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홍시님_#1. 우리는 어쩌다 시골에 살게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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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
전남 장흥에 거주ㅣ초보농부ㅣ그림작가 지망생

#1. 우리는 어쩌다 시골에 살게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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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

나는 정읍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자연의 다채로운 색깔을 느끼며 살았던 시간들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대부분은 도시로 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그것이 성공하는 길이라 확신하는 듯했다. 이상하게도 나는 도시에 살고 싶은 적이 없었다. 어쩐지 나와는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서울에서 살게 되었을 때도,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일터는 ‘생태공원’. 조금만 나가면 빽빽한 빌딩 숲이지만, 내가 활동하는 공간은 시골과 다를 바 없는 자연이었다. 그 자연에서 일할 때는 지하철 안이나 도시의 거리를 거닐 때 느끼는 감정과 다른 종류의 것임을 알아차렸다. 그 활동을 통해 나는 자연 속에 있을 때 더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터로서의 자연도 꽤 좋았지만, 어느 순간 삶 전체를 자연으로 옮기고 싶었다. 도시의 경쟁, 빠른 속도, 화려한 불빛 같은 것들과 나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저 자연의 흐름에 맞춰, 주변의 속도가 아닌 나만의 고유한 속도로 살고 싶었고 그것이 시골에 가야 할 이유가 되었다. 옆지기인 돌배님도 시골살이에 대한 꿈을 꾸고 있었기에, 같이 준비해 보자 마음먹었다.


우리에게 준비는 ‘돈’은 아니었다. 얼마나 충분한 돈이 있어야 시골에서 즐겁게 살 수 있을까 계산기도 두드려봤지만 그 정도 돈이 있을 리 만무했고 정말 행복할까 의문도 들었다. 더군다나 시골은 돈이 적어도 먹을거리만큼은 제 힘으로 지어서 먹을 수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생각했다. 우리의 준비는 ‘귀농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 귀농에 대해 처음 이야기했고, 교육하고, 농사를 비롯한 다양한 자급기술을 알려주는 곳, ‘전국귀농운동본부’의 활동가가 된 것이다.

 

나는 1년 농사학교인 ‘소농학교’의 활동가로 일했는데, 덕분에 논농사와 밭농사를 비롯해 다양한 것들을 익힐 수 있었다. 학생들과 논과 밭에서 부대끼며, 같이 일하고, 같이 먹고 쉬는 일상이 더없이 좋았고 그 시간을 통해 시골살이에 대한 그림을 좀 더 또렷하게 그려볼 수 있었다. 2년의 활동을 한 후 이제 나의 농사를 지어 내가 먹을 것을 자급하고, 덜 의존하는 삶을 실현할 때가 되었다고 확신했다.

 

그렇게 작년 3월 우리는 전남 장흥으로 거처를 옮겼다. 동백나무로 둘러싸인 작은 숲속집으로!

시골로 내려오자 우리의 일상은 도시에 살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1년 동안은 임금노동을 하지 않고, 쉬어가기로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시도하고 실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1년 논농사 학교인 ‘얼척 없는 벼농사’활동을 시작으로, 마을가게와 마실장에 우리가 만든 것들을 내다 팔고, 이런 저런 소모임에도 참여했다. 하루하루가 마법처럼 다양한 색깔로 채워졌다.


숲속집의 삶은 어떤가. 숲속집 옆에 작은 텃밭에서 감자, 고구마, 고추 등 농사를 지어 먹는 즐거움을 누렸다. 숲으로 가서 산책하고, 쓰러진 나무도 가져오고, 구들에 불 피우는 느린 삶. 삼시 세끼 밥 해먹는 단순한 일상. 마을과 동떨어진 곳이어서 우리의 사는 방식에 대해 그 누구도 참견하지 않는다. 어쩌면 온전한 자유로움을 느낀 것도 같았다. 그렇게 시골에서의 삶은 우리의 색깔, 우리의 속도, 우리의 모양대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따금 사람들이 우리에게 ‘왜 시골로 내려왔어요?’ 라는 질문을 할 때 뭔가 그럴싸한 대답을 해야 한다는 약간의 강박이 있었다. 살아보니 그 이유가 거창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만의 행복을 찾고 싶어서 그리고 단순하게 살고 싶어서’ 그래서 우리는 시골로 왔다. 여전히 삶이라는 가지각색의 혼란과 갈등 속에 있지만, 소소한 행복의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다.

우당탕탕 시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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