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친구_완주 배승태님





+시골의 가치와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을 소개하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통해 시골 생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안녕시골은 그걸 '시골친구'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전국 방방곡곡 시골친구를 직접 만나 나눈 이런 저런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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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승태 with 특별 에디터 폴

목수 | 청년마을목수협동조합 | 귀촌 8년차

인스타그램 @philip.bae


10년 전, 서울의 청소년 교육과 관련한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승태씨를 처음 만났다. 이후 승태씨는 완주로 귀촌했다. 귀촌할 것이라고 그때는 예상하지 못했고 그 전후의 사정이 궁금하던 차에 이번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완주에서 지낸 8년의 시간이 어땠는지 물어보자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잘 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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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완주에서 집을 고치고 짓는 일을 하는 배승태라고 합니다. 완주에 귀촌 한지는 8년 정도 되었어요.


완주로 어떻게 오게 된 거예요?

원래 저는 서울에 있는 대안학교 교사였어요. 학생들과 주로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어느샌가 학생들에게 했던 그 질문을 저한테 하게 되더라고요. 앞으로 어떻게 살지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시골에 있는 여러 대안학교를 방문했는데, 큰돈을 들여 집을 구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었고 그때 만난 선생님이나 학부모들이 시골 생활에 대부분 만족하는 걸 보면서 언젠가 귀촌을 해야겠다 결심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청소년 교육 관련 활동이 활발한 제천, 홍성, 완주 지역을 관심을 가지고 보다가 지금의 아내 때문에 완주를 최종적으로 선택했어요.

 

아내 때문에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좀 더 알려주세요.
대학교수님 소개로 아내를 처음 만났어요. 청소년들과 함께 완주에 가서 지역 탐방하는 사업에 함께 참여했는데, 그 이후로 아내가 귀농하겠다며 휴학을 하고 완주에 있는 청년 학교를 2년동안 다녔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멋진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교제를 시작하게 되었고, 서울로 돌아와 대학을 졸업한 아내는 바로 완주로 귀농하더니 장거리 연애가 싫다며 완주에 오지 않을 거면 헤어지자고 말하더라고요. 마침 저도 바쁜 시기라 고민이 되었는데 언젠가는 시골에 갈 예정이었고, 아내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어서 결심하고 완주에 정착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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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결혼식이 독특했잖아요. 그 이야기를 해주세요.

도시에서 30분 만에 도망치듯 끝내야 하는 결혼식은 싫었어요. 저와 아내를 아는 사람들을 모아 동네잔치처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폐교 자리에 세워진 ‘완주지역경제순환센터’의 잔디운동장에서 그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을 초대해 야외 결혼식을 했어요. 작은 수레도 직접 만들어서 신부를 태우고 제가 끌고서 신부 입장을 했죠. 어떻게 살 건지 이야기하는 토크쇼도 하고 완주에서 음악 하는 친구들과 DJ를 섭외해 클럽을 만들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도 재밌는 결혼식을 했었네요.

 

아까 자기소개할 때 집 고치고 짓는 일을 한다고 했는데, 서울에서 하던 일과는 거리가 있네요?

결혼 전에 아내가 완주군의 적정기술 관련 단체에서 일했어요. 그래서 저도 주말에 내려가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다보니 뭔가를 만드는 것에 흥미가 생겼어요. 그러다 결혼 후 아내 지인이 집을 짓고 있다고 해서 같이 보러 갔는데, 집의 골조가 올라가 있는 장면과 일하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현장 소장에게 기술은 없지만 일하고 싶다고 물어봤는데 흔쾌히 나오라고 해서 5년 동안 그 팀에 들어가서 여러 채의 집을 지었고, 지금까지 목수로 일하고 있어요. 그리고 ‘청년마을목수협동조합’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SNS에 있는 협동조합 소개가 인상적이던데,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지역의 특성을 이해하고 지역에 필요한 일을 하며 청년자립을 가능하게 하는 협동조합’ 말씀하시는 거죠? 이전 목수팀에 있을 때 다 좋았는데, 거친 사내들의 문화가 조금 불편했고 직원 복지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부분이 아쉽더라고요. 그러다 팀 해체 후 들은 창업 교육에서 조직을 건강하게 만들고 열심히 일하게 하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는 걸 배우면서 그걸 할 수 있는 형태가 협동조합이라 이걸로 창업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함께하는 친구들과 모든 것을 상의하면서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사람들의 책임감도 생기고 집을 짓는 새로운 기술도 개발되더라고요. 그리고 요즘엔 건축주와 소통하는 일에 애정을 쏟고 있는데, 멤버들이 스스로 책임지고 일할 수 있게 되어서 가능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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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니까 목수일 말고도 논농사도 짓고 있다면서요?
이전 목수팀 해체하고 일이 없었던 때가 있었는데, 아내가 앞집 할아버지의 논을 지어보자고 제안하더라고요. 아무것도 몰라서 엄두가 안 났는데, ‘벼농사두레모임’에 가면 해결된다고 해서 무작정 참여했어요. 처음 온 저를 그 전에 있었던 사람처럼 대해줘서 편안했어요. 그래서 꾸준히 모임에 나가면서 논농사를 배웠고, 논이 점점 늘어서 지금은 천 평 정도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큰 수익은 되지 않지만, 가족들과 먹고 일 년에 한 번 아이들과 여행 가는 비용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목수, 논농사 말고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어요?

캠핑장을 만들 계획을 하고 있어요. 벼농사두레모임에서 만난 친구의 아버지가 완주 산골 마을에서 백숙을 파는 가든을 하고 있는데, 그곳을 활용해서 만들어보려고요. 그 캠핑장에서 도축한 소 반 마리 걸어놓고 발골하면서 손님들에게 고기를 먹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나중에는 아이들이 독립하면 남해에 가서 어부가 되고 싶어요.


이렇게 귀촌해 완주에 사는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다들 엄청 부러워합니다. 제가 컴퓨터 전공이라 대학 친구들은 대부분 프로그래머인데, 벌써 퇴직의 불안감 속에서 살고 있어요.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퇴직하면 치킨집 사장을 해야하나 걱정하더라고요. 그 친구들에게 집 짓는 이야기, 캠핑장 만들 계획, 발골을 하고 물고기를 잡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 저보고 삶에 대한 다양한 능력치를 가지고 있고 개발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줘요. 그런 친구들에게 딱히 해줄 말은 없어 자주 놀러 오라고 합니다. 그중에 절실한 친구들은 찾아올 거고, 자주 오고 가면 무언가를 찾아 나서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완주 또는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타지에서 온 분들은 시골생활이 낯설고 힘들 수 있어요. 저 역시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니 그렇고요. 지역의 생활도 평범한 일상이기 때문에 늘 이상적이고 즐거울 수만은 없는 현실이 있으니까요.

요즘 저 같은 경우는 지역에서의 적응을 넘어, 나 자신의 성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시기 같아요. 사업적으로도 확장과 성장을 해나가야 하는 시기 같아서, 고민도 많이 하고 일도 정말 많이 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 고민들은 꼭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했기 때문에 하는 고민은 아닌 것 같아요. 인생을 살면서 해나가는 고민들이기 때문에 본인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정리가 되면, 어떤 지역에서도 나답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곳에서도 나답게 행동하는 사람이라면 좋겠네요. 저 스스로에 대한 바람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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