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라라님_#4 리틀 포레스트를 꿈꾸는 그대에게





+시골을 호시탐탐 엿보고, 탐험하는 사람들 여기여기 모여라! 시골과 연결된 나만의 다양한 이야기를 안녕시골이 대신 시리즈로 전해드립니다🙌 ※연재 신청 언제나 환영 환영!※
31816_1686725663.png
@라라

마음을 쓰다듬는 예술가&기획자&예술강사열정 시골탐방러 ㅣ'내일의 식탁' 활동가

인스타@la.punzell(개인) / @voyage_logbook_2023(지역탐방기록)

#4 리틀 포레스트를 꿈꾸는 그대에게

31816_1688538257.jpg

도시의 겨울은 길었다. 시골의 겨울도 길었을까. 겨우내 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는 소녀처럼 궁금해했다. 지금 시골은 어떤 모습일까.


봄이 되면서 이제 다시 움직여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마침 공주에 있는 예술가 부부가 자비량으로 운영하는 ‘명당 레지던시’에서 상반기 입주작가(예술가)를 모집 중이었다. 감사하게도 4월의 작가로 선정되어 공주 사곡면의 시골집에서 반려 고양이 ‘행복이’와 꿈같은 행복한 한 달을 보냈다. 그 한 달은 시골 생활을 꿈꾸는 많은 이들이 ‘저건 환상일 뿐’이라며 좌절했던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한 장면과 같은 시간이었다.


31816_1688538470.jpg

공주는 작년부터 인연이 있었다.


첫 번째는 초여름에 프로젝트로 워크숍을 왔었는데, 잘 정비된 제민천과 곳곳의 한옥, 예쁜 거리로 인해 공주 구도심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두 번째는 10월에 장애 예술교육을 하는 예술가(예술 강사) 워크숍으로, 앞서 말했던 ‘예술가 레지던시’에 왔었다. 그때 이미 공주의 시골에 반했고, 예쁜 시골집에 푹 빠졌다. 두 번의 짧은 방문은 공주에 대한 인상을 깊게 남겼다. 그렇게 작년에 공주와 인연을 맺었고, 올해 다시 공주에서 한 달을 살게 된 것이다.

 

공주 시골집(명당 레지던시)에 살면서 ‘여기서 계속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예술가 부부가 더 이상 레지던시를 운영하기 어려워서 그 집을 판다고 했다. ‘아~ 지금이 기회인가? 귀촌을 이렇게 갑자기 이루는 건가!’ 정말 고민이 많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결국 그 집을 사지는 못했다. 그 집을 정말 좋아했지만, 후회는 없다. 내겐 언제나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오니까.

 

공주에서 돌아오고 한 달 후, [별의별이주땡땡] 이라는 지역살이 프로그램으로 변산에 가게 되었다. [별의별이주땡땡]은 작년에 참여한 사람이 추천해 올해 꼭 한번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부안군 변산면 운산리에 있는 ‘변산 공동체’라는 곳에서 2주 동안 공동체 사람들과 먹고 자고 농사일을 도왔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처음엔 모르는 사람들과 어떻게 2주를 살지 걱정이 많았는데 기우일 뿐이었고, 별일 없이 잘 ‘살았다’. ‘살았다’는 이 표현이 나에게는 여행도 탐방도 아닌, 오롯이 그곳에서 함께 ‘생활하며 지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가장 적절한 것 같다.


참여 가능한 지역 중 '변산'을 택한 것은 그저 전혀 모르는 지역에 가고 싶다는 모험심이었다. 공동체 안에서 함께 먹고 일하면서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끼고, 매일 명상을 해도 자유롭지 못했던 세속의 욕망이 잠시나마 내려놓아지는 뜻밖의 경험을 했다. 도시에서는 1년을 넘게 노력해도 어려웠던 '알람 없이 새벽 기상하기'도 자연스럽게 선물로 받았다. 공동체 일정 중 함께 글을 쓰고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내가 공동체에서 지내면서 쓴 글을 짧게 소개한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 '어떻게 내가 여기서 이렇게 편안하게 잘 지낼 수 있었을까?’하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밥'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함께 먹은 밥이 나와 그들이 아닌 ‘우리’ 만들었다고. 이곳의 자연과 환경이 주는 편안함도 분명히 크지만, 끼니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그 대수롭지 않은 사실이 나에게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을 준다.


31816_1688538749.jpg

그렇다면, 지금 나는 어디에 있을까?


변산에서 돌아오자마자, 좋은 기회로 ‘내일의 식탁’이라는 시민단체의 활동가가 되었다. 내일의 식탁은 사람, 지역, 자연에 이로운 식문화를 만들어 가는 비영리단체로, 나는 청양군 사회적 공동체 특화단지 역량강화사업 [더테이스트 청양]에서 내일의 식탁 소속 프로젝트 매니저(PM)로 일하게 되었다. 인연을 맺었던 공주에 청양 사업을 위한 사무실 겸 집도 생겼다.

 

재미있지 않나. 아니 놀랍지 않은가. 지금까지의 행보가 만들어 낸 일련의 과정들과 지금 이 순간이. 나는 시골을 좋아했고 지역에서 일하며 살고 싶었다. 여러 지역을 다니며 여러 사람을 만났고 때로 상처도 주고받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환대받았고, 함께 먹고, 함께 일하고, 함께 즐거워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도시에서 하던 일의 연장으로 시골과 연계하며 일하고 있다.

 

시골탐방러 라라의 이야기가 여기서 끝은 아닐 것이다. 향후 몇 년 안에 시골에 내 집을 짓고, 사람들이 모여서 로컬의 음식을 나눠 먹고, 작당 모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계획이 있는데,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나는 여전히 꿈을 꾸고, 삶의 강물이 이끄는 대로 어디든 흘러갈 테니까.

 

31816_1688538823.jpg

시골을 다니면서 많이 들었던 말이,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허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욕심내지만 않는다면 이룰 수 있다. 서로 모양은 다를지라도.


어떤 이들은 첫 번째 갔던 곳이 너무 좋아서 바로 정착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이 없고 생각이 많다면 천천히 이곳저곳을 둘러봐도 좋다. 조바심 내지 말고. 각자의 삶은 다른 거니까.

 

마지막으로, 어디선가 ‘리틀 포레스트’를 꿈꾸는 그대에게.

Here's looking at you.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우당탕탕 시골 이야기!

매주 금요일 뉴스레터 안녕, 시골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