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친구_양평의 이근이 님





+시골의 가치와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을 소개하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통해 시골 생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안녕시골은 그걸 '시골친구'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전국 방방곡곡 시골친구를 직접 만나 나눈 이런 저런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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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이 with 에디터 야채

토종 | 우보농장&우보주책 | 토종 바보

인스타그램 @woobojoocheck


평소와는 조금 다른 출근길이었다. 원래 일어나는 시간보다 1시간 30분 일찍 일어났고, 지하철 1호선을 타고 가다 경의 중앙선으로 환승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창밖으로 보인 푸릇푸릇한 풍경에 감탄하며 핸드폰 보는 것도 잠시 잊었다. 그렇게 2시간 더 지하철을 탄 끝에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용문역 길 건너편 손글씨로 쓴 것 같은 귀여운 간판, 흥미로운 공간 설명을 보면서 올라간 계단 끝,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된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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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토종 벼 450품종을 키우는 ‘우보농장’을 운영하고 있고, 지금은 생산된 450품종을 막걸리로 만들기 위해서 ‘우보주책’이라는 양조장을 차려 대표를 맡고 있는 이근이라고 합니다.


🌱요즘 대표님이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계신 일은 어떤 건가요?
벼는 다 심어놨고, 가을에 뽑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매일 새벽 선선할 때, 모기들한테 뜯겨가면서 풀을 매고 있어요😁 그리고 낮에는 우보주책에 와서 술 만들어 놓은 거 시음하고 또 새로 만들고, 만드는 과정에 있는 술을 지켜보면서 잘 돼라 잘 돼라 박수 쳐주고 있어요.


🌱최근에 둘째 따님과 함께 토종 벼 관련 책을 출간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하게 되신 거예요?
제가 토종에 빠지게 된 게 토종벼들이 품종 고유의 아름다움, 색깔이며 키며 형태며 다 다르다는 점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10년 전부터 그런 부분들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토종벼 품종을 하나하나씩 보면서 수기로 기록했고, 딸 예호는 사진과 영상으로 같이 기록을 남겼어요. 그러다 최근에 이제 한 번쯤은 그동안 기록한 것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시간적 여유도 없고 해서 감히 책 내자 이런 얘기를 못하겠더라고요. 그런데 딸이 직접 디자인해서 제작해 보겠다고 해서 만들게 되었어요. 순발력 있게 본인이 직접 편집 디자인하고 다 하니까 이제 아주 빠른 속도로, 거의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만에 책이 나왔어요.


🌱우와! 그렇게 빨리요? 책에 어떤 내용을 담으셨는지 궁금해요!
일단 상징적으로 토종벼 108가지 품종의 기록만 담았어요. 우리가 먹어봤거나 지금 먹을 수 있는 품종을 중심으로 선정한 거죠. 책을 500부 정도 인쇄했는데, 한 박스 정도 남고 다 팔렸어요. 책이랑 같이 토종쌀을 세트로 해서 팔았더니 반응이 확실히 좋더라고요. 책 때문에 쌀이 많이 팔렸어요😊 이번에 책을 출간하면서 아직 소개 못한 품종도 많고 담지 못한 스토리들이 있어서 테마도 바꾸고, 스토리도 좀 더 넓혀서 버전업한 책을 계속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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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쌀을 활용한 막걸리 워크숍도 시작하셨잖아요. 어떤 프로그램인지 소개해 주세요.
토종쌀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알아보자! 이런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어떤 쌀들이 있고, 그 쌀들의 맛은 어떻고, 그 맛의 특징에 따라서 가공을 해보면 어떨까? 그거를 직접 경험을 하는 거죠. 직접 체험을 하면서 우리가 흔히 먹는 쌀과는 어떻게 다르고 그 품종별로도 어떤 차별성을 갖는지 알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 이런 토종쌀들이 과연 의미가 있는 건지, 재배하는 게 의미가 있다면 농부들에게 수익이 되면서 어떤 판로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까지도 고민을 해보려고 해요.

 

🌱토종쌀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막걸리를 선택하신 이유는요?

