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살고 계신 곳이 소호마을이죠. 마을 소개 좀 해주세요.
울산 울주군 상북면에 위치한 소호리는 해발 550m의 산골 마을입니다. 예전에는 완전 오지 마을이어서 울산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을이었어요. 제가 이주했을 때만 해도 100가구가 안 됐었는데 지금은 200가구가 넘어요. 숲이 울창하고 아름다운 마을이고, 산촌 유학과 교육 귀촌을 한 젊은 사람들과 아이들이 많이 살고 있어요. 마을의 한가운데에 소호분교가 살아남은 덕분에 인구가 늘어나는 마을이 됐고, 귀농 혹은 귀촌하신 분들과 토박이 주민들 500여 명이 잘 어우러져 살고 있어요.
요즘 지역마다 인구소멸 문제가 심각한데 오히려 인구가 늘어나는 마을이라니 인상적이네요. 미진님도 도시에서 살다가 귀촌하셨다고요.
벌써 20년이 됐네요. 그 전엔 한 번도 시골에 살아본 적 없었고 어렸을 때 외갓집에 가는 정도가 전부였던 시골살이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한겨울에 여기 소호마을에 있는 아는 언니네 놀러 왔다가 소호분교를 가게 됐는데 운동장 한가운데에 있는 500살쯤 되는 느티나무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어요. 한겨울이라 나뭇가지만 있었지만 봄, 여름이 되면 이파리 무성한 느티나무 그늘이 절로 연상이 되었고, 아이들을 이런 데서 키워야지 하는 생각이 바로 딱 들었어요. 아이들에게 이런 큰 나무 그늘에서 뛰어놀 수 있게 해주는 게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제일 큰 선물이겠다는 생각으로 보름 만에 바로 소호로 이사를 오게 되었죠.
보름만에요? 가족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다니 소호마을의 매력이 어마어마한가 봐요. 요즘 시골살이를 고민하는 도시인들이 많아졌는데, 선배로서 한마디 해준다면요.
도시건 시골이건 결국은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을 내가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 가는 일이 중요하단 생각이 들어요. 이곳에 사는 것이 지긋지긋하다가 아니라 그래도 여기가 살만한 곳이다, 이곳에서 오래도록 살고 싶다, 우리 아이들을 이런 곳에서 잘 키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그것이 내 삶이 풍요로워지는 길이지요. 시골의 단순한 삶이나 자연과 가까이 사는 게 되게 편안하고 재밌고 좋거든요. 삶에 변화가 필요하신 분, 특히 아이를 가지신 분들이라면 과감하게 한번 삶의 전환을 해보시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젊은 부부들이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자연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이웃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살아보길 권하고 싶어요.
시골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골살이를 꿈꾸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실제 살아보면 시골은 그렇게 한적하고 조용하고 아무런 고민 없는 그런 꿈같은 세상은 아니죠. 오히려 관계에 의한 갈등도 더 깊을 수 있고, 더 시끄러운 곳일 수 있어요. 말하자면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 곳이지요. 사람 사는 곳은 결국은 다 비슷비슷한 거 같아요. 그래도 시골은 그래도 아직 이웃 간에 서로 함께하는 마음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정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도시에 그렇게 복작복작하면서 살지 말고 여기서 복닥복닥하면서 사는 것도 좋지 않나요? 과감하게 한번 해보시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저도 이제 더 이루고 싶거나 바라는 것은 없고 나에게 기쁜 일이 남에게도 조그만 보탬이 되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해요. 마을의 언니들과 함께 어떻게 잘 나이 들어갈지 이야기하며 잘 늙어 가려고요. 아이들을 함께 키운 마음으로 이제는 우리가 함께 잘 늙어 갔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