햠양의 시골친구_박세원 님





+시골의 가치와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을 소개하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통해 시골 생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안녕시골은 그걸 '시골친구'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전국 방방곡곡 시골친구를 직접 만나 나눈 이런 저런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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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원 with 에디터 무해

청년마을 '고마워 할매' 대표 | 함양 U턴 청년 | 콩 농사

인스타그램 @thanks_halmae


전국에 수많은 청년 마을 중 세대와 세대를 잇는 마을이 여기 있다. 할머니들의 손맛이 그리워서 혹은 로망에 시골을 찾은 도시 손녀(도손이)들. 도손이들과 할머니들은 요리를 통해 서로 간의 마음을 나누고 잊었던 정을 회복한다. 이름도 생소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이런 마법 같은 일들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이를 만났다. 쉼이 필요한 누군가의 안식처이자 제2의 고향이 되길 바라는 그의 열정을 엿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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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청년 마을은 어떤 곳인가요.
함양 청년 마을 ‘고마워 할매’는 시골 할매와 도시 손녀의 맛있는 이야기라는 슬로건으로 할머니와 외지 청년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안녕 할매’라는 타이틀로 할머니와 청년이 친밀감을 쌓았다면 올해는 ‘할매의 부엌’이라는 타이틀로 두 세대가 비즈니스적으로도 관계가 발전 가능한지 실험해 보고자 팝업 식당과 레시피 펀딩, 인턴 기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시골에 많은 자원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인적 자원, 또 할머니를 내세웠어요.

운영진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중에서 할머니와의 에피소드가 모두 있었더라고요. 저도 할머니께서 제가 한 밥을 드시고 ‘밥맛이 정말 맛있다’ ‘엄마보다 더 밥을 잘 짓는다’라고 하시며 할머니가 점심시간만 기다릴 정도로 무척 좋아하셨어요. 저처럼 뚝딱거리는 청년들도 밥을 먹고 짓는 과정을 통해서 서로 친해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런 에피소드와 함께 그 시기에 윤여정 선생님이 주축인 윤식당 같은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기도 했고 박막례 할머니와 같은 사례도 있어서 잘 될 수도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프로그램 진행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할머니들이 진심으로 대해주시고 또 그 시간을 기다리시고 적극적으로 해주시는 과정을 보면서 정말 감사했어요. 우리는 프로그램으로 할머니를 만나지만 할머니는 본인의 일상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거니까요. 그런데 거부감이 없이 대해주셔서 감사하고 저희에게 오히려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서 고맙다고 하셔서 특히 올해 '우리가 같이 가고 있구나'라는 걸 많이 느낀 한 해였어요. 하지만 쉽지 않은 점은 분명히 있어요. 레시피 취재나 펀딩 준비는 할머니의 아이디어로 우리가 재생산하는 일이었는데, 식당 운영은 할머니와 온전히 협업하는 일이었어요. 위생 개념이라든지 손님을 대할 때 서비스라든지 처음에 합의되지 않으면 서로 오해의 소지나 불편한 점이 야기될 수 있겠다 싶었죠. 저희는 짧게 진행해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이게 만약 사업으로 확장된다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두 세대가 더 이야기를 많이 나눈 후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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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마을 운영 중 어떤 일이 기억에 가장 남나요.
올해 6월 할매 레시피 펀딩 프로젝트를 했는데 마지막 날에 우리 친구들이 할머니들께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를 마련했어요. 오후 2시 시작인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한 할머니께서 오시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무슨 일이지’하고 할머니 댁을 방문했더니 힘겹게 문을 열어주시는데 알고 보니 할머니께서 뇌졸중 증상이 오셔서 쓰러져 계셨고 문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나신 거예요. 급하게 응급실 가고 더 큰 병원으로 모셔서 지금은 조금 괜찮아지셨는데 만약 그날 우리가 프로그램을 하지 않아서 아무도 할머니 집에 방문하지 않았다면 할머니가 어떻게 되셨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던 거죠. 우리는 할머니와 활동하면서 음식 만드는 것만 중점으로 생각했지, 할머니들의 고독 문제는 생각하지도 못했거든요. 이런 일이 있고나서 우리가 하는 활동이 정말로 필요한 활동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저희 말고도 노인과 연결되는 일들이 많아지고 지역의 작은 한 집이라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최근에 성수에서 '고마워 할매'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어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여기에 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공통점을 찾으면 방문하기가 좀 쉬울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일부러 '귀농 귀촌'이나 '청년 마을' 이런 말은 입장할 때는 쓰지 않았어요. 이곳에 몰입이 됐으면 좋겠다 싶어 '시골에 있는 할머니가 할머니 집에 놀러 온 손녀와 손자에게 간식거리를 준비했으니 그걸 찾아보세요’라는 이야기로 시작했어요. 팝업 내부도 실제로 할머니가 쓰시던 물건들로 배치해 현장감 있게 짰고요. 팝업 내부 지하로 내려가면 '사실 우리는 이렇게 할머니와 청년을 연결해 주는 고마워 할매라는 팀이에요' 이렇게 소개했어요. 그렇게 접근하니까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하고 더 많이 방문했던 것 같아요.

