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의 하루 님_#3 10평이 주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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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창녕군민ㅣ현실적 귀촌러ㅣ브랜드 '홉튼코티지' 메이커

인스타 @hopetoun.cottage

#3 10평이 주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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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평 정도 되는 텃밭을 구하려고 하는데요."

 

"100평도 아니고 10평이요..? 아이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한테 땅 한 켠만 내달라고 부탁해 보세요. 허허허."

 

아무 연고 없는 시골에서 딱 10평 정도 되는 작은 텃밭을 구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방팔방 온 천지 밭인데 왜?’라며 어리둥절했던 작년의 내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하지만 포기할쏘냐. 당시 지역 내 커뮤니티 곳곳에 글을 올렸고, 각고의 노력 끝에 지금의 소중한 텃밭을 얻었다. 1년에 5만 원이라는 귀여운 금액에 말이다.

 

작년부터 우리에게 땅을 내어주고 계신 마음 넉넉한 주인분은 올해도 본인 도야에서 행복한 시간 보내라며 로터리 작업에 퇴비까지 넉넉히 뿌려주셨다. 그런데 비용을 한사코 거절하셔서 설득하느라 애먹었다는 후문. 올해는 1년에 겨우 4만 원 받으셨다. 이 감사함은 다른 방법으로 꼭 표현해 드리겠노라 다짐해 본다.

 ( Tip. 만약 시골에서 적은 평수의 텃밭을 가꾸고자 한다면 지역 사람들이 자주 방문하는 카페에 글을 올려보세요! )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 작은 텃밭에서 열심히 나뒹구는 중이다. 10평 중 깔끔하게 비닐멀칭한 5평은 남편이 관리하고 자유와 잡초가 넘실대는 혼돈의 5평은 내가 관리하는 중이다. 다양한 작물을 심으며 풍년을 기원해 보지만 또 한편으로는 잘 자라지 못하더라도 괜찮다는 너그러운 마음이 공존한다. 사람과 같이 작물들도 각자에게 맞는 땅이 있고 자라나는 속도가 제각각임을 작년 텃밭을 가꾸며 깨달았다.

 

이 작은 10평이 주는 기쁨은 생각보다 크다. 시간과 마음을 많이 내어줘야 하는 과정이지만 그보다 훨씬 큰 행복과 사랑의 형태가 되어 돌아온다. 서투른 손길에도 무럭무럭 자라나는 작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풍요로운 내 삶에 감사한 마음이 절로 생긴다. 내가 직접 기른 작물로 한 끼를 차려냈을 땐 어떤가. 땅에서 이루어지는 일을 알면 알수록 식탁에서 먹는 즐거움은 배로 커지는 법이다. 더불어 내가 직접 만든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신뢰하는 일이기에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도 잔뜩 여민다. 이쯤 되니 이 모든 긍정 회로를 가능케 한 텃밭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내 삶에 스며들어 줘서 고마워!"

우당탕탕 시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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