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시골친구_남해의 하성민&안지원 님을 소개합니다!





+시골의 가치와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을 소개하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통해 시골 생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안녕시골은 그걸 '시골친구'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전국 방방곡곡 시골친구를 직접 만나 나눈 이런 저런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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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시골친구 @하성민&안지원 with 에디터 원영

창작집단 ‘카카카’ 멤버 | 잡지 <우리가 소멸하는 방법> 출판 | 식당 ’오를라섬’ 운영
인스타/유튜브 @cacacaontheshore

 

‘카카카’는 창작집단이다. ‘해변의 카카카’라는 이름으로 출판, 그래픽디자인, 영화제, 지역살이 프로그램 등을 통해 로컬콘텐츠를 기획하고 브랜딩한다. ‘카카카’는 요즘 커리 식당도 운영한다. 이름은 ‘오를라섬’. 그곳의 매콤한 커리 한 접시마저도 ‘카카카’스럽다.


지역과 영감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들이 창작하는 다종다양한 작업들은 어느 하나 빠지면 서운하고 함께 있기에 감칠맛이 난다, 마치 커리 속 향신료처럼. 어쩌면 당신은 ‘오를라섬’에서  커리를 먹다 “새로운 세계의 일부”를 잠깐 맛볼 수도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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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카’에서 두 분은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나요.  

주로 글과 관련한 일들이요. ‘해변의 카카카’라는 출판사를 통해 잡지 <우리가 소멸하는 방법> 기획부터 발행까지 전반에 참여하고요. 그외 기획 일도 하고, ‘카카카’가 만나는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을 맡을 때도 있고요. 개인적으로도 꾸준히 글쓰는 작업을 해요.

처음 남해에 왔을 땐 멤버들과 영화제 기획을, 그후 몇 년간 서울과 남해를 오가며‘오를라섬’(‘카카카’가 운영하는 스파이스 비스트로) 공간 구상을 함께했고 지금은 ‘오를라섬’의  메인 셰프로 일해요. 개인적으로는 음악을 만들고요.

두 분을 포함한 총 다섯 명의 ‘카카카’ 멤버들은 남해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더 설명해주신다면요. 

‘카카카’가 하는 비즈니스는 크게 네 가지예요. 출판 사업, 기획사 혹은 디자인 스튜디오로서 의뢰받는 아웃소싱 사업, 그리고 남해 서면에서 식당 ‘오를라섬’을 운영하고 셀렉숍도 준비하고 있죠. 각자의 역할이 있지만, 여러가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는 데다 조금씩 겹치고 연결되는 지점들이 있어서 필요에 따라 멤버들이 중첩돼서 일하고 있어요. 


지금의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처음부터 다섯 명의 멤버가 남해로 온 건가요. 

2018년에 남해로 온 멤버도 있고, 남해와 서울을 오가다 뒤늦게 정착한 멤버도 있어요. 또 서울에서부터 알고 지낸 친구, 남해에서 저희가 기획한 프로그램을 통해 ‘카카카’에 합류한 친구도 있고요. 남해로 이주한 시기나 계기는 멤버마다 다르죠. 초반에는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각자의 프로젝트를 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다 작년에 들어서야 지역에서의 삶을 더 오래 지속하기 위한 경제 활동이 필요하겠다는 멤버들 간의 합의가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비즈니스를 꾸려야 할까 실험하는 과정 중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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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카
어느 날 갑자기 젊은이들이 시골에 등장했으니 한동안 이웃들의 이목을 끌었을 것 같은데, 관계가 자연스러워지기까지 부담감이나 어려움은 없었나요.

한두 명이 지역에 내려올 때 느끼는 부담감과 조금 다를 것 같아요. 혼자라면, 관계 안에서 정보를 얻고 자원을 구하는 게 더 중요할 테니까요. 초반에는 젊은 애들이 남해 와서 영화제 열고, 전시한다고 떠들썩하니 지역 신문사에서도 자주 찾아왔죠. 호기심에, 혹은 응원차 찾아주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그런데, 저희가 농업이나 어업 같은 1차산업에 종사하질 않으니 마을 어른들과 대화할 소재가 없더라고요. 부딪칠 일도 그닥 없고요. 텃밭 농사지을 때, 오가며 인사나누는 정도?