작년에 우리가 재배한 토종쌀이 한 30톤 정도 돼요. 30톤에 품종은 한 150여 종 정도고요. 생산량이 1톤이 되는 품종도 있지만 대부분 100kg, 200kg 정도 소량이에요. 이렇게 많은 품종들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기가 쉽지 않은 거죠. 잘 모르니까요. 알려진 품종 이외에는 평가를 받을 만한 자리가 없어서 그 자리를 만들어보자 생각을 했어요. 쌀로는 소비량이 저조한데 요즘에 밥은 안 먹어도 술은 먹잖아요. 시간 맞춰서 전통주 구매하는데 몇 분 만에 마감되기도 하고... 진짜 술이 트렌드인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보면 과거에 쌀 품종이 1,451종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쌀로 술을 빚어서 파는 주막의 개수가 전국에 37만 5,700여 개 있었다고 해요. 주막의 지역도, 품종도, 누룩도 다르고 또 주모의 손맛이 다 달라서 주막 숫자만큼의 술이 존재했다고 보면 돼요. 쌀로 술을 빚은 게 막걸리였기 때문에 술이야말로 쌀을 소비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토종쌀로 막걸리를 맛있게 만들어서 많이 팔리게 되면 계약재배로 계속 토종쌀을 공급할 수가 있잖아요. 이렇게 되면 품종이 살아나고, 농부가 살 수 있으니까요. 이게 저한테는 중요한 포인트라 막걸리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여기 <우보주책>도 열게 되신 건가요?
기본적으로 토종쌀 450종을 다 막걸리로 빚겠다는 게 여기 우보주책의 핵심이에요. 근데 거기에는 전제가 있는데, 주모가 많아야 해요. 그래서 워크숍도 하는 거고요. 막걸리는 내가 아니라 미생물이 만드는 거거든요. 미생물이 알아서 하는데 그 미생물이 잘할 수 있도록 조건을 조성해 주면 누구나 빚을 수 있어요. 그래서 많은 주모들이 모여 각자 품종을 나눠서 막걸리를 빚는 거죠.
그러다 주모 중에 이걸로 창업을 하고 싶어! 생각을 하면 자기한테 맞는 품종을 찾아서 양조장을 만들 수 있게끔 지원하는 게 목표예요. 일종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이죠. 주력인 품종을 정하면 그 친구(양조장)와 그 품종을 재배하는 농부를 연결시켜주는 거예요. 나중에는 대규모로 공유 양조장을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술을 빚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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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워크숍에는 어떤 분들이 참여하셨어요?
첫 번째 유형은 내 술은 내가 만들어서 먹어야지! 하는 사람들이고, 두 번째는 토종쌀이 막걸리가 되는 과정에서 품종에 따라 막걸리 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궁금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세 번째는 양조 업계 사람들이죠. 술을 빚으려고 쌀을 쓰려는데 토종 쌀이 괜찮은지 테스트해 보려고 오시더라고요.

지금까지 워크숍은 4번 했는데, 두 번은 아는 사람들이랑 단체 워크숍을 했어요. ‘예술 장돌뱅이’라는 예술가 그룹이랑 ‘윤주당의 술무리’라고 술꾼 그룹과 진행했는데 다들 20~30대 MZ 세대였어요. 그리고 모집을 통해 개별적으로 오신 분들은 20~30대가 반, 50~60대가 반 정도 되더라고요. 진짜 술에 관심 있고, 술을 좋아하는 다양한 분들이 와서 참여하는 것 같아요.

