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친구_울산 김미진 님





+시골의 가치와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을 소개하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통해 시골 생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안녕시골은 그걸 '시골친구'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전국 방방곡곡 시골친구를 직접 만나 나눈 이런 저런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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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 with 선유

울산마을교육공동체 거점센터 운영 실장 | 호미댁 | 산촌 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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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친구가 일하고 있다는 ‘울산마을교육공동체 거점센터’를 찾았다. 마을교육? 거점센터? 지역명이 붙어 있으니,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기관인 것 같긴 한데 낯선 단어들의 조합에 알 듯 말 듯 아리송하다. 정문을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간판이 아니었다면 여느 오래된 학교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이 공간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을지 궁금증과 기대를 안고 한발 한발 안으로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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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는 어떤 곳인가요?

저희는 애칭으로 ‘땡땡마을’이라고 부르는데요. 땡땡마을은 상북면의 3개 폐교 중 하나였던 옛 궁근정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하여 마을교육센터로 만든 케이스예요. 울산교육청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고 저는 이곳의 운영실장으로 임기제로 일하고 있어요.

땡땡마을은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오실 수 있는 마을교육센터예요. 학교의 학생들을 위한 학교 연계 교육과정으로 농사, 요리, 제과, 도예, 목공, 몸살림, 미술, 음악, 적정기술, 옛날옛적에교실, 김치교실 등등 다양한 삶의 교육을 하고 있고, 그런 수업을 마을 교사들이 진행하고 있어요. 그리고 ‘배움의 숲’이라 하여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개인으로 신청하여 다양한 강좌들을 수강할 수 있고, 마을동아리 활동, 의식주나 마을살이에 관한 지혜를 배우는 ‘마을살이학교’, 누구나 가르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교실을 열 수 있는 ‘누구나ㅇㅇ교실’이 있어요. 그리고 우리 지역의 십 대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자치배움터가 있어서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해볼 기회와 공간, 길벗(교사)들이 있는 곳입니다.


평일 낮인데도 제법 북적거려서 놀랐어요. 시골에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있을 줄도 몰랐고요. 

올해 하반기가 되면 마을 교육센터가 만들어진 지 이제 만 3년이 되거든요. 코로나랑 같이 출발해서 쉽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막 그럭저럭 이렇게 자리를 잡아 가고 있어요.
여기 아이들이 다 우리 지역, 이 마을에 사는 아이들은 아니고 인근에 있는 학교들에서 와요. 이 공간을 최대한 100% 활용하는 쪽으로 학생들한테도 열고 주민들한테도 열어주고 있거든요. 주말에는 오히려 울산 도심 쪽에서 더 많이 오고요. 그래서 다들 학교가 이렇게 될 수 있구나, 이렇게 생각의 전환도 하고 ‘여기 애 키우기 되게 좋겠는데!’, ‘어른들한테도 재밌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거죠.

 

아이들뿐 아니라 일반 성인들도 함께 어울려서 참여하는 게 좋아 보여요.

교육이라는 게 딱 열아홉 살까지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학교 밖 청소년, 그리고 학교를 졸업한 어른, 나이 든 어르신까지 전 세대를 대상으로 해서 그분들이 끊임없이 배우고 또 여기서 모여서 놀고 또 함께 살아가는 그런 삶을 배우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감히 미래 학교의 모습은 이래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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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진님은 이전부터 마을 공동체나 마을 교육 쪽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처음부터 마을에서 이런저런 활동을 했던 건 아니었어요. 소호마을에 들어왔을 당시 저는 학교 교사였기에 도시의 학교로 출퇴근했었죠. 한동안 무늬만 시골살이하다가 학교를 그만둔 해에 마을에서 ‘산촌 유학’이라는 걸 시작했어요. 산촌 유학은 도시의 아이들이 시골로 유학을 와서 시골살이를 하며 시골의 작은 학교를 다니는 거예요. 도시 아이들이 부모님과 떨어져 시골에서 지내야 하니까 저희 마을 어른들이 그 친구들의 시골 부모 역할을 해주고 그랬던 거죠. 첫해, 주변에서 저보고도 같이 하자고 했는데 저는 아직 시골 사람처럼 살지도 못하고 도시 아이들에게 나의 삶 자체를 교육으로 보여주기엔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그동안 몸담았던 학교 교육이랑은 다르게 24시간 내내 아이들과 같은 집에서 지내며 시골살이를 할 자신이 없어서 안 한다고 했죠. 그런데 산촌 유학 1기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저게 진짜 교육이겠구나, 어려우면 같이 의논해 가면서 하면 되겠다는 용기를 얻고 2기부터 참여하게 됐어요.

