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홍시님_ #2 장흥에는 마을가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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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
전남 장흥에 거주ㅣ초보농부ㅣ그림작가 지망생

#2 장흥에는 마을가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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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

내가 사는 장흥에는 신비한 가게가 있다. 이름도 정겨운 ‘마을가게’. 가게는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고, 누구든 자기가 가지고 온 갖가지 물건들을 내놓고 팔 수 있다. 직접 지은 농산물부터, 발효빵, 비누, 김치, 묵, 두부, 계란 등 종류도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가격은 판매자의 마음대로 정하고, 판매 금액의 10%는 마을가게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바쁜 사람도 아침에 마을가게에 물건을 두고 가면, 점원이 대신 팔아준다. 점심에는 채식을 지향(!)하는 ‘도래밥상’도 열린다. 각자 반찬 한 가지씩을 싸와 동그랗게 둘러앉아 함께 먹는다.

 

누구든 팔 수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린 가게라는 뜻이다. 우리 같은 새내기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이든 팔아보자는 의지(?)로 시작된 갖가지 생산품들! 그 시작은 ‘늙은 호박잼’이었다. 5월경 시장에서 맷돌호박 모종을 3개 정도 사와 밭에 심었는데, 처음에는 비실비실하더니 7~8월이 되자 기세를 떨치며 호박이 하나둘 열리기 시작, 10월 즈음이 되자 열댓 개가 잔뜩 열린 것이다. 호박찌개, 호박전, 호박볶음 등등 이렇게 저렇게 아무리 먹어도 줄지 않던 호박들. 풋것은 요리해서 먹는다지만, 늙은 호박은 어찌하면 좋을까 고민이 많았다.

 

돌배님이 ‘늙은 호박잼을 만들어서 판매해보면 어떨까?’ 제안한 아이디어로 시작된 잼 만들기! 단단한 늙은 호박 손질은 쉽지 않았다. 호박 껍질을 필러로 벗기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안의 씨앗은 긁어내고, 더 잘게 잘라 큰 냄비에 넣고 끓이면 된다. 물은 조금만 넣는데, 호박에서 수분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 호박이 가진 은은한 단맛이 있어 설탕을 많이 넣지 않아도 된다. 여기서 돌배님의 킥! 풍미를 위해 계피가루도 넣는다. 이제는 인내의 시간. 눌어붙지 않게, 찐득찐득하게 졸여질 때까지 주걱으로 계속 저어줘야 한다. 2시간여를 가스불 앞에서 잼을 만들며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잼이 맛있어야 할 텐데 걱정도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열 개의 달큰한 늙은 호박잼. 마을가게 점원에게 이번에 호박잼을 팔아도 되겠냐고 물어보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단번에 OK! 뜬금없이 나온 새로운 물건에 사람들의 호기심이 동하였고, 금세 팔 수 있었다.

 

처음 시도한 마을가게 판매 활동은 대성공! 그렇게 호박잼으로 시작해, 고구마잼, 유자차, 부의주까지 다양한 것들을 직접 만들어 팔아볼 수 있었다. 처음 시골에 내려와 어떤 기반도 없이 소소한 생산물을 팔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있겠는가. 사람들은 맛도 가격도 따지지 않고(?) 우리의 새로운 출발과 시도를 묵묵히 응원해주며 흔쾌히 사주었다. 그 온전한 받아들임에 놀라기도 감동스럽기도 했다(후문으로는 잼과 부의주는 아주 맛있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마을가게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가게’의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때론 아이들의 공부방이자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의역학을 비롯한 명리 공부, 각종 모임과 세미나의 장이 된다. 그중에 제일 으뜸은 누구든 들러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랑방’이다. 새로 온 물건 이야기, 농사 이야기, 사는 이야기 등 갖가지 이야기들이 마을가게 안을 가득 채운다. 게다가 손님과 점원이 있지만, 경계는 흐릿해지곤 한다. 점원이 바쁘면 손님이 알아서 계산해서 가고, 놀러 온 친구가 대신 판매해주기도 하고.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서로 돕고, 나누는 따듯함과 정이 오고 가는 곳이다. 처음 내려와 친구를 따라간 마을가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이따금 들르다 보니 천천히 사람들 안에, 지역의 정서에 녹아들 수 있었다. 물론 나처럼 수줍음이 많은 사람에게는 처음 발을 들이는 것이 조금 어려울 수 있다. 그렇지만 한 걸음만큼의 용기를 내면, 손님과 점원 누구 할 것 없이 밝은 웃음으로 인사해 줄 것이다.

 

“홍시! 돌배! 어서와요~”

우당탕탕 시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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