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의 김가현 님_ #3 신혼집 대신 사옥을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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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현

구. 서울시민 현. 영월군민ㅣ매거진<병:맛>에디터ㅣINFJ 선의의옹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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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신혼집 대신 사옥을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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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부동산 자산은 아파트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해 왔다. 언제가 될는지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그날이 ‘진짜로’ 온다면 나는 분명 아파트를 선택할 거라고. 대학가에 위치한 나의 첫 자취방의 전세 계약 갱신을 거절당했을 때도, 집주인이 들어와서 살 거라던 그 방이 곧바로 월세 매물에 올라왔을 때도, 알고 보니 집주인의 정체는 내 친구의 옆자리 동료이자 학생들을 위해 근로하는 교직원이라는 걸 알았을 때도. 세입자이기에 겪는 서러움을 어쩌겠냐며 씁쓸한 마음을 삼키고 허리띠를 더욱 졸라 종잣돈 모으기에 매진했다.

 

내가 살(live) 집은 당연히 아파트라는 생각, 그리고 내가 살(buy) 집도 당연히 아파트라는 생각. 그것은 초-중-고-수능을 거쳐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 취업하는 것만큼이나, 이탈할 이유도 반론을 제기할 틈도 없이 내 안에 뿌리내린 생각이었다. 다수의 검증과 임상을 거쳐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주거 형태이자 자산 형성의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코로나가 끝나고 찾아온 급격한 인플레이션, 원‧달러 환율 상승 그리고 자잿값 폭등을 이유로 아파트에 들어가는 철근을 빼기로 한 건설사와 그렇게 완공된 순살 아파트의 부실사고가 이어지면서 ‘부동산=아파트’라는 굳건한 공식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시기부터 강원도 영월로 이주하기 전까지 임팩트 투자회사에서 근무했던 나는 금융이라는 세계를 엿보고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돈은 어떻게 흐르는지, 무엇이 투자를 결정하는지, 금융업계의 상식과 룰은 무엇인지. 짧게나마 돈을 다루는 회사에서 배우고 깨달은 점이 많지만, 돈은 굉장히 심리적이라는 사실은 꽤 묵직한 충격이었다. 


투자를 둘러싼 숫자와 각종 통계, 냉철한 분석에도 불구하고 투자라는 행위를 하는 건 인간이기에 온기가 돌 수밖에 없다는 것. 그 사실을 파고든 임팩트 투자, 그리고 나의 전 직장은 실험적인 금융 프로젝트를 종종 시도했다. 이를테면 1만 원, 2만 원 소액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의 돈을 모아 동물복지 양계장에 투자하고 매달 이자는 계란으로 받아 가는 신박한 금융상품. 지금은 전설로 남은 이 핫한 상품에 가입자가 줄을 섰다는 건, 결국 투자를 결정하는 건 인간의 마음이라는 뜻 아닐까?

 

더 나열하지 못한 몇 가지 굵직한 경험을 관통하면서 나는 일생의 가장 큰 투자를 시전하기로 했다.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자산, 그리고 투자의 관점에서도 승부를 겨뤄볼 만한 자산은 아파트도 아니고, 집은 더욱 아니고, 바로 내가 세울 회사 사옥에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그렇게 2022년 가을, 서울의 10평짜리 원룸 전세금을 빼서 강원도의 1,000평짜리 땅과 구옥을 샀다. 반려인이 서울에서 먼저 운영하던 회사에 내가 합류했고, 매매한 구옥으로 사무실을 옮겨왔다. 따뜻한 보금자리 대신 치열한 일터를! 우리는 신혼집 대신 사옥을 세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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