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홍시님_ #3 함께 하는 즐거움, 소농두레





@홍시
전남 장흥에 거주ㅣ초보농부ㅣ그림작가 지망생

#3 함께 하는 즐거움, 소농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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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

우리는 작년 12월 우연한 기회로 450평 정도의 논을 구하게 되었다. 시골로 내려가면 제일 먼저 논농사를 짓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내려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우리의 논이 생긴 것이다. 모내기부터 추수까지 기계는 최소한으로 쓰고, 손으로 지을 생각이었다. 그런 면에서 초보 농부인 우리에게 450평은 조금 큰 감이 없진 않았지만, 작은 평수의 논이 나오기가 흔히 있는 일이 아니라 냉큼 계약했다.

 

이렇게 논을 마련하고 나서 어떻게 농사지어야 하나 고민할 틈도 없이 ‘소농두레’가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소농두레는 4년~5년 정도 되는 농사 공동체로 회원 각자의 논이 있다. 굵직굵직한 논농사 작업을 함께 모여 활동하는 모임이다. 우리도 자연스럽게 소농두레의 회원이 되었다.

 

3월 첫 모임에서는 한 해 활동에 대한 소개와 공동 작업 일정들을 잡았다. 함께 하는 작업은 꽤 많다. 왕겨 훈탄 만들기, 흙 채취, 상토 만들기(왕겨 훈탄, 부숙퇴비, 흙 섞기), 볍씨 소독, 볍씨 파종 및 못자리, 모내기, 추수까지. 밭농사는 혼자 사부작사부작할 수 있는 것이라면, 논농사는 함께 손 모아 힘 모아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첫 번째 작업은 왕겨 훈탄 만들기. 회원 대다수가 토종벼 농사를 짓다 보니, 시판 수도작상토를 쓰기보다 직접 상토를 만들어 쓴다. 훈탄은 왕겨를 태워 만드는데 꼬박 9시간~10시간 정도 걸린다. 훈탄은 흙을 가볍게 만들어 주고, 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 주어 상토 만들 때 중요한 재료가 된다. 올해부터는 회원들이 늘어, 이틀에 걸쳐 훈탄을 만들었다. 그렇게 경운기 두 대 분량의 훈탄이 완성되었다.

두 번째 작업은 흙 채취. 뒷산으로 올라가 겉흙을 걷어내고 10cm 깊이의 흙을 채취한다. 여럿이 하니 작업이 금세 끝났다. 이렇게 모은 흙과 부숙퇴비와 훈탄을 고르게 섞어주면 상토 제작 끝.

세 번째 작업은 볍씨 소독. 먼저 열탕소독을 해서 도열병 등 각종 병원균을 없애고, 이후에 물에 볍씨를 띄워 가라앉은 것만 종자로 쓴다. 토종 벼는 수선(물 가리기)만, 보급종은 염수선(소금물가리기)을 한다.

네 번째 작업은 제일 중요한 볍씨 파종. 소독한 볍씨를 집에 가서 아침에는 물에 담그고, 저녁에는 빼주며 촉을 틔운다. 5일에서 7일이면 촉이 나온다. 모판에 물을 뿌리고, 촉이 튼 볍씨를 50~60g씩 고르게 뿌리고 상토로 살짝 덮어준다. 종류별로 해야 헷갈리지 않는다. 볍씨 파종을 다 했으면 같이 만든 못자리에 모판을 차례대로 놓고, 부직포를 덮어 보온한다. 벼가 3엽 정도 나오면 부직포를 벗겨준다.

이렇게 모내기에 앞서 굵직한 일들은 끝이 났다. 논을 갈고, 물을 잡는 일은 각자의 몫. 우리처럼 새내기들은 선배 회원의 도움을 받아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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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

사실 농사를 조금 안다는 사람들의 눈에는 소농두레는 별종으로 보일 수 있다. 요즘에는 수도작상토는 농가별로 나오니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 볍씨 파종도 그렇다. 기계로 하면 1~2시간이면 끝나는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손으로 하는 이유는 뭘까. 조금 더디고 느리더라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려는 것이고 조금 더 생태적인 농사를 지으려고 하는 까닭이다. 찬찬히 둘러보면 지금의 농촌 풍경은 조금은 삭막한 느낌이 든다. 논농사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모내기, 추수에서 논에는 2~3명이 전부다. 한 사람만 나와 있는 경우도 많다. 기계가 사람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관점에서는 ‘효율’적일지 몰라도 사람 냄새가 안 난다. 옛날 농촌에서는 모내기 날에는 막걸리와 갖가지 새참을 나눠 먹으며 함께 줄 맞춰 모를 심는 풍경이 살아있었다. 두레와 품앗이가 그것이다. 장흥에는 ‘소농두레’가 있다. 옛사람들이 그랬듯이 힘을 모아 일한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를 이상하게 볼지도 모른다. 왜 그리 느리게 사냐고, 좋은 기계 써서 하면 될 일을 힘들게도 한다고. 서로가 가진 가치와 이상이 다를 수 있다. 그것을 고치려 들지 않고, 바꾸려 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공존할 수 있다. 그게 사는 지혜가 아닐까?!

이제 모내기가 코 앞이다. 함께 노동요를 부르며, 한 줄 한 줄 모를 심을 날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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