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친구_밀양 권해주 님





+시골의 가치와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을 소개하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통해 시골 생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안녕시골은 그걸 '시골친구'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전국 방방곡곡 시골친구를 직접 만나 나눈 이런 저런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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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주 with 에디터 선유

놀이활동가 | 청년기획자 | 하고재비

인스타그램 @kwon_haeju


‘하고재비’라는 말보다 해주 님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하고재비는 “무슨 일이든지 안 하고는 배기지 못하는 사람 또는 무엇이든지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일컫는 경상도 방언이다.

놀이활동가, 문화 기획자, 청년정책 네트워크 위원장, 넥스트로컬 지역 파트너 등 해주 님이 현재 하는 일만 이야기해도 24시간이 모자랄 지경.

밀양의 뜨거운 햇볕처럼 열정 가득한 해주 님의 일상으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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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 님 얼마 전에 큰 상을 받으셨던데요, 축하드려요!

네, 감사하게도 청년정책발전 유공자 도지사 표창을 주셨어요. 2021~22년 2년 동안 밀양시가 청년친화도시에 선정되면서 다양한 교육과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였는데 그런 과정들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 밀양이 지역도 좁고 열심히 활동하는 청년들이 별로 없다 보니 제가 주목을 받게 된 것 같아요.


지역 청년으로서 어떤 활동들을 하고 계신가요?

사실 저는 아이들 위주의 활동을 주로 해왔는데, 제가 청년 연령대에 속하다 보니 저의 SNS를 보고 시에서 먼저 지역 청년 활동에 참여해달라고 연락을 주셨어요. ’19년도에 청년 정책위원회에 먼저 들어가게 됐고 ’20년도에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면서 거기도 같이 활동하게 됐죠. 청정넷 활동뿐만 아니라 영남대로 탐험대나 청년기획자 양성과정, 청년페스타 등 다양한 청년 사업들에 참여하다 보니 상도 받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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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에는 청년 인구 자체가 많지 않을 텐데 활동하는데 어렵지는 않아요?

제가 모든 청년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주로 농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좀 많고, 자영업 하는 분들, 공단 근로자분들 정도인 것 같거든요. 예를 들어서 문화‧예술계나 IT 계열 등 분야가 다양하지 못한 편이에요. 이렇게 청년들이 종사하는 분야가 한정적이다 보니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보다는 특정 분야 청년들의 의견이 좀 많이 반영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지금 문화기획자로도 활동하고 있고 예술 쪽으로도 새롭게 공부해서 활동하고 있지만, 밀양에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청년들이 되게 적더라고요.


밀양 아리랑 대축제부터 해서 연극제도 하고 문화예술 행사가 많아서 활성화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요. 시에서 양성 과정이나 지원 같은 건 없나요?

그러니까요. 밀양이 문화예술의 도시라고 하는데 정작 예술 쪽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의 비율이 낮더라고요. 백중놀이부터 시작해서 무형문화재나 예술 단체들은 많은데 청년들이 너무 없으니까 연세 드신 분들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요. 시에서 청년 기획자 양성 과정 같은 걸 진행하긴 했는데 한두 번의 교육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수업 후 실제로 직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행정에서 좀 잘 뒷받침을 해주면 좋겠어요.

저도 사실 학원 강사에서 활동가로 전업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프리랜서라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의 수익도 내면서 직업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잖아요. 청년들한테 다양한 기회를 열어주면 충분히 그런 활동을 하면서 생계도 이어 나가고 또 밀양의 발전을 위해서도 활동할 수 있는 청년들이 생길 것 같은데 아직은 좀 부족한 느낌이에요. 일할 기회가 어느 정도는 보여야 과정에도 참여할 텐데 그렇게 연결되기가 특히나 지역에서는 쉽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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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지역의 내외부 자원을 연결하는 역할도 하고 계시죠.