멤버마다 각자의 방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친구는 지역 주민과 처음부터 교류를 많이 했지만, 저는 적극적인 편은 아니었어요. 지역 주민들과 밀착해서 잘 지내는 게 우선 순위는 아니었거든요. ‘얘네, 뭐지?’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애써 설명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한두 명이었다면 주눅들기도 했을텐데 여러 명이니 마을 어른들과 잘 지내야 한다는 스트레스나 부담감이 덜했어요. 주민분들도 저희를 선뜻 대하기 어려웠을 거고요.

지내면서 우리를 받아들여주고 재밌어해주는 분들과는 자연스레 관계가 이어졌어요. 마음이 잘 맞는 또래 친구들도 생겨서 같이 축구도 보고, ‘오를라섬’ 식재료를 납품받기도 하고요. 사실,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데요. 저희에겐 엄청 중요한 고민은 아니었어요. 물론 주민들과 잘 지내야지 생각하지만, 그 관계가 있어야 우리도 있다고 보진 않거든요. 먼저 우리가 있어야 지역과 관계도 있을 수 있다는 관점에서 관계 맺어왔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지역에 바짝 달라붙지 않고, 어느 정도 틈이 있었던 게 우리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자연스러운 관계를 만들기에 오히려 좋지 않았나 생각해요. 


‘카카카’가 잃고 싶지 않은 색깔은 뭔가요. 

지금까지 멤버 각자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왔어요. 처음부터 ‘카카카’가 어떤 집단인지 정의를 갖고 출발하지 않았던 거죠. 저희가 하는 활동들을 보고 사람들이 궁금해하기 시작하면서 저희도 찾기 시작한 거죠, ’카카카’의 정체성을. ‘카카카’의 색깔은 멤버 한 명 한 명의 캐릭터로부터 나와요. 멤버들이 하고 싶은 것, 아이디어가 이미 ‘카카카’스러운 거니 그걸 잘 발현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브랜드로서 ‘카카카’를 설명할 언어를 찾는다면, ‘로컬 콘텐츠를 브랜딩하는 팀’이 아닐까.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일들이 그 맥락 안에 있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카카카’는 어떤 필터를 가지고 로컬 콘텐츠를 만들지, ‘카카카’의 고유함을 만들어내는 요소는 무엇일지 고민은 계속 필요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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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카
‘카카카’의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새로운 세계의 일부를 보여주고 싶다”는 성민님의 인터뷰를 본 적 있어요. 지금도 그 원동력은 여전한가요. 

맞는 것 같아요. 특히나 <우리가 소멸하는 방법>을 만들면서는 기존에 발견될 만한 메시지는 주지 않으려고 신경썼어요. 조금 비틀어지거나 다른 얘기들이 사람들에게 가닿았을 때, 반응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즐거움이 있죠. <우리가 소멸하는 방법>이 저에게는 지역에 대해 사람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는 매개로서 작용하는 것 같아요. 

남해에 오기 전까지 회사를 다녔어요. 회사에서 정해진 방향 안에서 주어진 일을 하다 보니 그 틀을 벗어나 내 관점을 반영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좋아하는 걸 내 관점대로 온전히 만들어보자고 한 게 ‘무인도 영화제’였죠. 그 후에도 친구들과 이런저런 일들을 벌여온 원동력에는 이곳에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어요. 그런데 친구들과 재밌게 놀기만 했던 초반과 달리, 사업체로서 ‘카카카’의 정체성과 방향을 고민하느라 몇 년을 보낸 지금엔 나 개인은 희미해진 기분을 느껴요. 다시 개인적인 차원에서 여기서 원하는 것, 가고자 하는 방향을 생각해보려고요. 개인적인 원동력은 다시 찾는 중이에요.  


처음 남해에 왔을 때 힘들었던 점을 떠올려본다면 요즘의 고민과 무엇이 다른가요.

고민이 달라졌다기보다는 복잡해진 것 같아요. 관계가 어렵고,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돈도 시간도 부족한 상황은 처음과 비슷해요. 그래도 그땐 지금보다 단순하게 선택했어요, 뭐든 해봐야 아니까. 그런데 지내는 동안 정보가 많아진 만큼 고려해야 할 것도 많아지면서 오히려 내가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지 감각이 더 모호해진 기분이 들어요. 그 와중에도 선택은 빨리 해야 하고.

