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보리님_#2 봄이 되면 시작되는 채소 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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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초보 시골생활자ㅣ티끌같은 돈을 모으는 N잡러小小농부

인스타@bori_dalnim

#2 봄이 되면 시작되는 채소 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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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나무 끝에서 연둣빛이 비치기 시작한다. 그럼, 텃밭에도 나물이며 먹을 것들이 자라난다. 마당에도 언제 봉오리가 생겼나 싶게 며칠 만에 두릅이 쑥- 하고 올라왔다. 이웃과 계절을 나누고 싶어 내가 먹을 것을 남겨두고 챙겨 나선다. 봄이 되면 시골에선 채소 배틀이 시작된다. 이 게임(?)의 규칙은 간단하다. 상대에게 내가 나누어 주고 싶은 게 있는지 물어보고 없으면 나누어서 주면 된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시골의 여느 마당에는 웬만한 것들이 모두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게임에서 이겨 내가 나누어 주고 싶은 것을 상대에게 나누어 준다는 것은 상당한 눈치와 타이밍, 그리고 운도 맞아야 한다.

 

우선은 이 채소 배틀은 젊은이들과의 거래 시 성사될 확률이 높다. 보통 텃밭이 없는 경우가 많고, 텃밭이 있어도 젊은이들은 아주 간단하고 기초적인 채소만 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 또한 아직 관리가 미숙해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물어봤을 때 대부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채소, 나물, 과일 등 폭넓게 나눠주기가 수월하다. 그럼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다. 어른들과의 거래 시 불발될 확률이 높으며, 또 부모님과 함께 거주 중인 젊은이의 경우, 혹은 농사를 짓는 전업 농부의 경우도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작다. 어른들은 경험이 많아 텃밭에 아주 다양한 종류의 채소를 시기에 맞추어 심으신다. 그리고 관리도 아주 잘 돼 있어 상태도 아주 좋다. 또 나 같은 초보 시골꾼들은 알려줘도 풀인지 뭔지 모르는 것들도 귀신같이 찾아내서 ‘나물’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신다. 어르신들은 종류와 품질에서 벌써 우위에 있다. 오히려 있는 것도 얻어오게 되는 완벽한 패배를 맛보는 경우도 있다.


물론 상대방의 나눔도 언제나 환영이다. 나에게 없는 것이라면 선뜻 기분 좋게 받아 올 수 있다. 아랫집 할머니께서는 직접 심으신 당근이며 콩이며 여러 가지를 나눠주셨다. 쪽파 씨를 주시기도 하고, 직접 기른 옥수수로 만든 뻥튀기를 주시기도 했다. 어떤 친구는 모종을 나누어 주기도 하고, ‘하늘 마’ 같은 처음 보는 것들도 집에서 기른 거라며 나누어 받았다. 또 같은 상추라도 종류가 다를 때에는 서로 맞바꾸어 먹기도 했다. 며칠 전 텃밭을 갈고 고랑을 만들어 비닐을 씌웠다. 조만간 이것저것 모종을 사다 심을 예정이다. 올해 다양한 채소 나눔 배틀에서 승리하기 위해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무얼 심을지 고민하고 있다. 올해는 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이게 뭐라고 조금 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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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가지를 또 얻어왔다. 완벽한 패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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