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언니 일곱번째 편지 : 지역과 내 삶을 돌보는 생태농업





성공의 공식도 정답도 흐려지는 시대 속 세상의 물살에 휩쓸리기 쉬운 지금,

?당신이 꼭 만나야할 시골 언니 (줄여서 '당만시')?에서는 자기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삶을 일궈나가는 8곳의 시골 언니들을 소개합니다.

이들의 느슨하지만 단단한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삶의 모양을 발견해보세요!

31816_1657613398.jpg
31816_1661130037.JPG

골목길 사이에 숨어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에서 강릉 언니들을 만났습니다. 여행지로 너무나 친숙한 강릉에서, 생태 텃밭을 가꾸고 제로 웨이스트 샵을 운영하는 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눈앞의 강릉 풍경이 다르게 느껴졌는데요.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각자의 고민을 섬으로 남겨두지 않고 연결하고자 하는 ?강릉 언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31816_1660895477.jpg
안녕하세요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디? 안녕하세요. 저는 강릉 이주 6개월 차 오디라고 합니다.

솜씨? 네 저는 강릉 이주 6년 차 솜씨입니다.

오늘?  네 저는 강릉 이주 8년 차 오늘입니다.

꽃마리?  저는 강릉 이주 25년 차 꽃마리입니다.

 

네 분은 어떻게 함께하게 되셨나요?

오늘? 제가 강릉에 이주하고 가장 처음 가졌던 직장이 ‘식생활 교육 강원 네트워크’였어요. 그때 꽃마리 쌤을 만나게 됐고, 이후에 ‘청년 나루’라는 단체와 청년 식생활 교육 프로젝트를 같이 하기 위해 컨택하면서 솜씨를 알게 됐죠. 2016년에 그 프로젝트를 하면서 같이 밥도 먹고, 농활도 가고,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그 이후에 생태 환경 쪽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계속 만나게 됐어요. 농사도 짓고요.

솜씨? 그러다 2018년쯤에 기후위기 문제에 공감하면서 서울에서 하는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도 다녀오고, 저희 공간 안에서 생태 도서 읽기도 하면서 내일 상회에서 제로 웨이스트 문화 운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생태 전환 마을이라는 가상의 마을을 만들고 기후위기를 고민하는 시민들을 연결하는 일을 하면서 강릉으로 재이주한 오디님을 발견했죠. 덥썩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서 내일 상회에서 같이 활동하게 됐습니다.

31816_1661302348.jpg
환경기후 문제에 공감하며 함께하고 계시는군요.

솜씨? 저는 지금 프리랜서처럼 활동하고 있는데 그전에는 산림 관련한 일을 했었어요. 강원도 지역의 산불 피해지를 복원하는 일도 하고, 해안숲 보존 운동 같은 것도 했었고요. 강릉 바닷가에 전국 규모의 화력 발전소가 지어지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우리 지역의 환경을 보존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 문제를 보면서 지역에서 관련된 활동을 좀 시작해야겠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은 어떠세요?

오늘? 저는 생태, 환경 문제에 워낙 관심이 많았어요. 당연히 농업에도 관심이 있었고, 농업 농촌이 되게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이었죠. 그래서 첫 직장도 그런 쪽으로 구했었고요. 그런데 관심은 계속 있었어도 기후위기 쪽에 중점을 두지는 않았었는데, 2018년이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당시에 그래타 툰베리의 혼자만의 운동이 전 세계로 퍼지는 시점이었고, 그즈음에 다큐멘터리도 보고 책도 보면서 기후위기가 정말 심각하다는 걸 깊이 인식했어요. 그때부터는 어떤 활동을 하든 기후위기를 잊지 말고 베이스로 깔고 활동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죠.