 

🌱워크숍 참여하시는 분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해요!
오길 잘했다. 안 했으면 후회했을 것 같다고 해요. 진짜 반응이 아주 폭발적입니다. 워크숍 오면 토종쌀부터 술 만드는 거 관련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알려주고, 직접 만든 술도 가져갈 수 있게 해주거든요. 그리고 저는 막걸리를 만드는 일이 농사처럼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미생물을 가지고 만드니까요. 이렇게 생명을 다루는 노동을 하는 모임이 서로서로 끈끈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워크숍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이어지게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워크숍에서 빚은 술을 각자가 자기 집에서 자기 조건을 만들어서 이걸 발효를 시켜요. 그러다 보름에서 한 달 후에 술을 걸러야 하는 때가 와요. 그때 다시 모여서 각자 만든 걸 자랑하기도 하고 왜 잘 됐는지 왜 안됐는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음회를 열려고 해요. 각자 만든 술과 음식을 함께 먹기도 하고, 시중에 파는 술이랑 블라인드 테스트도 해보면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그러다 계속 술을 만들래 하면서 주모가 되는 사람이 나올 거예요. 그러면 같은 기수끼리 그 주모가 만든 술을 홍보도 해주고, 사기도 하고 그러면서 또 다른 사람을 부르기도 하고... 이렇게 끈끈하게 이어지면서 워크숍이 계속 진행될 것 같아요. 제가 워크숍에서 450종의 토종쌀로 막걸리를 다 만드는 게 목표인데, 이제 12종 했거든요. 그래서 450종 모두 해볼 때까지는 계속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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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새로운 일이 있으신가요? 아님 올해 남은 계획은요?
계획하고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죠. 지금 엄청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데 아직 공개할 수는 없어서😆 올해 남은 계획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제가 매년 ‘전국 토종벼 농부 대회’를 해요. 토종 벼 농부들이 올 한 해에 재배하면서 파악한 정보들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 공유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막걸리를 빚어서 시음회도 하는 행사인데, 올해는 좀 규모 있게 진행될 것 같아요.
지금 농진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주류 쌀, 그러니까 술쌀로서 적합한 토종쌀 품종이 뭔지 연구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 결과를 공유하는 심포지엄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토종쌀로 술을 빚는 양조장들이 많이 있어요. 장안양조장도 있고, C막걸리도 있고, 한강주조 등등 다양한 양조장에서 빚은 토종 쌀 막걸리를 대규모로 시음하는 프로그램도 열어볼 생각이에요.

그리고 내년 초나 언젠가는 ‘세계 토종벼 농부 대회’를 열어보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원래는 재작년에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못하게 되었어요. 만약 하게 되면 전 세계의 토종 품종들을 모아서 전시도 하고,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요. 또, 요리사가 토종 품종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이랑 술도 맛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행사를 만들고 싶어요.

🌱오랜 시간 동안 토종벼에 진심이시고 새로운 프로젝트도 계속 도전하시는데, 이렇게 할 수 있는 대표님의 원동력이 궁금해요!
전 재미 없거나 흥미롭지 않으면 안 돼요. 토종은 너무 새롭고 정말 매년 다르니까 그만큼 재미있고 추구할 가치가 있어요. 또, 그런 토종으로 만든 막걸리도 매번 다르니까 새로운 거예요. 새롭지 않으면 하고 싶지 않은 게 저의 특성이거든요. 토종이야말로 새로움의 원천지라서 저는 토종을 떠날 수가 없어요.


🌱대표님 같은 시골친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간단하게 말하면 자기가 하는 일이 새롭거나 흥미롭지 않으면 당장 그만두라고 하고 싶어요. 그런데 본인이 생각했을 때 이거는 그냥 자기가 재밌고 하고 싶은 일이면 그냥 하세요!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은요?
앞에서 다 한 얘기인 것 같은데, 딱 요약하자면 '내가 이 일을 왜 하지? 그걸 통해서 농부들의 삶이 나아질까? 그리고 그 농부들의 삶뿐만 아니라 거기서 생산되는 그 상품을 가지고 젊거나 새로운 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서로 시너지를 같이 이루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이렇게 시너지가 폭발할 때 토종 품종도 살고, 소농들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일의 시발점이 바로 토종쌀 워크숍, 주모 프로젝트예요. 워크숍을 통해 그동안 고민했던 것들을 현실화시키겠다고 발동을 건 거죠. 그래서 앞으로 토종쌀 워크숍에 많은 분들이 함께 참여해서 서로 시너지를 만들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기회들이 계속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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