밀양소통협력센터나 넥스트 로컬과 같이 밀양 안에서뿐 아니라 외지에서 오는 사람 사람들의 중간에서 지역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넥스트로컬은 작년부터 지역 파트너를 맡아서 올해도 이어서 활동하고 있고요. 서울에 있는 청년들을 이렇게 지역으로 보내서 창업을 시켜준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더라고요. 그만큼 수도권 편중이 심각한 거고요. 서울은 청년들이 넘쳐나니까 내보내려고 하고 일자리도 없어서 다들 힘들어하고 있는데 지역에서는 청년들을 끌어당기려고 하고. 그래서 어찌 보면 다 같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해요. 서울은 너무 포화 상태라서 자리를 잡기 힘들고 사업 지원을 받기도 힘든데 지역은 아직 그런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이 있거든요. 밀양엔 사람이 없고 그분들은 일자리가 없고. 그래서 넥스트 로컬 같은 사업을 잘 활용하면 서로의 니즈가 잘 연결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가급적 이분들이 밀양에 왔을 때 많이 도와주려고 하고 우리를 환대해 준다는 느낌을 좀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 역할에 충실해서 하려고 했어요. 다행히 제가 지역에서 몇 년 동안 활동하면서 주로 관하고 많이 활동을 해왔으니까, 중간에서 이렇게 연결을 해드리는 거는 어렵지 않았어요. 작년에 결과가 좀 괜찮았는지 올해는 경남에서 유일하게 밀양만 선정이 됐어요. 또 참여하시는 분들도 절실한 마음으로 되게 열심히 하시고요.


밀양 소통협력센터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고 계세요?

소통협력센터에 계시는 분들은 대부분 외지에서 오신 분들이다 보니까 지역의 어떤 분위기나 아니면 누구를 만나야지 이런 정보를 알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이 좀 목마르셨던 것 같아요. 제가 밀양에서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보니 협력 매니저로 같이 하게 됐고 교육청이라든지, 마을교육공동체나 청소년 수련관 같은 유관기관에 계시는 분들하고 연결을 해드리고 있어요. 그리고 기관들이 그동안 해보고 싶었는데 하지 못했던 것들이나 필요로 하는 것들을 소통협력센터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것들이 있는지, 같이 협업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지, 함께 찾아보고 있고요. 얼마 전에는 센터에서 진행한 첫 축제인 해천 운동회의 총괄 PM을 맡기도 했어요. 기존에 밀양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신선하고 힙한 느낌을 주고자 노력했고, 센터 구성원들이 직접 진행한 '씨캠의발견' 부스도 도전했고요. 다소 실험적인 시도였지만, 시민과 스태프들이 모두 즐겁게 참여해 주셔서 제게도 정말 특별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활동하면서 다른 지역도 많이 가보셨을 텐데, 해주 님이 생각하는 밀양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일단 계속 살던 곳이라는 그 익숙함도 있는 것 같고, 조용하고 살기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는 서울이나 부산처럼 너무 시끄럽고 사람이 붐비는 걸 별로 제가 선호하지 않거든요. 저도 I라(내향적) 밀양의 적당한 조용함이 좋아요. 사람과 건물, 차가 많은 곳이나 대도시 삶에 지친 분들이 와서 힐링하며 살기에 적당한 도시와 시골의 중간 정도인 것 같아요. 도시도 아닌 것이 농촌도 아닌 것이.

그래서 개인적으론 밀양이 안전이나 교육 쪽으로 좀 더 투자한다면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도 경쟁력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왔어요.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놀 수 있으면서 자연환경과 교육 환경이 뛰어난 곳이라면 충분히 수요가 있지 않을까요? 밀양은 교통이 좋으니까 주변 도시로 출퇴근도 가능하고 그렇게 인구가 늘어나면 문화시설이나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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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아이들 교육에도 관심이 많았나요?

사실 큰 애를 키우면서는 그렇게까지 생각을 못 했고요. 둘째를 키우면서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까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죠. 2015년 정도부터 한 살림 생협 조합원 활동을 시작했거든요. 그 당시 밀양에 한살림 가입 조합원들은 많이 있는데 매장은 아직 없는 시기였어요. 우연히 조합원들이 모이는 모임에 나갔고 둘째랑 비슷한 나이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하고 같이 공동육아 모임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어떤 게 아이들을 잘 키우는 방법인지, 어떻게 해야지 우리 아이들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그때부터 계속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우연히 놀이를 접하게 된 거예요. 하다 보니까 놀이 활동이라는 게 굉장히 저한테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녀를 육아하면서 놀이 활동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군요.