꽃마리? 저는 먹거리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가 자란 시골에서 자연적인 것을 많이 먹다가, 옆에 있는 오늘 님과 함께 식생활 교육을 하면서 자연스레 먹거리와 연관되는 농업에도 관심을 두게 됐어요. 그렇게 ‘청년 나루’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친구들이 생태 전환 마을을 만들고, 제로 웨이스트 샵을 운영하는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제가 나이가 많기는 하지만, 친구들을 통해서 뭔가 배우고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같이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오디? 저는 농사가 필수 과목인 대안학교에 다니면서, 나중에 나이가 들면 조용히 농사지으면서 살고 싶다는 개인적인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내일 상회를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고 난 뒤부터 기후위기나 생태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얼마 되지 않은 거죠. 공부하면 할수록 제가 너무 무지하게 살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면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솜씨? 그리고 저희가 지금 공동으로 텃밭을 가꾸고 있는데요, 올해 봄 가뭄이 엄청 심했거든요. 어땠는지 설명 좀 해주세요.

오늘? 저희 텃밭이 소수 인원만으로 가꾸기에는 조금 면적이 넓어요. 그래서 기후 농부들이라는 이름으로 같이 생태농업을 함께할 분들을 모셨어요. 올해는 정말 농사를 잘 짓고 싶었는데, 저희가 보통 5월에 모종을 많이 심잖아요. 봄 가뭄이 심해도 너무 심해서 모종들이 좀 많이 저 세상으로...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 있었어요. 작년에 비해서 열매나 채소 같은 것들이 아주 많지는 않은 상황이에요. 농사를 지으면 기후위기를 정말 몸으로 느끼게 돼요.

꽃마리? 저 같은 경우에는 강릉에 온 지 25년이 되었잖아요. 25년 전의 강릉과 현재의 강릉이 너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바닷가에 있는 해변의 길이가 엄청나게 짧아졌고, 점점 수면이 높아지고 해안 침식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껴요. 그래서 이 친구들의 활동을 지지해 주는 것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31816_1661304645.png
시골 언니가 되어보자고 마음먹은 이유가 궁금해요.

솜씨? 처음에 이 사업을 보고 뭔가 색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강릉에서도 농촌 마을에 땅을 구해서 농사를 지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 여성인데, 여성 청년들이 귀농 귀촌할 때 도와주는 과정 같은 게 없다고 많이 느끼고 있거든요. 연고지가 없는 곳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여성들을 위한 귀농 귀촌 활동을 기획했다는 것이 굉장히 색다르다고 생각했고, 저희가 하고 있는 활동도 귀농 귀촌 교육에 포함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역을 알아보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도 살리고 나도 살리는 생태 농업을 제안해보는 것도 저희의 역할이겠다 싶었어요.


특별히 여성을 위한 귀농 귀촌 활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솜씨? 저는 20대 후반에 강릉에 왔거든요. 그때 저는 제 한 몸 누일 집의 보증금 정도만 있는 상황이었어요. 한 300에서 500만 원 정도의 목돈만 바짝 모아서 강릉에 왔는데요. 집은 구할 수 있었지만, 또래들이나 언니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도 일단 집을 구한 다음에 바로 밭 구하고 농사짓고 이런 건 어려우니까 빨리 직업을 갖자 싶어서 직업을 구했고, 먹거리 교육하는 언니들을 만나서 장덕리 주문진에서 농사짓는 언니들도 알게 됐어요. 이 언니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농사, 귀촌 이런 건 생각도 못 했을 것 같고 외로워서 다시 돌아갔을 것 같아요.

