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언니 네번째 편지 : 시골플레이어를 꿈꾼 도시 언니





성공의 공식도 정답도 흐려지는 시대 속 세상의 물살에 휩쓸리기 쉬운 지금,

?당신이 꼭 만나야할 시골 언니 (줄여서 '당만시')?에서는 자기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삶을 일궈나가는 8곳의 시골 언니들을 소개합니다.

이들의 느슨하지만 단단한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삶의 모양을 발견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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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에 플레이어의 꿈을 품고 프로젝트를 관리하던 도시 언니는 아무 생각 없이 오게 된 강화에서 새로운 삶을 발견한 뒤, 서울을 떠나 강화의 시골 언니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문화 활동 프로젝트를 만드는 플레이어로서 지역 주민들, 도시 청년들과 끊임없이 연결되며 링커(linker)의 삶을 살고 있는 ?협동조합 청풍 김선아? 시골 언니의 강화 살이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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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강화도에 살고 있는 총총(김선아)입니다. 강화 산 지는 이제 5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닉네임이 왜 총총인지 궁금해요!

강화에 활동하면서 닉네임이 필요했는데, 이전 직장 동료들한테 닉네임 뭘로 할까 물어봤어요. 직장에서 일할 때 다들 영혼이 없어서 저희들끼리 눈에 총기를 잃었다고 그런 얘기를 했었거든요. 강화에서는 ‘총기 잃지 말고 총총하게 살아라’ 하고 동료들이랑 밥 먹으면서 별생각 없이 지은 이름이에요.

강화에는 어떻게 오게 되신 거예요?

직장 동료들이 강원도에 간다고 해서 따라갔는데, 알고 보니 강화도였더라고요. 아무 생각 없이 강화에 왔다가 <협동조합 청풍>에서 운영하는 ‘아삭아삭순무민박’ 게스트하우스에 묵게 되면서 여기가 강화도고, 강화도에 이런 삶이 있구나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나도 여기에서 살아볼까? 하다가 강화 생활을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1년만 해야지’라고 했던 게 있다 보니까 너무 좋아서 어느새 5년 차가 되어버렸어요.

 

처음에 기대한 시골 생활은요?

도시에서는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 너무나 높은 비용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아주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계속 일해야 되는 구조가 약간 벅차다고 생각해서 여기서는 좀 적게 일하고 적게 벌더라도 살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내려왔어요. 근데 막상 살아보니 여기서도 삶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치열함이 있어서 생각보다 적게 일하지는 못하고 사는 것 같아요.

 

시골 와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제가 직접 농사를 짓진 않지만 주변에 텃밭이나 자급자족하려고 작게 농사짓는 분들을 통해 먹을 걸 얻기도 하면서 그런 자연의 가치를 느끼는 게 되게 새롭더라고요. 또,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기도 하고 앞에 눈을 쓸거나 잡초를 뽑거나 하면서 계절하고 가까이서 살고 있어요. 계절이나 동식물이나 이런 것들하고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들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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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경험한 강화는 어떤 곳인가요?

제가 서울에서만 오래 살다가 강화에 오게 돼서 다른 지역들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도시와 비교했을 땐 계절의 감각을 진짜 잘 느낄 수 있고 특히 겨울이 아주아주 길어요. 겨울 동안 내가 어떻게 한 해를 어떻게 보냈었는지 잘 되새겨보고 앞으로의 미래를 준비하는 그 겨울나기를 잘 해야지 한 해를 잘 보낼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내 삶의 속도나 방향에 대한 생각하는 시간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강화 살이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강화의 아주 긴 겨울을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내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지 혹은 그 비수기에 어떻게 살 건지에 대한 대비를 좀 하고 오는 게 되게 중요해요. 그리고 여기서는 도시와는 다르게 되게 다양한 형태의 주거를 살아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원룸이나 빌라에서도 살 수 있고, 생각보다 비싸지 않아서 텃밭 딸린 1, 2층짜리 단독 주택에서도 살아볼 수 있어요. 근데 지역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무조건 주택을 희망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사실 내 라이프스타일이 주택과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단 말이에요. 그래서 내 라이프스타일이 어떤 주거 형태에 맞는지를 좀 고민하고 집을 구하는 게 되게 중요할 것 같아요.

 

그럼 지금 주거 형태는요?

