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친구_무주 선아x강현님





+시골의 가치와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을 소개하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통해 시골 생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안녕시골은 그걸 '시골친구'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전국 방방곡곡 시골친구를 직접 만나 나눈 이런 저런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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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아x강현 with 에디터 야채

청년농부공동체 '무작정농부' | 다같이 잘살자! | 사회적 농장

인스타 @mj_farmersfns


무주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무주는 신화 속 세계처럼 신비한 곳이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의 풍경이 차창 밖으로 보이고, 신비로운 터널(라제통문)을 지나며 내가 상상하던 무주에 왔구나! 실감했다. 굽이굽이 달린 끝에 도착한 대덕산장터.

장날이 아니라 한산한 장터에 청년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를 따라 들어간 곳에서 무주에서 작정하고 살아가는 농부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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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조금 오글오글하긴 한데, 무주에 사는 아주 다재다능한 농부 서선아입니다.

서울에서 농업경제학을 전공하다가 무주로 귀농한 애플망고 농장 ‘에이플망고’의 농장주 장강현입니다.

🌱지역살이의 다양한 유형이 있는데, 그중에서 농부를 선택하신 이유는요?

혼자 일할 수 있고 조직적이지 않은 근무 환경이잖아요. 다른 사람의 일정을 신경 쓰지 않고 스스로의 일정만 책임지면 되는 게 좋았어요. 원래는 대학원에서 연구하려고 했는데 이게 엉덩이로 하는 거더라고요. 계속 붙어서 해야 하는데 그건 못할 것 같아서 귀농했어요. 지금 너무 만족하고 있어서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농부를 선택할 것 같아요. 이게 바로 이번에 첫 수확을 하는 농부의 패기입니다😎


저는 여기서 태어나고 중학교 때까지 자랐는데, 그때의 기억들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과 역량을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오롯이 내가 발전하는 데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모든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곳이 시골이더라고요. 그래서 저의 고향인 무주로 남편이랑 같이 왔어요. 무주에 부모님이 계셔서 처음에는 그냥 농사를 도와드렸어요. 그러다 아이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독립하려고 농사를 시작했고, 지금은 배추, 사과 등 농사를 지으면서 가공까지 하고 있어요.

🌱그럼 농사를 짓던 두 분이 어떻게 만나게 되신 거예요?

무주군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귀농귀촌 교육 프로그램을 제가 맡아서 진행했는데, 그때 이 친구가 참여했었어요. 그래서 교육 끝나고 ‘저녁 먹으러 올래?’ 그랬는데, 온다고 하더라고요. 같이 있던 친구랑 둘이서 왔어요. 그때 거기에 둘뿐만 아니라 기존에 모이던 다른 친구들도 많이 있어서 외지인이 오기가 좀 애매한 자리였거든요.


그때 저희가 연고 없이 정착해야 해서 교육도 일부러 여러 가지로 찾아 듣고 그랬어요. MBTI가 INFP라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이해관계가 좀 맞지 않았나😁 그래서 갔어요.

 그 이후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는데, 같이 모이는 친구들이 다 농사를 지으니까 그걸 가지고 뭘 해볼까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또 행안부 ‘청년 마을 만들기 사업’을 기획하면서 자주 만나다 보니 지금까지 함께하게 되었어요.

🌱함께 활동하시는 <무작정농부>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어떤 분들이,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지역에 있으면 저희가 하는 거 하나하나에 많은 관심을 주시는데, 그러다 편견이 생기고 또 그것들이 쌓이면서 오해가 생기거든요. 그래서 나름대로 우리끼리 울타리도 되고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가족 같은 관계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장치가 됐으면 해서 <무작정농부>를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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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 몇 명 정도 함께 활동하시나요?

숫자로는 16명인데, 주로 참여하는 사람들은 10명 정도 돼요.

 

<무작정 농부>를 만들고 구성원들의 정체성이 혼란이 올 정도로 활동을 진짜 많이 했어요. 봉사활동도 하고 지역 아이들을 대상으로 쿠킹클래스도 하고…. 다양한 것들을 했어요. 활동 중에 그래도 결과물로 좀 나온 건 드론 자격증 1종을 취득해서 방제단을 만든 거예요.


🌱드론 방제단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거예요?
 다들 농부니까 겨울철에 가장 시간이 많아요. 이때 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하다가 드론 방제단을 만들어보자 이야기가 나왔어요. 얼마 전에 과수화상병이 발생해서 방제단에서 공동 방제하는 걸 추진하고 있어요. 방제하는 시기가 마침 1~3월이어서 저희한테도 좋고요. 이렇게 공동 방제로 얻은 수입에서 원가 빼고, 일부는 사회적 환원하고 나서 나머지를 배당하면 그 배당금으로 1년 농사를 짓는 기반을 만들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방제단 관련 사업 계획서랑 제안서를 만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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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파머스에프앤에스>라는 회사도 운영하고 계시죠?
 <파머스에프앤에스>는 수확한 농산물을 가공해서 판매하는 법인이에요. 법인에서 무작정 농부 회원의 일부를 고용해 운영하고 있고, 사회적 농장도 함께하고 있어요.

