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시골친구_제천의 솔구&수영 님을 소개합니다!





+시골의 가치와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을 소개하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통해 시골 생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안녕시골은 그걸 '시골친구'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전국 방방곡곡 시골친구를 직접 만나 나눈 이런 저런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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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시골친구 @솔구x수영 with 에디터 무해

덕뿌네공방 운영 | '농촌에서 살아보기' 참여자


인스타그램 @duckbbunae

 

충주호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 끝에 덕산면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조용한 시골 마을이라는 예상과 달리 남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곳.


이십 년 가까이 이상을 실현하려 애쓰는 대안공동체 제천 간디학교, 손수 내 집 마련하려는 이들이 모인 한겨레 작은집건축학교 등 예사롭지 않은 존재들이 눈에 띈다. 고개를 들어 풍광을 둘러보니 이곳을 호위하는 듯한 월악산의 강한 정기마저 느껴지는데.


농촌에서 살아보기란 프로그램으로 제천시 덕산면에 정착한 두 청년을 만났다. 도시에서 시골로 오기까지 이곳 덕산과 닮은, 작지만 단단한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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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충북 제천시 덕산면에서 김수영 씨와 함께 덕뿌네 공방을 운영하는 박솔희(솔구)라고 합니다.

농촌에서의 삶을 꿈꾸며 충청북도 제천시 덕산면에 내려온 수영이라고 합니다. 제가 사실 무척 무기력한 사람이었는데 시골에서 1년간 지내면서 없던 의욕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두 분은 어떻게 이곳에 내려와 지내게 되셨나요.

저는 디자인을 전공해 졸업하고 쭉 관련된 일을 했어요. 인쇄물, 웹, 광고 디자인 등 7년 정도 하다가 매너리즘이 심하게 와서, 진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고민했죠. 도시에 살 당시 지치면 공원이나 산을 자주 찾았는데, 그걸 보고 제가 힘들 때 자연에서 위로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 이후로 귀농 귀촌에 관심이 많아졌고 작년 한 해만큼은 저한테 방학을 주자는 마음으로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어요. 

저는 딱히 경력도 없고 개인적인 문제로 일을 오랫동안 쉬었어요. 그러다 이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창업을 결심했죠. 직접 만든 물건을 팔고 싶어서 목공방을 열 생각이었어요. 서울에서 친구랑 같이 살면서 목공 기술을 배웠는데 수준이 높지 않아서 바로 창업하기는 무리였어요. 설상가상으로 코로나까지 터지면서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그때 농촌에서 살아보기라는 좋은 프로그램을 알게 돼 시골에 내려와 지내고 있어요.


'농촌에서 살아보기'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최하는 귀농 귀촌 프로그램으로, 저희가 참여한 농촌에서 살아보기는 마을 공유 목공방을 운영해 보는 사회 경제적 프로젝트였어요. 손기술을 익혀 직접 몸 쓰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고 그중 목공을 좀 더 주도적으로 해볼 수 있는 환경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목공방 운영이 테마였죠.

예전부터 농촌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유튜브나 인터뷰를 자주 찾아봤는데 귀촌하신 분들이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더라고요. 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농촌에서 살아보기라는 프로그램이 있었고 그 안에 귀농형, 귀촌형, 프로젝트형 세 가지 유형이 있었어요. 귀농 귀촌형은 주로 나이가 들어 은퇴하신 분들이나 귀농을 원하는 가족 단위의 프로그램 위주라 부담스러웠죠. 목공방 운영을 테마로 진행하는 프로젝트 형이 괜찮을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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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뿌네공방

프로그램이 끝난 후, 농촌에 정착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가장 큰 이유는 같이 지낸 사람들이 좋아서였어요. 목공방 운영도 재밌었고요. 이곳에서 목공 연습할 겸 배우면서 지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붙임성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 가서 다시 적응하는 일도 엄두가 나지 않았죠.