오늘? 비슷한데요. 저는 10년 전에 30대 중반이었고 그때 연이 닿아서 서해의 작은 섬에서 짝꿍이랑 농사를 지으면서 한 2년 정도 살았었어요. 그때 가장 힘들었던 게 그 고립감이었어요. 좋은 분들도 많았고, 지혜로운 분들도 많으셨는데 그분들이 축적해온 문화가 저랑 너무 안 맞는 거예요. 항상 겨울이 되면 마을 사람들이 식사를 같이해요. 얼마나 아름다운 농촌 공동체입니까? 근데 제가 막내 새댁이잖아요. 매 끼니마다 80개의 그릇을 설거지해요. 매 끼니마다. 항상 나오라고는 안 하시죠. 그래서 저도 막 이렇게 한 번씩 삐대고 그랬을 때 저를 미워하시거나 혼을 내시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오히려 반찬도 싸주시고, 챙겨 먹으라고 또 오라고 하는 건데 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상이 나뉘어 있고 나는 막내라서 설거지를 끝까지 해야 하는, 이걸 평생 해오신 분들과 이걸 왜 해야 하지 생각하는 저의 차이가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강릉에 농사를 짓고 싶어서 온 40대 후반의 싱글 언니가 있었어요. 근데 이 언니가 싱글이라는 게 다 소문이 난 거예요. 그러니까 동네에 혼자 사는 총각이랑 연결해주려고 하고, 언니의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낮에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그 총각 남성분이 오신 거예요. 얼마나 공포입니까. 여전히 그런 일들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귀농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추천해드리는 책이 있는데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책이에요. 시골의 로망을 와장창 깨지게 해주는, 시골이 로망만 가지고 올 수 있는 곳은 아니기도 해서요. 자연도 좋고 문화도 좋지만 자기와 결이 맞는 공동체를 찾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꽃마리?  50대인 제가 느낀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제가 다른 시골에 가서 적응하려고 생각해보면, 내가 가진 고민을 툭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들어요. 그래서 농사짓는 환경도 중요하지만, 생각의 환경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을 저도 계속 느끼고 있어요.

솜씨? 그리고 저희가 지금 생태 농업이라는 이름의 농사를 짓고 있잖아요. 사실 기존의 밭과는 모양도 다르고 농사짓는 방식도 다르거든요. 이것만으로도 기존 마을 분들 사이에서 약간 이질적인 부분이 있어요. 뭔가 튀거나 다른 것에 대해 수용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많이 느껴요. 저희가 자원순환 농법으로 농사를 짓다 보니 비닐 멀칭도 안 하고, 현수막이나 박스 같은 걸 사용하거든요. 어르신들은 장난하는 것처럼 보시고 불편해하고 불쾌해하셨어요. 저희가 설명을 열심히 해드릴 때도 있었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정말 세대나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도 있어서 시간이 가면서 자연스럽게 보여드리면 좋겠다 싶었어요. 저희 밭은 꽃과 작물이 막 섞여서 자라는데 꽃핀 걸 보고 예쁘다고 하고 가시는 데 2년 정도가 걸렸어요. 2년의 시간을 저희도 참고 그분들도 참아 주신 거죠. 밭에 대해 소개하는 데에만 2년이 걸리는데, 마을에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일이 진짜 쉽지 않은 것 같아요.

31816_1661303229.png
31816_1661304537.png
시골 언니 활동에도 여성 감수성이 있는’ 귀농귀촌 교육으로서 퍼머 컬처를 제안해주셨어요그런데 여성 감수성이 있는 귀농귀촌 교육이란 어떤 것일까요?

솜씨? 생태 농업의 다른 명칭이 퍼머컬처예요. 저희는 이걸 농사 방법이라기보다는 생태적으로 삶을 전환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희가 사실 농사만 짓는 게 아니라 나 자신, 제 동료들과 우리 마을, 어떻게 보면 이 도시의 문화를 바꿔 가는 전환 운동을 하고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지금 농촌이나 농사로 전향을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삶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자신의 삶을 전환하려면 생태적인 가치를 지향하면서 자기를 돌보고 지구를 돌보는 귀농귀촌 교육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자기 자신이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그것에 맞는 마을 문화, 그것에 맞는 자립 기술, 돌봄 기술, 농사 방식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거죠. 그래서 여성들에게 생태적으로 살아보자고 제안하고 싶었어요. 저희가 제안하는 활동 안에는 지역을 돌아보는 것도 있지만 여성으로서 자기에게 필요한 자립 기술은 무엇인지, 전환 마을 운동 안에 있는 적정 기술 같은 걸 어떻게 자립 기술로 연결할 수 있을지, 나를 돌보고 지구를 돌보는 명상이나 요가 같은 활동을 통해 연결감을 찾는 활동들이 들어있어요. 

