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홍시님_ #4 시골에서 공부하게 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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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
전남 장흥에 거주ㅣ초보농부ㅣ그림작가 지망생

#4 시골에서 공부하게 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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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

나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거의 10여 년 동안 ‘공부’에 손을 완전히 놓았다. 일할 때도 업무적인 것만 습득했지 외국어, 자격증, 기타 교양 지식을 쌓는 일에 무관심했다. 책도 별로 읽지 않았다. 짐작건대, 초중고에 이어 대학교 동안 했던 공부에 질린 듯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리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그런 내가 장흥에 와서 온갖 공부를 하고 있다. 문득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공부에 관심이 없던 나를 공부를 하게 만드는 장흥이라는 이상한 나라는?!

 

신기하게도 장흥에는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겨울에는 겨울농민학교가 열리고, 상시로 갖가지 책 모임, 공부 모임, 세미나 등이 있다.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흘러가는 느낌이랄까. 다양한 공부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탐구하고, 나아가는 듯하다. 어쩌다보니 그 흐름 속에 나도 풍덩 뛰어들게 되었다.

 

시작은 별다를 것 없었다. 맥주 만들기 프로그램에서 만난 A와 B가 명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시골로 내려와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색깔의 자아를 만나고 있는 나에게 ‘명리’는 흥미롭게 다가왔다. 타고난 운명과 성향을 알게 되면, 살아가는 데 참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성된 ‘명리 공부 모임’. 소식을 들은 C까지 합류해 4명이 함께 하게 되었다. 2주에 한 번 만나 <명리>를 읽으며 각자 이해한 것을 공유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겨울농민학교는 농사가 모두 갈무리된 한산한 겨울철, 농부들끼리 모여 같이 공부하는 모임이다. 햇수가 얼마다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4~5년은 족히 된 듯하다. 주제는 다양하다. 농생태학, <가이아의 정원> 읽기, 자연농 책 읽기, 세미나 하기 등. 이번 겨울농민학교에서는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를 함께 읽었는데, 아주 작은 균류가 세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자발적으로 시작된 책 모임도 있다. 책 읽기를 참 좋아하는 D가 만든 <축의시대> 읽기 모임. 이 낯선 제목의 책에 선뜻 마음이 나지는 않았었다. 긴긴 겨울에 놀면 뭐 하나 하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이과 전공인 나에게 미지의 영역이었던 철학과 종교의 세계로 안내했다. 꼬박 3달을, 매주 만나 공부했다. 책을 모두 다 읽고 나서 책거리도 하고, 사람들을 모아 소소한 발표회도 열었다.

 

올해 4월부터는 <농생태학> 공부 모임을 시작했다. 미국의 대학교재로 나온 <농생태학>을 번역한 것을 공부하는데, 은근히 흥미롭다. 공부를 좋아하고, 다양한 책을 섭렵한 E가 만든 모임으로, 1년 동안 농생태학을 섭렵해 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들에게 필수교재(!)라는 <농생태학>은 한 장 한 장 읽어갈 때마다 도움이 많이 된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농사에 접근하는 방식인데, 어떻게 생태적이고 지속 가능한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어느 정도의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공부한 책을 손으로 꼽아보니 6권이 넘는다. 내가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나도 함께하게 되었다. 공부하는 일상은 새롭다. 책에 몰두하여 공부하는 시간이 나를 더 알차게 만들어 주는 느낌이다. 바쁜 농사철에는 조금 버겁기도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공부를 이어 나가 보려고 한다.

 

이제 또 어떤 공부를 하게 될까? 한 번 발을 내딛고 나니, 공부하고 싶은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침과 뜸, 불교, 자연농, 생태학 등! 도시에서는 없던 공부 욕심을 내는 걸 보니 조금 더 여유로워진 것 같다.

 

“시골에서 공부할 자유와 여유! 그대에게도 열려있다.”

우당탕탕 시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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