저도 비슷한데요, 사실 목공방을 운영한다는 취지가 맞아서 왔지, 농촌에 큰 기대를 하고 온 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과의 만남이 정착의 계기가 됐달까. 또래 귀촌인들뿐 아니라 중장년 세대와도 교류하며 지냈는데, 저희가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고 하면 교육 프로그램을 열어주시는 등 도움 주신 적이 여러 번 있었어요. 그분들이 내어주시는 마음을 보면서 '나도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고 그게 이어져 남아 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선배 귀농 귀촌인 분들의 영향이 컸네요. 덕산에 귀농 귀촌인들이 많나요.

아마 이천 년대 초반에 간디학교가 생기면서 그때 귀농 귀촌인들이 되게 많이 생긴 것 같아요. 당시에 학부모님이셨던 분들이 이십여 년을 여기서 거주하면서 이제 50~60대가 되셨죠. 이들을 필두로 하는 ‘마실’이라는 마을 커뮤니티가 있는데 능동적이고 생각도 트여 있어서 활동들도 재밌고 저희가 끼어들기에 부대낌이 없어요. 그래서 청년들이 지내기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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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뿌네공방  

프로그램이 끝나서도 목공방을 계속 사용할 수 있나봐요.

원래 여기가 주인 없는 목공방이었는데 건물이 오래 방치되어 있어서 청년 마을에서 인수해 공간을 살려보자고 한 걸로 알고 있어요.

덕산 청년 마을의 기조나 철학은, 청년들이 자기 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역할, 즉 청년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는 거예요. 청년 마을 대표님께서 저희가 공간을 무상으로 사용하게끔 배려해 주시고, 또 창업 자금 육성 과정 같은 사업도 알아봐 주시면서 그 속에서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이나 조언도 많이 해주세요. 목공방을 창업하고 운영하기란 정말 큰돈이 필요한데 저희는 자본금 거의 없이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거니까 감사하죠.


수익적인 면은 어떤가요.

당장 수익 사업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형태는 아니라 좀 어렵긴 해요. 주로 주변에서 소개받은 일들을 하는데요, 근처에 목공방이 없기도 하고 청년들이 운영하니까 어른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이외에 농촌에 필요한 일을 생각하다 올해 집수리 교육을 받았어요. 농촌민들의 주거 환경이 방치되고 있어서 이를 해결하려는 면이나 시의 지원 사업에 참여할 생각으로요. 작년에 한겨레 작은집건축학교도 수료했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또 지역 특화 상품을 개발해 관광객 대상으로 판매하거나 클래스를 열어보려고요. 플리마켓을 나갈 수도 있고요, 시골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소득을 만드는 친구들이 매우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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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뿌네공방

1년 넘게 시골살이를 해보니까 어떠세요.
제가 상상했던 농촌 생활은 한적한 곳에서 혼자 지내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습이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시골에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른 지역과 교류하는 등 연결이 많아요. 아직까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관계 같아서 재밌어요.

생각보다 도시의 편의성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요즘 제힘으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서 살고 있는데, 시골에서는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 많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조금씩 늘어간다는 감각이 좋아서 만족스러워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귀촌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저는 딱히 경력도 없고 에너지도 넘치지 않는 사람인데 농촌에서 잘 지내고 있거든요. 솔직히 시골 어른들이 에너지나 의욕이 넘치는 청년들을 기대하는 느낌이 있어요. 하지만 저 같은 젊은 사람들도 많다고 생각해요. 저도 잘 지내니까 자신 있게 시골로 내려오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농촌에 안정적인 일자리가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거리는 많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무턱대고 내려오기보다 정말 내가 여기서 지낼 수 있는지 농촌에서 살아보기라든지 한 달 살기, 시골 언니 프로젝트 같은 장단기 프로그램을 체험하면서 고민을 많이 해보고 내려오시면 별 탈 없이 잘 지낼 수 있을 거예요.
저도 비슷한데요, 귀농 귀촌에 관심이 있다면 처음부터 큰 선택을 하기보다 관련 프로그램을 경험 해보는 걸 추천해요. 자신이 이곳에 왔을 때 어떨지 이미지를 계속 떠올려 보며 생각하는 기회와 시간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오자마자 크게 일을 벌여 시작하면 쉽게 지칠 거예요. 미리 마련되고 준비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시골에서의 모습을 계속 그리며 상상해 보는 여유가 필요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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