🌱사회적 농장도 하시는 거예요? 여기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주세요.

사회적 농장은 사회적 취약 계층들과 농장에서 농업 활동을 하는 건데 거기 안에서 돌봄 서비스, 교육 서비스, 고용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농장이에요. 지금은 농식품부에서 연 6천만 원씩 5년 동안 지원받으면서 운영하고 있어요. 지원받아도 사회적 농장을 운영하려면 사실 내 돈을 많이 써야 하거든요. 그래서 지원 없이는 감히 하기 힘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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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전북형 청년 마을에 선정되신 기사를 봤는데, 어떻게 하게 되셨는지, 어떤 것들을 계획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사실 저희가 행정안전부 ‘청년 마을 만들기’ 사업을 2020년부터 계속 지원했어요. 올해는 마지막 3차에서 떨어졌어요. 그래서 앞으로 뭘 해볼까 하다가 전북형 청년 마을 사업이 있어서 지원했어요. 여기가 원래 명성황후의 별궁인 명례궁이 있었던 지역이에요. 그래서 우리 방식으로 어떻게 복원해볼까 이야기하던 와중에 귀농을 생각하는 영상 전공 친구들과 음악 하는 친구를 만나게 돼서 이것저것 기획하는 중이에요.

 

아이디어는 다 좋은데, 그걸 인적 자원이랑 연결해야 되고, 주제도 지역 자원이랑 연결이 되어야 해서 기획하기가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럼 이 사업은 올 하반기부터 시작하는 건가요?

 맞아요. 사업 계획서를 이미 내기는 했는데 더 구체화하고 튼튼하게 만들려고 계속 아이디어 작업을 하고 있어요. 단순하게 사업으로 하면은 그냥 재밌게 하고 끝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저희가 원하는 건 이 사업을 통해 청년들이 제대로 정착하는 거예요. 여기서 먹고 살고 행복감도 느끼면 좋겠어요.


🌱이야기 들어보니까 청년들의 지역 정착에 진심이신 것 같아요!

 지역에 와서 보면 먹고사는 게 정말 중요해서 그 기반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해요. 그런데 지금의 청년 마을 사업은 지역의 재미있는 것들을 보고 청년들이 와야 거기서 먹고 살 생각을 한다는 접근 방식이더라고요. 그런데 저희는 먹고살 기반을 만들어 놓고 난 다음에 청년들을 불러 모으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해요. 원래 모든 사업이 수혜자 수를 중요하게 보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한두 명이라도 제대로 정착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생각해서 그 기반을 나름대로 만들어 놓으려고 하고 있어요.

🌱이 밖에도 되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시는데, 반응은 어떤가요?

이번 달부터 많은 인원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하는데요. 그전에는 소수 인원으로 진행했었어요. 직접 운전을 하면서 여기저기를 가는데, 이동하는 과정 안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많아요. 그냥 무주를 방문했을 때는 느낄 수 없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이 되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모든 과정을 함께하니까 준비하는 저희는 힘들긴 하지만 확실히 만족도는 높았어요.

저희가 직종도 다양하고 작물도 다양해서 그분들이 봤을 때 귀농귀촌의 여러 가지 형태들을 한 번에 볼 수 있어서 그런 부분을 좋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트렌드에 맞는 작물도 보여주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솔직히 시골에서 내려와서 살 건데 많이 벌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작물 위주로 소개해주고 참여자분들이 리얼하게 물어보고 답변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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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진행하신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로 정착했거나 정착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있으신가요?
두 분 정도 준비하고 있어요. 3개월 동안 체류할 공간을 찾으셨다 했고, 내년에는 주소를 여기로 옮기신다고 해요.

 저희가 정착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고용지원 사업이나 살집 등 정착을 위한 정보를 알려드리고 있어요.

 지역에 살려면 이제 행정이랑도 관계가 좋아야 해요. 누군가 한 명은 그래야 되거든요.
그나마 제가 행정과의 관계가 조금 좋아요. 그리고 저희가 정말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한다는 걸 아시거든요. 그래서 필요한 것들을 말씀을 드리면 방법을 찾아주시고 도와주시려고 해요.
저는 여기가 고향인데, 되게 힘든 상황에서 농사를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여기 오는 청년들은 좀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 시행착오를 좀 줄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하고 있어요.
 