 

그래도 외부인을 우리 집 식구로 받아들여서 같이 생활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만만하고 쉬운 일은 아닌데 그 경험이 저나 저희 아이들, 우리 마을 전체에도 매우 큰 가르침이 됐던 것 같아요. 2011년부터 약 7년 동안 그 친구들의 시골 부모 역할을 하며 우리 자녀들을 키우는 가치관도 많이 바뀌게 되었고, 교육이란 것이 삶의 교육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어요. 그 뒤로 마을의 작은 학교를 살리는 일에도 관심과 애정을 쏟게 되었고 농촌과 교육에 관해 관심을 두고 이런저런 활동도 하게 되었고요. 마을에서 함께 아이들을 키우고 마을이 배움터가 되고, 교육을 중심으로 자생적으로 활동하다 보니 공동체가 만들어진 거죠. 마을공동체의 여러 가지 일들을 하다보니 결국 상북면의 마을 교육 활동에까지 이르게 되었고, 그것이 확장되어 지금 땡땡마을을 만들고 가꾸는 일까지 하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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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살고 계신 곳이 소호마을이죠. 마을 소개 좀 해주세요.

울산 울주군 상북면에 위치한 소호리는 해발 550m의 산골 마을입니다. 예전에는 완전 오지 마을이어서 울산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을이었어요. 제가 이주했을 때만 해도 100가구가 안 됐었는데 지금은 200가구가 넘어요. 숲이 울창하고 아름다운 마을이고, 산촌 유학과 교육 귀촌을 한 젊은 사람들과 아이들이 많이 살고 있어요. 마을의 한가운데에 소호분교가 살아남은 덕분에 인구가 늘어나는 마을이 됐고, 귀농 혹은 귀촌하신 분들과 토박이 주민들 500여 명이 잘 어우러져 살고 있어요.

 

요즘 지역마다 인구소멸 문제가 심각한데 오히려 인구가 늘어나는 마을이라니 인상적이네요. 미진님도 도시에서 살다가 귀촌하셨다고요.

벌써 20년이 됐네요. 그 전엔 한 번도 시골에 살아본 적 없었고 어렸을 때 외갓집에 가는 정도가 전부였던 시골살이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한겨울에 여기 소호마을에 있는 아는 언니네 놀러 왔다가 소호분교를 가게 됐는데 운동장 한가운데에 있는 500살쯤 되는 느티나무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어요. 한겨울이라 나뭇가지만 있었지만 봄, 여름이 되면 이파리 무성한 느티나무 그늘이 절로 연상이 되었고, 아이들을 이런 데서 키워야지 하는 생각이 바로 딱 들었어요. 아이들에게 이런 큰 나무 그늘에서 뛰어놀 수 있게 해주는 게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제일 큰 선물이겠다는 생각으로 보름 만에 바로 소호로 이사를 오게 되었죠.

 

보름만에요? 가족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다니 소호마을의 매력이 어마어마한가 봐요. 요즘 시골살이를 고민하는 도시인들이 많아졌는데, 선배로서 한마디 해준다면요.

도시건 시골이건 결국은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을 내가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 가는 일이 중요하단 생각이 들어요. 이곳에 사는 것이 지긋지긋하다가 아니라 그래도 여기가 살만한 곳이다, 이곳에서 오래도록 살고 싶다, 우리 아이들을 이런 곳에서 잘 키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그것이 내 삶이 풍요로워지는 길이지요. 시골의 단순한 삶이나 자연과 가까이 사는 게 되게 편안하고 재밌고 좋거든요. 삶에 변화가 필요하신 분, 특히 아이를 가지신 분들이라면 과감하게 한번 삶의 전환을 해보시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젊은 부부들이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자연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이웃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살아보길 권하고 싶어요.

 

시골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골살이를 꿈꾸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실제 살아보면 시골은 그렇게 한적하고 조용하고 아무런 고민 없는 그런 꿈같은 세상은 아니죠. 오히려 관계에 의한 갈등도 더 깊을 수 있고, 더 시끄러운 곳일 수 있어요. 말하자면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 곳이지요. 사람 사는 곳은 결국은 다 비슷비슷한 거 같아요. 그래도 시골은 그래도 아직 이웃 간에 서로 함께하는 마음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정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도시에 그렇게 복작복작하면서 살지 말고 여기서 복닥복닥하면서 사는 것도 좋지 않나요? 과감하게 한번 해보시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저도 이제 더 이루고 싶거나 바라는 것은 없고 나에게 기쁜 일이 남에게도 조그만 보탬이 되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해요. 마을의 언니들과 함께 어떻게 잘 나이 들어갈지 이야기하며 잘 늙어 가려고요. 아이들을 함께 키운 마음으로 이제는 우리가 함께 잘 늙어 갔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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