처음에 왔을 때는 동료들하고 같이 셰어하우스에서 공동 주거를 했었어요. 친구들하고 같이 살면 되게 재밌고 항상 잘 지내고 이럴 줄 알았는데, 제가 집은 프라이빗한 개인 공간이어야 되고 거기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되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도시에서는 그걸 몰랐어요. 그래서 1년 정도 같이 살고 나서는 혼자 집을 구해서 지금은 투룸 빌라에서 고양이들하고 같이 살고 있어요.

 

지역 분들하고는 어떻게 지내시나요?

도시에서는 또래 친구들하고만 교류하니까 윗세대나 다음 세대랑 교류할 일도 없고 필요성도 못 느껴서 약간 세대 차이가 나서 어울리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만 했었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시장 상인분들이나 지역의 중·고등학생분들하고도 같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연결되어 있는 관계 속에 얻을 수 있는 게 많다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지금 10살 이상 차이 나는 강화 친구들과 청풍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데 이것저것 잘 해내는 어린 친구들에게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근데 도시에 있는 친구들은 능력 있는 어린 친구들을 경쟁자로 보더라고요. 만약 저도 도시에 있었다면 함께 일하는 친구들을 경쟁자의 시선으로 봤을 것 같아요.

 

강화에서 어떤 일 하시는지 궁금해요!

도시에서 했던 일과는 아예 새로운 일을 하고 있는데 <협동조합 청풍>이라고 청년 5명이 함께 지역에서 살기 좋은 문화적, 경제적인 기반을 만들어 나가는 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화덕 피자집 ‘스트롱파이어’, 게스트하우스 ‘아삭아삭순무민박’, 기념품 상점 ‘진달래섬’ 이렇게 공간 3개를 운영하면서 지역 분들하고 같이 축제, 플리마켓을 열거나 원데이 클래스, 투어 운영 같은 문화기획 활동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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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에 원래 관심이 있으셨나요?

제가 도시에서 했던 일이 도시의 문제를 새로운 형식으로 해결하는 ‘리빙랩 프로젝트’라는 공모 사업을 지원하는 거였어요. 그때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시도들을 보고 흥미롭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프로젝트 관리자가 아니라 플레이어로 지역에서 직접 일해보고 싶은 욕심이 계속 있었어요. 그래서 강화에 와서 플레이어로 일하면서 내가 사는 지역의 기반과 내 삶의 속도나 반경도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요?

작년에 <강화로 떠난 싱어송라이터> 프로젝트라고 8팀의 뮤지션들이 강화에 와서 감자탕집, 책방, 카페 등을 운영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받아서 곡을 쓰는 작업을 했었어요. 노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강화 지역이나 친구의 이야기들을 다시 보게 돼서 되게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연극하는 분들과 함께 <잠시섬 연극제>라는 걸 했었어요. 그런데 연극을 무대에서 한 게 아니라 스트롱파이어(화덕피자집)에 사람들이 앉아 있고 10분 정도 짧게 게의 이야기나 자기가 섬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거를 담아서 연극을 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연극인들이 활동하기 되게 어려웠을 때 지역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연극을 해서 그분들도 되게 좋았고, 저희도 지역에서 연극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친숙한 공간에서 연극을 즐겨서 축제처럼 재밌었던 게 기억에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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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에 주로 누가 참여하나요?

작년에는 2030 청년을 대상으로 지역에서 살아본다거나 워크숍, 동네 친구들하고 같이 콜라보 하는 걸 많이 했는데, 올해는 아예 대상을 확장했어요. 지역에 관심이 있거나 강화도에 여행 오고 싶은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게끔 제한을 두지 않고 신청을 받고 있는데, 그래도 역시 2030 특히 여성분들이 많이 오세요.

 

참여하신 분들의 반응은요?

