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언니 첫번째 편지 : 창문 넘어 귀농한 도시 언니

성공의 공식도 정답도 흐려지는 시대 속 세상의 물살에 휩쓸리기 쉬운 지금,

🌱당신이 꼭 만나야할 시골 언니 (줄여서 ‘당만시’)🌱에서는 자기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삶을 일궈나가는 8곳의 시골 언니들을 소개합니다.

이들의 느슨하지만 단단한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삶의 모양을 발견해보세요!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를 보다가 가끔 고개를 돌려 본 창밖의 자연이 너무 예뻤던 도시 언니는 바다와 강, 평야, 산의 정취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진짜 자연에 반해 충남 서천으로 와 농부 언니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창밖으로 나와 자연 속에서 흙과 바람, 허브와 블루베리 그리고 청년 친구들과 함께 계절의 흐름을 느끼며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허블루팜 이수진🌱 시골 언니를 만나 서천 시골 살이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서천에 귀농한 지 5년 차 되었고, 블루베리랑 허브 농장을 운영하는 이수진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진행하는 시골 언니 프로젝트 <시골, 아는 만큼 보인다> 프로그램에서는 농부 언니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서천으로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처음부터 농사라든가 농촌에 관심이 있어서 온 건 아니고 사실 가장 관심 있었던 주제는 생태나 환경 쪽이었어요. 그러다가 친환경 농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정착지를 찾고 있었는데, 주변에 지역에 계시는 분들이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 연고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살짝 힘들었거든요. 근데 그때 마침 서천에서 1박 2일 동안 귀농 캠프가 있어서 그때 참여했던 게 인연이 되어 서천으로 오게 되었어요.

 

서천에 와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요?

도시에서는 전형적인 직장인이었어요. 연구원에서 예산 담당을 맡기도 했고 외국어 특기를 살려서 사무직으로도 일하면서 거의 책상에서 주로 일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농사를 짓는다는 거는 몸을 쓰는 일이 굉장히 많잖아요. 하루에 12시간 이상 농사일을 계속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내 노동력에 한계가 있구나’ 느끼고 있어요. 그 대신 장점도 있는 게 시골에 내려오고 나서 여러 가지 행정적인 것들을 처리해야 하니까 모니터를 아예 안 보고 살 수는 없지만, 그나마 자연이랑 가까이에서 일을 할 수 있고 내가 살아가는 이 삶 속에 계절이 같이 흐르고 있는 걸 느끼는 게 가장 매력적인 것 같아요. 딱히 체력적인 거 외에 힘든 건 잘 못 느끼겠어요.

삶의 터전으로서 서천의 매력은요?

제가 자칭 서천 홍보대사인데, 제가 느낀 서천의 특별함은 두 가지예요.첫 번째는 환경적인 다양성이에요. 바다와 강과 평야와 산의 정취를 한 번에 느낄 수 있고, 다양한 환경이 있다 보니까 먹거리도 굉장히 풍성해요. 그리고 서천이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는 생태 중심지라 친환경 농사를 하는 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제 블루베리 밭이 산꼭대기에있는데, 지금 이맘때 되면은 반딧불이 나와요. 도시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고 책이나 다큐멘터리에서만 봤던 반딧불을 서천 와서 처음 봤어요!

 

서천 살이를 위한 꿀팁 알려주세요!

도시랑 시골 지역의 가장 큰 차이점인데, 대중교통이 잘 발달돼 있지 않아서 그 부분이 조금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시골 지역에 ‘100원 택시‘라고 100원만 내면 면 단위까지 나갈 수 있는 택시가 있긴 한데, 65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어서 청년들이 이용하긴 어려워요. 그래서 미리 운전을 준비하고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집 같은 경우는 서천에 청년 주택 같이 청년을 위한 다양한 주거 지원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런 곳을 알아보고 오면 도시 못지않게 깨끗하고 현대적인 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어요. 근데 ‘나는 무조건 단독 주택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갈 거야!’ 하고 오는 분들은 빈집을 활용하거나 저처럼 주택을 새로 신축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 부분은 너무 긴 이야기라 서천에 오신다면 밤새워서라도 자세하게 설명드릴게요😄

 

시골에 시골 언니가 왜 필요할까요?

