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친구_영월 김민영 님





+시골의 가치와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을 소개하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통해 시골 생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안녕시골은 그걸 '시골친구'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전국 방방곡곡 시골친구를 직접 만나 나눈 이런 저런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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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영 with 에디터 원영

‘소통마을사회적협동조합’ 대표 | 15년 차 언어재활사 | 영월 거주 3년 차

인스타 @house_of_communication


‘소통’과 ‘연결’.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며 얼마나 많이 우리들 앞에 던져진 화두였던지. 

적당한 연결, 건강한 소통이 무엇인지 한차례 고민을 겪은 뒤에도 여전히 헤매던 어느 날, 

스스로를 “소통이 시작되고 연결이 확장되는 곳”이라 소개하는 공간을 찾았다.  


강원 남부의 유일한 재활치료기관이자 커뮤니티 공간 ‘소통의 집’

나는 그곳을 ‘사람이 사람에게 귀 기울일 준비를 마친 곳’이라 덧붙여 소개하고 싶다. 

‘소통의 집’ 식구들이 바라는 소통과 연결의 모습은 무엇일까, 

이번에는 우리의 귀를 기울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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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정말 멋져요! 특히, 카페 중앙에 커다란 테이블이 ‘소통의 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화의 여지를 상상하게 만든달까요. 

알아봐주시니 좋네요. 공간 인테리어는 제 남편이 도맡아줬어요. ‘소통마을사회적협동조합’(이하 ‘소통마을’)이 하는 일을 잘 이해하는 분이라 공간에도 ‘소통’을 위한 요소들을 세심하게 배치할 수 있었죠. ‘소통의 집’은 1층 카페, 2층 재활치료센터로 나누어져 있고요. 센터를 찾는 분들뿐만 아니라 누구나 오가며 편안한 대화, 시간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공간을 만들었어요. ‘소통의 집’은 재활치료사, 바리스타, 로스터, 기획자들이 모여 함께 꾸려나가고 있고, 언어재활⋅심리 치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까지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공간이에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분들이 함께하네요. 팀 ‘소통마을’에 대한 소개를 좀 더 해주신다면요. 

‘소통마을’은 강원 남부(영월, 평창, 정선) 유일한 재활치료기관으로서 지역에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 커뮤니티를 확장하기 위해 2021년 영월에 자리 잡은 사회적협동조합이에요. 


특별히 영월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소통마을’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려면,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이하 ‘두루바른’)에 대한 소개가 필요한데요. ‘두루바른’은 재활치료사들의 고용 안정, 지역에 질 좋은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춘천, 원주에서 재활치료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사회적기업이에요. 재활치료와 교재⋅교구 개발, 관련 연구를 벌써 10년 넘게 해왔고, 저는 대학 동기의 제안으로 ‘두루바른’ 창립부터 쭉 함께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저희가 강원도 전 지역 재활치료를 책임지기는 어렵다는 걸 실감했어요. 영월 폐광 지역에 꾸준히 출장 상담을 오면서 특히 많이 느꼈죠. 강원도 대부분 지역에 치료센터는 부족한데, 치료를 필요로 하는 이들은 많다는 걸요. 그마저도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유지하기 힘들어지자 고민이 됐죠, 강원도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뭘까,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을까. 고민 끝에 ‘소통마을’을 새로 만들기로 했고, 폐광 지역 재활치료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영월로 오는 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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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마을’이 영월에서 첫발을 뗄 때, 민영님도 영월로 이주하신 건가요. 지역의 필요가 있다 해도 내 삶터를 옮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요. 

맞아요. 저도 그때, 영월살이의 첫발을 뗐죠. 큰 전환점이 될 만한 일이 있었어요. 바로 임신과 출산이요. 쌍둥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았어서 아이들 발달에 도움 되는 재활치료 서비스가 필요한 입장이 된 거예요. 당시 지역엔 제가 필요한 서비스가 부족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에 오가며 치료를 받게 했거든요. 서비스가 필요한 입장이 되고 보니 폐광 지역에 출장 상담을 나가던 시간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우리가 가지 않는다면, 지역의 아이들은 치료 받을 기회가 더 부족할 테고, 타지역을 오가며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어려울텐데. 그렇다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이왕이면 기회가 부족한 지역에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영월이 아이를 키우기에도 꽤 괜찮은 지역이라 봤고요. 