활동에 참여하던 와중에 아파트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게 됐죠.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 아이들이 자주 나와서 놀거든요. 한 번씩 놀이터에 가서 아이들하고 몇 마디 이야기 나누면서 뭐 하고 노는지, 몇 시까지 놀다 가는지, 이런 것들을 물어보다 보니까 의외로 혼자 있는 아이들이 많더라고요. 임대 아파트 특성상 조손가정이나 맞벌이 가정이 많아서 늦은 시간까지 혼자 보내는 아이들이 많은데 이런 아이들하고 같이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원래 저희 아파트에 관리실 주도로 방학 때 아이들 점심을 챙겨주는 프로그램이 있었거든요. 복지재단의 후원을 받아서 진행하는 사업이었는데 그 진행 과정에 문제가 생겨서 사업이 없어진다는 거예요. 그럼 아이들은 밥을 굶게 되는 거잖아요. 어른들 간의 갈등으로 아이들을 그런 상황으로 내몰게 된 거 같아서 되게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아파트 관리실에 찾아가서 제가 방학 동안에 아이들하고 어떤 놀이나 봉사를 해보고 싶다고 했죠. 방송으로 아이들을 모아서 책도 읽어주고 밖에서 놀이도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이렇게 하다보니 관리실의 권유로 밀양시에서 진행하는 지역 공동체 사업에도 참여해서 관리소장님이 대표를 맡고 고유번호증도 만들어서 사업까지 하게 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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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협동조합 얼음땡’도 설립하셨죠. 

놀이 활동가 양성 과정을 들으신 분들하고 같이 놀이협동조합 얼음땡을 만들었어요. 김해에 기적의 놀이터를 벤치마킹해서 밀양에 내 맘대로 놀이터를 만들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매번 그 자리에서 그 시간에 열리는 팝업 놀이터를 목표로 2017년 3월에 첫 시작을 했어요. 아이들이 그냥 몇째 주 토요일 2시 그때가 되면 항상 저기 놀이터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놀이터를 한번 만들어보자 했죠. 처음에는 한살림에서 조금 지원을 받다가 나중에는 교육청에서 지원을 받고 자체적으로 저희 사비도 들여가면서 그렇게 운영을 해오다 보니 벌써 38회를 넘겼네요.

 

팝업 놀이터라니 상상이 안 되는데요.

저희가 추구하는 놀이터는 기구 중심이 아닌 활동 중심의 놀이터예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있는 대부분 놀이터가 3S라 해서 시소(seesaw), 그네(swing), 미끄럼틀(slide)로 이루어져 있잖아요. 그리고 보통 새로 만들어지는 좀 괜찮은 놀이터라고 하는 것들도 보면 일단 기구들을 으리으리하게 지어져 있고요. 그런데 대부분 아이들이 그런 기구를 한두 번 쭉 타고 나면 지겨워지거든요. 창의적으로 놀 수도 없고요. 그래서 좀 더 아이들 창의성도 길러주고 모험도 할 수 있으면서 아이들하고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놀이를 하는 거죠. 놀이터라는 게 꼭 기구가 있어야지만 놀이터가 아니고 우리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그런 공간에서 자유롭게 아이들하고 같이 놀 수 있다면 그게 놀이터라는 사상을 가지고 프로그램들을 기획해서 진행하는 게 놀이 활동가의 역할이에요. 놀이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꾸는 활동들도 같이 해왔어요.


굉장히 다양하고 넓은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데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요.

제가 초반부터 해왔던 이 지역의 아이들을 조금 더 건강하게 길러내는 고민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우리 지역을 좀 사랑하게 하려면 일단 알아야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잖아요. 모르면 사랑할 수가 없는데 지금 우리는 그 아는 과정을 뒷전으로 두고 바로 “왜 지역을 사랑하지 않느냐, 지역을 사랑해야지 지역에 있어야지” 이런 말만 하잖아요. 이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좀 지역에 대해서 잘 알아갈 수 있도록 지역의 어른들하고 아이들을 서로 연결해 주는 게 필요해요. 제가 지금 하는 마을 교사라는 활동도 일종의 그런 역할인 거 같아요. 그래야 아이들이 우리 지역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 뭔가 여기 사는 게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을 테고요. 그런 활동들을 통해서 우리 지역에 애정을 가진 아이들이 지역에 정착하게 되면 자라서 곧 그런 청년 활동가, 청년 기획자들이 될 거고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로 시작해서 지역 청년, 나중에는 어르신들까지 연결될 수 있는 하나의 마을 교육 공동체가 형성돼서 살기 좋은 마을, 살기 좋은 밀양을 만들고 싶은 나름의 원대한 포부가 있습니다. 나중에 애들이 엄마는 이렇게 밀양에 계속 쭉 살았는데 밀양에서 뭐 했냐고 물었을 때 ‘엄마는 밀양이 ~이렇게 ~이렇게 바뀌는 데 일조를 했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싶고요. 이왕 밀양에 살 거니까 내가 사는 곳이 조금은 더 재미있는 곳이 되도록 만들고 싶고, 거기에 일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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