제가 시골에 내려오려고 준비할 때만 해도 청년분들이 그렇게 많이 없었어요. 그때 여러 귀농 교육이나 귀농 귀촌 탐색 프로그램을 참여해 봤지만 항상 제가 막내였고, 지역에 대한 경험이 여름에 강원도로 피서 간 것밖에 없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 정착할 곳을 찾는 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근데 이번 시골 언니 프로젝트는 저처럼 20~30대 여성이 이렇게 지역에 내려가서 새로운 삶을 찾는 것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잖아요. 그래서 새로 시골에 오려는 젊은 도시 여성분들이 여러 시행착오 없이 조금이라도 순탄하게 정착을 하는데 시골 언니로서 도움을 주고 싶어요.

시골 언니들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이번에 9명의 언니들과 함께하는데요. 그중에 왕언니는 서천에 처음 귀농 캠프하러 왔을 때부터 인연이 있었고, 제가 정착하기까지 필요한 정보들을 주시고 네트워크를 만들어주셨던 분도 계시고요. 또 제가 친환경 농업을 하는데, 이쪽으로 시작하는 친구들이 지역에 많지 않더라고요. 그렇다 보니까 친환경 농업을 하는 청년들끼리 일 끝나고 저녁에 수다도 떨고 교육도 함께 하면서 네트워킹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커뮤니티가 서천 지역의 농사짓지 않는 청년들까지 확대돼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언니들이랑 만나 어울려 지내다가 이번에 함께하게 되었어요.

 

서천에서 새롭게 만나고 싶은 분이 있다면?

‘나는 서천에서 살 거야’ 아니면 ‘나는 무조건 시골에서 살 거야’ 이런 분들뿐만 아니라 약간 느슨하게라도 시골에서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증이 있으신 분들 그리고 도시에서만 살아오면서 시골을 잘 겪어보지 못해서 한번 어떤지 궁금해서 살짝 엿보고 싶으신 분들까지도 만나고 싶어요. 귀농 귀촌을 실제로 준비하고 계획하신 분들이 오시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겠지만, 살짝 느슨한 관심이 있으시더라도 일단 오시면 ‘내가 시골에서 할 수 있는 게 어떤 것들이 있겠구나’ 계획을 세우는 게 훨씬 더 편할 것 같아요.

 

시골 언니를 만난 분들이 꼭 기억했으면 하는 건요?

가장 중요한 거는 관계라고 생각해서 시골에 있는 언니들과의 네트워킹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서천이나 다른 지역으로 새로 정착하셔서 함께 이렇게 어울려서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요즘에는 시골 언니들이 시골에서 그리고 도시에 있는 언니들이 도시에서 각자 살면서도 얼마든지 교류를 할 수 있고 재미있는 것들을 만들어 나갈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이번 만남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기를 바라요.

시골 언니로서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는요?

일반적으로 시골에 내려갈 거야 하면 많은 분들이 ‘이 친구가 지금 농사하러 가나’ 이렇게 생각을 하세요. 물론 시골에 많은 분들이 농업을 하고 계시지만, 지역에 와서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다양한 직업군이 있고 여러 가지 삶의 방식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도시 청년 여성분들이 서천에 오셨을 때, 농사짓는 것뿐만 아니라 창업을 한다거나 아니면 할 수 있는 직업군을 다양하게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또, 각 분야에서 다양한 언니들이 시골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 삶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농부 언니가 생각하는 <시골 언니>?

시골 언니는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해요. 도시에서는 각자 자기의 직업적인 범위가 있고 거기서 맡은 일만 하고 살잖아요. 근데 시골에 내려와서 단독 주택에 살면 집도 고칠 수 있어야 되고, 필요한 게 있으면 간단한 목공 작업이나 기계도 조작해야 돼요. 그리고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농기계도 다뤄야 하고요. 또, 저 같은 투잡 언니들은 저녁에 이제 아이들 가르치면서 낮에는 밭일도 해요. 이렇게 한 가지 일만 하기보다는 다양한 일을 하는 언니들이 시골에 굉장히 많고, 저도 도시에 있을 때보다 시골에 내려와서 취미 활동 더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시골 언니의 이미지는 ‘만능 엔터테이너’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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