오늘? 저는 기본적으로 여성들이 소수자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자라오면서 겪는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요. 그래서 단순한 로망을 가지고 농촌에 오든, 트렌드여서 관심을 가지고 농촌에 오든. 어떤 경로로 다른 삶을 살아보겠다는 마음을 가졌든 간에 결국 이야기를 하다 보면 동물에 대한 감성이라든가 비건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 농사를 지어야겠다, 식물과 만나야겠다는 마음이 쉽게 통하더라고요. 그런 경험과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만나서 내가 섬이 아니고 우리가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힘이 되거든요. 제가 그 경험을 30대 초반에 했었고요. 

31816_1661304913.png
하지만 요즘 지역 이주를 할 때 농사를 고려하지 않는 분들도 많이 계시거든요농사를 꼭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이유가 궁금해요.

오늘? 저는 기후위기 시대에 모든 사람이 반쯤은 농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개발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땅 한 뙈기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 세상이란 말이죠. 제가 강릉에 이주한 지 이제 8년 차인데, 그 사이에 산이 없어지고 논이 없어지고 아파트가 올라오는 걸 실시간으로 보고 있어요. 그런데 논이 가진 생태적인 기능이 있고, 이 중요성을 아는 저희 같은 사람들은 정말 애가 닳거든요. 그래서 도시 농업을 하든 베란다에서 화초를 키우든 우리가 구할 수 있는 땅 한 뼘이라도 농사를 지었으면 해요. 그건 농업을 전업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거든요. 우리 모두가 이렇게 반쯤 농부가 되면 기후위기에도 훨씬 더 잘 대응할 수 있어요. 제 말투에서 느껴지시겠지만 정말 절실하고, 그런 동지들을 많이 만나고 싶어요.

솜씨? 저희가 제로 웨이스트 문화 운동도 하고 있는데요. 저희가 바라는 건 자기 분야에서 하나의 자원 순환 실천을 하는 것이에요.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니까 영화 만드는 분들, 청소년 교육이나 문화 예술 전시 이런 분들을 많이 알게 됐는데요. 저희가 제로 웨이스트 샵 <내일 상회>를 열었더니 그분들이 연락을 주시더라고요. 다 마음속에 부채감이 있으셨나 봐요. 내가 책을 만드는데 파쇄가 되면 이만큼 버려지고, 행사를 하기 위해 만든 현수막이 몇 개고, 영화 제작 현장에서 버려져 있는 플라스틱 물통이 몇 개고 하면서 같이 해결하고 싶다고요. 그래서 제로 웨이스트를 고민하는 영화감독, 제로 웨이스트를 고민하는 서점, 제로 웨이스트를 고민하는 동네 카페가 생겨났어요. 이런 게 진짜 전환하는 삶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저희가 ‘기후위기예요, 이상 기후가 오고 있어요!’ 라고 말하는 것보다 내가 식물 하나를 돌보고 한 가지를 실천하는 게 더 좋은 대응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연결된 마음들을 많이 보여드려서 작은 희망들을 청년들에게 주고 싶어요. 꼭 기후위기 활동가가 되어야 한다고, 기후 농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강릉에 왔을 때 기후 활동을 하는 시민들의 점들이 연결돼서 ‘우리 괜찮다, 안 괜찮지만 괜찮다’ 위로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오늘? 자연이랑 연결되는 감각을 잃어버린 게 우리가 겪는 문제들의 근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꼭 농일 필요는 없고요, 농경험을 가지다 보면 자연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다른 생태계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되고 농부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거든요. 우리나라 농업인이 전체 인구의 5%밖에 안 돼요. 5%가 95%를 먹여 살리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알게 되면 우리 꽃마리 쌤이 잘하시는 건데, 어느 지역의 농업인이 힘들다고 하면 그럼 그거 사서 아는 사람에게 보내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절로 생기거든요. 그 감각을 만들어내는 게 지금 시대에는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꽃마리? 저는 한 가지 더 붙인다면 그런 거예요. 지금 사실 수학 문제 한 문제 더 풀고, 기계 사용하는 법을 하나 더 배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교육은 우리가 벼를 어떻게 키우고, 옥수수를 어떻게 심고, 콩을 어떻게 키워서 수확하는지. 저는 그게 제일 중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현실적으로요.