 

무척 뿌듯하셨겠네요.

여태껏 저희의 모든 활동을 알리는 자리였거든요. 카운트를 매일 했는데 약 2천 명이 방문했고 많은 사람이 저희 활동을 좋아해 주시고 앞으로 지켜봐 주시겠다고 하는 말을 듣고 뿌듯함을 많이 느꼈어요. 진짜 더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아예 모르는 사람 찾아오기도 했고, 주변에 다른 팝업은 20~30대를 대상으로 하는 팝업이라면 저희는 유치원생 아이부터 지팡이 짓고 가시는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방문해 주셨거든요. 우리가 성수에서 또 다른 팝업의 문화를 만들었구나 싶어 그런 의미에서도 뜻깊었어요. 또 할머니 자녀분이 방문해 주셔서 직접 홍보도 하고 응원해 주셨는데 책임감이 많이 느껴진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청년 마을 사업 3년 중 2년이 지났어요.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쓰임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거든요. 처음에는 지역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주변에서 잘하고 있고 대단하다고 해주시니까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물론 쉽진 않아요. 세금을 통해서 비용을 쓰는 거라 제출해야 하는 서류와 행정적으로 증빙해야 하는 서류가 너무 많아요. 당연히 해야 하는 것들이지만 청년들이 꾸려나가는 사업이라는 취지에 상응하는 자율성도 함께 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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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궁금해요.
막연하지만 내년에는 2박 3일에서 길면 4박 5일 단기 살이를 계획하고 있어요. 팝업에 방문한 분도 가보고 싶은데 프로그램 일정이 길어서 못 갔다고 하시더라고요. 주말에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분들도 계시고요. '가족 단위나 친구처럼 이미 친밀감이 형성돼 있는 팀이 와서 해보면 어떨까?'하는 궁금함도 있어요. 이게 앞으로 유료 상품으로 판매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런 거에 대해 실험해보고 싶은 거죠. 숙소도 아예 마을에 할머니 댁을 빌려서 잠자고 텃밭에서 수확해서 요리해 먹는 형식으로 진행이 될 것 같아요.


사업이 끝난 이후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요즘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지원 사업이 끝나면 인건비며 월세를 충당할 수 있는 자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야 해요. 아까 말한 숙박 체험 프로그램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게 돈벌이가 되는지도 알아봐야 하고 아니면 기업과 연계해서 좀 더 체계적으로 비즈니스화가 되는지도 확인해 보고 싶어요. 아직은 찾아가는 단계예요. 팝업 식당 '함무랑'은 저희 내부 인력이 운영하기에는 쉽지 않아요. 공간대여 형식으로 많이 쓰이고 있지만 만약 식당을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이 지역 내외 상관없이 생기면 기꺼이 내줄 의향은 있어요.


청년 마을이 많아졌어요. 그중 함양은 어떤 마을로 기억되고 싶나요.
고향이 없는 사람들에게 고향이 될 수 있는 마을이었으면 좋겠어요. 저희 참여자들도 아예 시골 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나 할머니와도 지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그런 분들이 편히 올 수 있고 쉼이 필요할 때 찾을 수 있는 따뜻한 마을이 되고 싶어요.


함양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소개해 줄 수 있을까요.
정말로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곳 함양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뭐가 없어서요. 잠재된 가능성이 있어요. 도움을 줄 만한 분이 주변에 많고 네트워크도 잘 형성되어 있고요. 제가 함양이 어떤 곳인지 100번 말해도 몰라요. 그래서 그냥 와봤으면 좋겠어요. 제가 얘기하는 것보다 실제로 와서 본인이 느끼는 게 더 큰 것 같아요. 직접 와서 스스로 함양을 좀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시골에서의 삶을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요.
전국에 청년 마을이 39개 있고 청년 마을 외에도 지자체마다 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요. 고민하지 말고 정부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잘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낭만을 가지고 시골을 좋아하는 건지 실제로 정말 시골 생활이 잘 맞는지는 경험을 해봐야지 알 수 있거든요. 프로그램 운영하는 사람이나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며 실제 생활을 조금이나마 경험해 보고 고민한 다음에 시도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성공 사례보다는 실패 사례를 많이 찾아봤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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