🌱이렇게 지역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시거나 활동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요?
 인력 부족이요.

 저희가 다 하고 있어요. <무작정농부>라는 팀으로 활동하니까 여기저기서 요청이 많이 와요. 행사가 있거나 하면 그 자리를 거의 저희가 다 채운다는 느낌이 있어요. 우리가 잘하니까 좋게 봐준다고 생각하는데, 다 참여하려니까 힘들긴 하더라고요.

 저희 안에서도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게 될 때도 있는데, 멤버들도 다들 본업이 있고 갑자기 개인적인 사정이 생기면 그만큼 인력에 공백이 생기니까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가 지원사업에 선정되면 군에서도 매칭 사업이니까 추천해주셔서 하는 것도 맞는데, 여러 가지 사업들을 하다 보니까 우리한테 이제 사업을 몰아준다는 민원이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떻게 힘들게 진행하는지 전혀 모르니까 외부에 비추어지는 숫자만 보시고 생각하세요. 이런 부분들이 우리가 앞으로 설득해 나가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이게 지역의 색인가라는 생각이 좀 들었어요. 그러면서 진짜 내가 여기에 연고가 없는 청년이었다면 얼마나 힘들까 생각했어요.

그래도 비율로 따지면 응원하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럴 때 힘 빠지긴 하지만 그래도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계속하고 있어요. ‘무주 하면 딱 떠오르는, 단합이 잘 되는 청년 단체는 저희밖에 없습니다’라고 생각하면서 앞으로도 열심히 해보려고 해요.


🌱농촌이나 지역에 정착하거나 활동을 꿈꾸고 있는 청년들이 있는데, 꼭 알려주고 싶은 꿀팁이 있을까요?
지역을 정했다고 하면은 그 지역에 있는, 자생적으로 움직이는 청년 단체들과 먼저 접촉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역에 막상 들어가면은 내가 살아야 할 집부터 농사를 짓고 그거와 관련해서 받을 수 있는 지원 사업 등등 이런 것들이 사실 오픈되어 있지 않아요. 그래서 저희처럼 이렇게 오픈해서 뭔가 정보를 공유를 해줄 수 있는 청년 단체들을 먼저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만 해도 귀농귀촌 전에 유튜브도 찾아보면서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계획을 세우고 그랬거든요. 근데 사실 그때 세웠던 계획이랑 지금의 모습은 아주 달라요. 실제로 와서 보면 달라지는 것들이 있어서 일단은 오는 게 맞지 않을까요. 어떻게든 되긴 하거든요.

🌱올해 남은 계획이 궁금해요!
<무작정농부>가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고 생존할 수 있는 소득원 정도는 만들어주려고 모인 거거든요. 드론방제단처럼 지역에 정착하면서 주 소득원이 아닌 생존 소득원을 만들 수 있는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할 것 같아요. 또 하나 이야기되고 있는 건 '스타트업 지원 서비스 사업'이에요. 누군가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면,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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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의 10년 후 모습을 상상해본다면요?
저는 은퇴요. 애플망고 농사로 딱 정점을 찍고 박수 칠 때 떠나는 그런 거요. 부모님이 여기로 내려오실 거라서 지역을 아예 떠나지는 못할 것 같고 업종을 바꿀 생각은 있어요.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니까요. 사실 10년은 이른 것 같고, 15년 후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제가 평소 남편한테 공약에 관한 이야기를 잘하는데요. 앞으로 남편이 40대가 되는 3년 후에는 창업하면서 생긴 빚을 내가 다 정리하겠다! 약속했어요. 그리고 10년 후에는 지금 하는 청년 활동은 하고 있지 않을 것 같아요. 그때 제가 일단 청년이 아니잖아요. 그 나이대에 맞는 뭔가를 할 것 같아요. 다른 청년들에게 또 기회를 줘야 하니까요. 미래에 목표가 하나 있다면, 무주 청년 인구가 이대로 유지되길 바라요. 우리가 지나간 다음 세대에 우리 같은 또 청년들이 생겨나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저희는 뭔가 세팅하고 행정적인 지원은 굉장히 잘하는데, 그 외에 문화 예술 같이 뭔가 전문성을 가진 영역들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수도권에서 본인이 펼치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너무 힘들다고 생각이 들면 여기로 와서 같이 뭔가를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지역으로 오는 청년들을 보면 결핍이 하나씩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걸 알고 거의 도피하듯이 내려온 케이스거든요. 그래서 그런 친구들을 이렇게 안을 준비를 여기서 많이 하고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우리가 생존 수단, 살집, 일할 것들을 많이 준비하고 있으니 너만 괜찮다면 와도 된다.’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우당탕탕 시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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