심리적으로 기댈 수 있는 공간이 지역에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위안이 될 것 같은데, ‘소통의 집’이 영월에 생겼을 때에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엄청 반가워하셨죠. 이전까지 치료가 필요한 분들은 원주나 제천까지 나가야 했거든요. 영월 뿐만 아니라 평창, 정선에 사는 분들까지 찾아오세요. 그분들의 기다림에 저희가 답할 수 있어서 뿌듯함을 느끼죠. 또 저희가 <느슨한 필름클럽>이라는 영화 모임이나 여러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이런 모임과 공간이 필요했던 지역 주민들도 반겨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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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및 심리치료 기관이 지역 커뮤니티를 만드는 활동까지 하는 이유가 있나요. 

저희는 의사소통 전문가들이 모인 팀이잖아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직접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건 저희가 당연히 하는 일이지만, 지역의 다양한 청년들과 연결되어 커뮤니티를 만들고 확장하는 것 역시 필요한 소통의 변주라고 생각했어요. 공간과 기회의 제약으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지역 청년들에게는 시도해볼 수 있는 장이 되기를 바라고요. 

그리고 누구보다 저희가 즐기고 싶어서요. 단순히 지역을 위해 모임을 기획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도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요. 아무래도 시골에서는 우리가 즐기고 싶은 걸 직접 만들지 않으면 도시에 비해 기회가 많이 부족하거든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은 또 어떤 걸 원할까, 생각하면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만들고 동시에 즐기고 있어요. 


내가 필요하고 즐기고 싶은 것을 직접 만드는 삶이 도시와 다른 지역살이의 매력이자 어려움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재활치료사로서 도시와 시골에서 일할 때에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치료사가 직접적으로 느끼는 부분은 아무래도 만나는 재활치료 대상자들이 다른 점이겠죠. 비교적 치료센터와 치료사가 많은 도시에서는 대상자들이나 보호자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많은 덕분에 빠르게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반면, 시골에서는 전문기관이나 전문가가 부족해 문제가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요. 중재 시기를 놓치면 아무래도 기간이 더 오래 걸리거나 또 다른 문제를 파생시킬 수 있죠. 또 이 부분은 도시와 시골의 차이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지역의 관련기관(가족센터, 교육지원청 등)과 협력이 도시보다 기회가 더 많다는 것도 차이점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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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으로 이주하기를 망설이는 재활치료사를 만난다면, 먼저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어떤 응원의 말이나 조언을 하고 싶나요. 

오시기만 하면 환영받으실 거예요. 지역에 분명 필요하니까요. 도시에서보다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지역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환영 속에서 조금 더 쉽게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또 도시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다양한 케이스들을 접할 수 있을 거예요. 전문 치료사에겐 다양한 사례를 경험하며 지식과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시골이라고 해서 그런 경험의 기회가 결코 적지 않거든요. 

하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오시면 좋겠어요. 치료사는 때로 문제점만 좁게 보는 시야를 가질 때도 있어요. 언어 치료사로서 아이가 말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에만 초점을 맞춰 치료를 진행할 때와 아이가 일상에서 얼마나 잘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치료의 방향성을 찾는 건 큰 차이가 있거든요. 문제점만 파악하고 해결해주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에 나가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치료사가 지역에 더 필요한 역할이 아닐까요. 치료사에게도 시골은 대상자를 둘러싼 지역 사회를 이해하고 접하는 기회가 더 열려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가진 결함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한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곧 ‘소통의 집’이 바라는 소통과 연결의 모습이 아닌가 싶어요. ‘소통의 집’이, 그리고 김민영 개인이 영월에서 바라는 또다른 모습이 있다면요. 

‘소통마을’이 영월에 생긴 이유도, 해결하고 싶은 지점도 결국 ‘이 지역의 아이들이 재활 치료를 원할 때에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인데, 여전히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한림대학교, ‘두루바른’과 함께 교재⋅교구⋅프로그램 개발도 열심히 진행 중이에요. 치료를 직접 받지 않더라도 교재와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아이들의 어려움이 덜어질 수 있도록요. 시도하고 있는 연구 개발이 조금 더 안정되고 지역의 교사들과도 협업할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많은 분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기관이 되는 게 대표로서 꿈이라면, 개인적으로는 영월에 잘 정착해 오래 살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가족과 함께 영월에 온 지 3년이 지났어요. 영월 자연 속에서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해질 때, 아이들과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만족스러울 때에 영월이 저에게 잘 맞는 곳이라고 느껴요. 앞으로도 천천히, 그리고 오래 가족과 영월에 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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