시골에 대해 갖고 있었던 이미지가 많이 깨지는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세요. 여기에도 또래 친구들이나 다양한 삶의 경로들이 있다는 걸 경험하면서 ‘나도 지역에서 살아볼 수도 있겠다’, ‘지역이라는 게 새로운 삶을 사는 하나의 경로가 될 수 있겠다’라는 걸 많이 확인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여기가 되게 지루한 곳이 아니라 재미있는 곳이라는 걸 알고 간다는 말들을 많이 해주셔서 되게 보람차요. 또, 강화에 한 번 오셨던 분들이 계속 오고, 또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다가 아예 이주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서 지역에서 한번 관계를 맺고 지역에 대한 응원이나 애정의 마음을 갖고 자주 드나드는 친구들한테 우리 링크되어 있다고 ‘링커’라는 이름을 붙여줬는데, 링커들이 다른 친구들을 데려오기도 하더라고요. 이렇게 계속 관계를 맺으면서 친구가 하나둘씩 늘어가는 게 좋아요.


시골언니프로젝트에 함께하게 된 계기는요?

협동조합 청풍에 그동안 남자 멤버들만 있었는데, 여성 청년 이주민인 제가 들어오면서 새로 맞닥뜨리게 되는 어려움을 많이 알게 된 거예요. 그래서 작년에 성인지 감수성 관련된 잡지를 만들기도 하고, 지역 친구들하고 같이 교육을 받기도 했어요. 그리고 머물기 프로그램을 할 때 같이 지켜야 되는 약속문 같은 걸 만들어서 공유하는 활동도 했었거든요. 이주민 청년 여성처럼 조금 더 약자인 사람들이 어떻게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안전망을 갖고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시골언니프로젝트의 취지인 관계나 정서적인 지원을 통해 고민을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해서 꼭 함께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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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의 시골 언니들은 어떻게 만나셨나요?

지역에 살다 보면 서로서로 다 연결이 돼 있거나 아는 것 같아요. 그리고 워낙 청년들이 적으니까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알음알음 연결되더라고요. 지역에는 놀이할 수 있는 거나 문화 예술적인 즐길 거리 같은 게 부족하니까 ‘우리가 직접 콘서트 열어볼까?’, ‘원데이 클래스 해볼까?’ 하면서 연결됐던 친구들이 되게 많아서 이번에 그 친구들하고 같이 외부 친구들한테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를 같이 보여주자! 하면서 의기투합하게 됐어요.

 

강화에서 새롭게 만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지역 이주에 관심 있는 분들이 오면 정말 대환영이지만, 지금 살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한번 점검해보고 싶거나 지금 라이프 스타일이나 일상을 잠시 멈추고 섬에서 다른 삶의 방식을 경험해보고 싶고 전환을 조금 해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누구든지 와서 저희랑 연결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시골 언니를 만난 분들이 꼭 기억했으면 하는 건요?

모두가 완전히 끈끈해지거나 이런 것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그래도 많은 시골 언니들을 만나서 관계 맺는 시간들을 가질 텐데, 그중에 ‘나 이제 강화도에 아는 사람 있어’, ‘강화도에 나 친구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시골 언니를 한 명쯤은 만나게 되기를 바라요. 그리고 지역 안에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이런 삶의 경로가 있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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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언니로서 이루고 싶은 최종 꿈은요?

지역에 마음 맞는 친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여기 있으면 고립감이나 심심함을 느끼기도 하거든요. 그랬을 때 그걸 채워줄 수 있는 많은 부분이 관계적인, 정서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그래서 꼭 지역에 살지 않더라도 나와 마음 맞고 결이 비슷한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그 친구들하고 재밌는 것들을 계속해서 해나갈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총총 언니가 생각하는 <시골 언니>?

지역에서 살면 어쩔 수 없이 자기의 삶에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어느 방향으로 가고 싶은 지를 되게 치열하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끼리 자주 쓰는 표현이 있는데,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면 도시에는 아주 많은 그리기 도구가 있지만 도화지에 빈 공간이 없고, 지역에는 하얀 도화지가 널려 있는데 그림을 그리려고 하면 연필을 만들기 위해 광산에서 석탄 캐는 것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해요. 그래서 시골 언니는 약간 삶을 개척하는 개척자, 자기의 속도와 방향을 만들어 나가는 개척자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갑갑하거나 어려움이 많았던 도시의 삶에서 지역 살이가 저한테는 어떤 대안이 되었고 또 다른 답이 되었지만, 모든 사람들한테 지역이 대안이나 답이 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가 강화도에 오면 여기가 어떤 쉼표나 전환의 계기 혹은 친구 다정한 친구가 있는 장소는 되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걸 원하시는 분들이 많이 와서 함께 연결됐으면 좋겠어요.

우당탕탕 시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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