용기가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혹시 이 인터뷰를 보고 청년들에게 연락이 온다면...ㅎㅎ)
성: 저희가 월급은 못 드리지만, 재밌는 건 같이 할 수 있어요😁


🌱<부아느로><시고르청춘>의 올해 남은 계획이 궁금해요!

나: 부아느로는 기획 투어가 몇 가지 더 남았고, 새롭게 문학 투어의 펀딩을 진행해보려고 해요. 부안에서 최근에 동시 축제를 국내 최초로 진행하기도 했고, 여기에 시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아요. 그래서 부안에서 명상하며 자기만의 시를 만들어보는 여행 그리고 시를 만드셨던 분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여행을 해보려고요. 또, 8월에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으로 유형원 선생님이 사셨던 마을에서 4박 5일 정도 살아보기를 해볼 예정이에요.

그리고 시고르청춘은 아까 말씀드렸던 면 단위별 브랜딩이랑 올해 저희가 플로깅을 새롭게 시작했는데, 이렇게 일상에서 가볍게 할 수 있고 지역에 도움이 되는 활동들을 자기만의 의미를 내려서 생활 문화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해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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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두 분의 10년 후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나: 그때도 되게 재미난 모험을 하고 있을 것 같긴 한데, 지금처럼 약간 남들이 하지 않을 법한 곳에서 남들이 하지 않을 법한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 장소는 사실 모르겠어요.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저는 해외로 나가고 싶었고 외교를 하고 싶었는데, 부안에 와서 어느 날 갑자기 이레농원 대표님과 시고르청춘 친구들을 만나면서 다른 방향으로 인생의 톱니바퀴가 돌아간 거죠. 그래서 부안에 정착했던 것처럼 10년 뒤에도 이런 또 다른 톱니바퀴가 와서 다양한 방향으로 이런 일들을 해나가게 할 것 같아서 저는 그때도 계속 뭔가 기획하고 만들고 이런 것들을 하는, 새로운 것을 모험하고 그 모험을 사람들과 공유할 것 같아요.

성: 솔직히 상상은 안 가는데, 저도 비슷한 일을 계속하고 있을 것 같긴 해요. 워낙 사람들이랑 함께 뭔가 하는 걸 좋아하고 시골이 이제 마음에 들어서 여기를 떠날 수는 없을 것 같고, 지금 지역이 소멸하고 있는데 좀 더 시골로 들어가서. 그런 문제를 좀 없애기 위해서 공부도 하고 지속 가능한 시골에서 살아남는 법 이런 것들을 기획하면서 살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진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신가요?
나: 저는 한 가지 있어요. 제가 로컬에 있지만 사람들은 글로벌하게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외국인들이 한국을 제대로 경험하려면 시골은 한번 와봐야 한다. 그렇다면 부안은 한 번쯤은 와봤으면 좋겠는 도시로 만들어보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부아느로 활동하는 가장 큰 이유도 외국인들이 부안을 와서 진짜 제대로 된 한국을 좀 봤으면 좋겠고, 자연과 시골의 문화를 알리고 싶은 거였어요. 부아느로가 지금은 국내 여행객 대상이지만 결국에는 이런 외국인분들이 한국을 한 번쯤은 접하고 가는 플랫폼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 해요. 왜냐면 이곳이 어떻게 보면 스위스 같고 어떻게 보면 약간 이탈리아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제주도 같거든요. 부안이 글로컬한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성: 다가오는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부안 살아보기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요, 많은 관심과 신청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시고르잡화점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안녕시골 뉴스레터 보고 왔다고 하시면 사은품도 챙겨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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