내가 별 생각이 없나? 저는 어렵다고 느낀 게 별로 없어요. 물론 갈등도 있고 일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은 순간들도 있지만, 그건 어디에서 무얼 하든 똑같으니 남해에 살아서 어려운 점이라고 말하긴 어렵고요. 달라진 점이라면, 오히려 즐거움을 느끼는 폭이 넓어졌다는 거예요. 처음 남해에 왔을 때엔 사람들과 시끌벅적하게 노는 것 자체가 마냥 재밌었어요. 지금은 우리가 만드는 책과 디자인, 공간 안에서 사람들과 교류하고 또 그 프로젝트들을 통해 경제적인 자립을 그려보는 것까지 즐거움을 느껴요.

팀 ‘카카카’와 멤버 개개인의 원동력이 언제나 비슷할 순 없을텐데, 그럼에도 멤버들이 ‘카카카’로 모이는 힘은 뭘까요.

‘카카카’가 함께하기 위한 약속 같은 걸 깊이 얘기해본 적은 없어요. 다만, ‘카카카’가 서로에게 가지는 일관된 태도는 언제든 그 사람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거예요. 그간 새로운 멤버가 들어오기도 하고 떠나기도 하는 과정에서 유지해온 태도인 것 같아요. 네가 여기에서 우리랑 같이 일하든 원하는 바를 찾아 떠나든 너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태도가 서운할 때도 있지만, 그 느슨한 여유가 ‘카카카’의 힘이기도 하지 않나.

이들과 함께일 때 재밌는 건 분명하니까요. 그리고 믿음이 있어요, 이 친구들과 함께해서 잘될 거라는. 이 친구들과 함께 일하고, 생활하는 게 너무 재밌고 중요해요. 그런데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중요하게 다루면 안 된다고 보는 성향이 있어요. 중요하게 여길수록 더 긴장하게 되고 중요한 것을 도로 놓치기 쉽다고요. 멤버들과 관계도 저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함께하기 위해 만든 약속과 규칙때문에 관계에 긴장감이 끼어드는 게 싫었던 거죠. 그런데 공동의 약속이 없다는 건 한편으론 멤버 개인이 불안을 알아서 해소하도록 요청한 건 아니었을까, ‘카카카’ 안에서는 어떤 힘과 약속이 필요할까 고민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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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카
2023년 ‘카카카’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무인도 영화제’나 ‘무럭무럭(창작자 지역살이 프로그램)’ 처럼 다양한 사람들을 남해로 초대하는 이벤트도 있나요. 

올해는 식당과 편집샵이 잘 자리잡을 수 있을지, 브랜드로서 ‘카카카’가 잘 팔릴지 검증하는 해가 될 것 같아요. 지역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재밌는 사건들을 만들고 싶은 생각도 여전해요. 사람들과 만나는 이벤트는 저희에게도 필요한 시간이에요. 지역에서는 새로운 관계와 기회를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우리끼리 고일 것 같다는 걱정도 있거든요. 남해와 연결을 만들고 싶은 분들에겐 ‘카카카’가 계기가 되면 좋겠고요. 이젠 저희만의 공간도 생겼으니, 이곳을 잘 활용해보고 싶네요.

<우리가 소멸하는 방법> 4호가 조만간 나올 것 같아요. ‘무럭무럭’도 기획하고 있고요. 친구들과 즐겁게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게 ‘카카카’의 모델이기 때문에 관계를 확장해나가는 즐거움도 저희에겐 중요해요. 그리고 멤버 다섯 명이 하기엔 지금 너무 많은 일들을 벌여놔서 함께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나는 건 언제나 환영이죠.


마지막 질문이에요. 지역에서 살아볼까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면, 어떤 이유로 남해를 추천할 것 같나요.
‘카카카’가 있다. 우리랑 놀면 재밌지 않을까요. 남해의 아름다움이야 말하지 않아도 그 친구가 차차 발견해나갈 부분이겠죠. 남해는 적당한 밀도가 있는 곳이에요. 귀농귀촌으로 인기가 많은 다른 지역에 비해선 유입 인구가 적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하는 친구들이나 귀촌한 청년들이 아예 없지도 않거든요. 적당한 밀도 안에서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연결감이 있어요, 가끔 만나고 서로의 일을 응원하면서.  

공동체 문화나 협동조합 모델을 지향하며 활발히 움직이는 지역들이 있다면, 그에 비해 남해는 야생에 가깝달까.이런 분위기가 성향에 맞는 분들에게는 무엇이든 시도해볼 수 있는 장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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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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