시골 언니에서는 어떤 활동들을 하실 계획이신가요?

솜씨?  강릉에서 같이 활동하는 청소년들, 여성 활동가들, 기술자들, 문화 활동 기획자들 그리고 농사짓는 농부 언니들,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탄탄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드리려고 하고요. 강릉에 오셨으니까 같이 숲에도 가고 바다도 가려고 해요. 근데 저희는 좀 색다르게 강릉을 만나야겠죠. 그래서 그냥 가는 바다 말고 플로깅도 하고, 그냥 가는 산책 말고 산불 피해지에도 가보는 새로운 경험도 하려고 하고요. 저희가 같이 돌보고 있는 생태 텃밭에 가서 삽질도 해보고, 자기에게 맞는 허브도 만나고 허브 작물로 생활제도 만들 예정이고요. 적정 기술같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기술들을 익히는 활동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단하지는 않고요. 그냥 6일 동안 저희랑 같이 지내면서 저희가 어떻게 사는지, 저희의 삶, 저희의 친구들, 저희의 일상을 같이 만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31816_1661304880.JPG

특히 어떤 분들에게 추천하시나요?

오늘? 일단 기후위기, 생태농업, DIY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오시면 즐겁게 같이 경험할 것들이 많을 것 같아요.

오디? 저는 응원이 필요하고 위로가 필요한, 자기를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는 청년들이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여기 오기 전에는 제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제 삶을 디자인하지 못하는 평범한 20대 청년이었는데요. 진짜 멋진 언니분들을 만나서 이렇게 살아가면 너무 재밌겠다 싶은 걸 느꼈거든요. 여기 오시는 분들도 그런 분들이 오셔서 저와 같은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시골 언니 참가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요?

오늘? 저는 연결. 꼭 모두가 남을 필요는 없고요. 그분이 어디에 가든 저희와 연결되어 있다면 언제든 올 수 있는 거고, 저희도 그분을 찾아갈 수 있는 거니까요. 그렇게 저희와 연결된 분들이 전국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꽃마리?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꼭 여기가 아니라도 다른 지역에 정착하시면, 저희가 그곳에 가서 그곳의 살림살이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환경이 어떻고, 농촌 문화라든지 그곳의 문화가 어떤 것인지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혹시 힘들 때는 강릉에 와서 하소연하면서 이야기 나누고 고민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솜씨? 저는 야욕이 있습니다. 저희가 한 30명 대상으로 할 거거든요. 10명씩 3기를 운영할 건데요. 30명 중에 10%, 3명은 강릉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본격적으로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생태적으로 삶을 디자인하고 싶은 여성 청년들을 꼬셨잖아요. 강릉 언니들과 함께하자고 했으니까 그런 걸 고민하시는 분들은 저희와 결이 맞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희와 같이 대응해 나가고 고민하는 분들을 3명만 남겼으면 좋겠다는 야욕을 좀 가지고 있고요. 저희가 뭐 대단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에요. 그냥 위기에서 서로 잘 돌보자 이것뿐이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 강릉에 있다는 것만 잘 전달돼도 좋을 것 같아요.

우당탕탕 시골 이야기!

매주 금요일 뉴스레터 안녕, 시골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