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보리님_#1 하마터면, 집이 없어 귀농을 못 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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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초보 시골생활자ㅣ티끌같은 돈을 모으는 N잡러小小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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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마터면, 집이 없어 귀농을 못 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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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원1리 동네의 길 끝에 있는 작은 옛날 집, 이 집을 찾으려고 그렇게도 애를 썼다.


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문경으로 내려갈 예정은 이전부터 막연하게 있었다. 그래서 서울에서 귀농 교육도 듣고, 이것저것 알아보기도 했었지만, 예정보다 서둘러 내려오게 되면서 제일 처음으로 난관에 부딪혔던 건 ‘집’이었다.


사람이 줄어들고 있어서 시골엔 빈집이 넘쳐난다기에 당연히 우리 둘이 살 집 정도야 쉽게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게 아주 오만한 생각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직방’이나 ‘다방’ 같은 부동산 앱들은 시골에서 무용지물이었다. 부동산끼리도 공유라는 게 전혀 되지 않았고, 그보다 더 큰 일은 살만한 집이 없다는 것이었다.


차를 타고 읍내와 주변 동네를 돌면서 빈집을 찾았다. 사람이 살지 않는 것 같은 집을 보고, 등기부등본을 떼고 집주인을 찾고, 수소문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결국 알음알음으로 이 집을 구했다. 이 집 역시 여느 시골 빈집이 그렇듯 자식을 도시로 떠나보내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남아 계시다 돌아가시고 빈 채로 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읍내 근처의 마을 끝에 있는, 옛날 흙집을 수리한 작고 낡은 집이었다.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때 사람 키만 한 이름 모를 풀들이 마른 채로 마당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그 수풀 사이로 길고양이들이 인기척을 느끼고 도망가기 바빴다. 작은 마당이 있고, 집 주변으로 돌담이 빙 두르고 있는 아늑해 보이는 집이었다. 집 안을 들어서니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을 법한 큰 꽃무늬 벽지와 아직 남아있는 살림에서 희미하게 집 냄새가 나고 있었다. 선택의 여지도 없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집은 꽤 마음에 들었다.


대청소하고 도배와 장판을 바꾸고 우리가 살던 살림을 넣었다. 그렇게 이 집에 살게 됐고 삼 년이 지났다. 마당에 나가 별을 보고, 일어나서 창밖 날씨를 확인하고 고양이들과 아침 인사를 하고,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며 지낸다. 비가 올 때는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바람을 느끼고 계절의 냄새를 맡는다. 도시에서의 편리함과 맞바꾼 것들이었다.


이렇게 이 집에서의 세 번의 계절들을 지났다. 처음보다는 조금 여유롭고, 좀 더 능숙하게 보내는 참이다. 오서길에서 몇 번의 계절을 더 보낼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살아가는 동안은 그동안 익숙해진 것들을, 또 새로운 것들을 찾아 살아가 보려고 한다. 여전히 네 번째 맞는 계절도 하루하루가 신기하고 새롭고, 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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