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친구_문경 이현호 님





+시골의 가치와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을 소개하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통해 시골 생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안녕시골은 그걸 '시골친구'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전국 방방곡곡 시골친구를 직접 만나 나눈 이런 저런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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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호 with 에디터 선유

문경 귀농 4년 차 | A급 농부 | 달빛탐사대 운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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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지역살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중 문경에 정착한 청년으로 현호 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 그는 표고버섯 스마트 재배 단지에서 어머니와 함께 버섯 농사를 짓기 시작한 초보 농부였다. 어리지만 뚝심 있게 귀농을 결심하고, 자신만의 길을 헤쳐가고 있었다.

2주 전, 다시 만난 그는 어엿한 4년 차 농부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다. 그사이 한층 성숙하고 단단해진 그는 여전한 뚝심과 성실함으로 반려자와 함께 꿈을 이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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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호 님은 어떻게 농사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몇 년 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다가 농업회사에서 2년간 근무를 했었어요. 근무 패턴이라든지 농촌 생활이 저한테 잘 맞더라고요. 그래서 막연하게 한국에 돌아가면 귀농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귀농을 결심한 후 어떻게 준비하셨어요?

후계농 같으면 자기 지역을 좀 알고 부모님이 계시니까 좀 나은데 연고도 없는 낯선 곳에 가서 농사지으려면 힘들거든요. 그래서 농사 이론을 익히고 실습을 한 후 귀농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한국 오자마자 교육을 찾다가 농협 청년농부사관학교에 들어가게 됐어요. 제가 3기였는데 사관학교 졸업할 때쯤이면 지역 홍보와 청년 유치를 위해 지자체에서 엄청 많이 오시거든요. 문경은 시장님께서 직접 오셔서 간담회를 했는데 스마트팜 표고버섯 사업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이 잘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졸업하자마자 문경으로 귀농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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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의 지원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저는 스마트팜 재배단지랑 귀농인의 집이라고 귀농‧귀촌 보금자리 지원을 받아서 8개월 동안은 무료 임대로 지내다가 진짜 여기서 살아야겠다 싶어서 이전했죠. 그리고 달빛탐사대라는 문경의 청년마을 1기에도 참여해서 건조 표고버섯을 상품화하고 지역에 정착하는데 물리적‧정서적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요. 정부나 지자체마다 다양한 지원사업과 정책들이 있으니 찾아보고 적극 활용하시면 좋아요.

 

🌱연고 없는 지역에서 4년째 살아오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사람과의 관계가 제일 어려우면서도 제일 필요한 것 같아요. 제일 쉽게 다가가려고 한 거는 지역에는 기본적으로 봉사단체들 많잖아요. 그런데 들어가서 사람들 많이 만나고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사람들도 알게 되고 점점 활동 범위가 넓어졌어요. 이젠 과부하다 싶을 정도예요.(웃음) 시골 특성상 사람도 별로 없고 청년도 별로 없다 보니까 이쪽 단체에서 활동하면 저쪽 단체에서도 일하자고 하고 그러면 안 갈 수가 없거든요. 안 한다고 하면 섭섭해하시고요. 최근엔 결혼해서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고 ‘가치살자협동조합’에 합류해서 달빛탐사대 운영진으로도 활동하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점점 줄여나가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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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문경에 혼자 왔다가 어머님도 오시고, 최근에는 결혼해서 와이프까지 문경으로 이주해 오셨는데 그 과정에서 반대 같은 건 없었어요?

네, 와이프도 대구에서 계속 살다가 결혼하면서 저 따라 문경으로 오게 됐거든요. 문경에 신혼집을 구해서 같이 출퇴근하면서 농장에서 일하고 있어요. 저희가 연애 때 워킹홀리데이도 같이 다녀 와서 저의 귀농 계획이나 이렇게 농사짓고 살아갈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어요.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것들을 실현해 나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설득된 것 같아요. 제가 억지로 막 문경으로 오라고 했던 건 아니었고요(웃음)

두 분 다 적응은 쉽지 않죠. 저야 뭐 살아야 하니까 여기 왔지만, 두 분은 저 때문에 거의 강제로 오다시피 했으니까 아는 사람도 없고 낯선 곳에 적응하는 어려움을 저만큼 또 겪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고맙고 미안한 감정이 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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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지으면서 가장 힘든 점은 뭐예요?

제가 이제 4년 차거든요. 1년 연중 생산이다 보니 쉼 없이 표고버섯을 생산해야 해서 제가 원했던 워라밸은 못 누리고 있습니다. 시골에 가서 워라밸 찾는다거나 리틀포레스트 같은 낭만을 갖고 계신 분들 많잖아요. 농사나 농업 관련된 일을 한다면 워라밸을 찾는 게 정말 쉽지 않아요. 내 라이프스타일에 맞추려고 농사 시기를 놓칠 수는 없으니까요. 솔직히 농업 관련된 콘텐츠가 블루칩은 맞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쉽게 생각해서 헛된 꿈을 꿔서도 안 될 것 같아요. 저는 4년을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이렇게 정성을 들이고 이 정도 노력했으면 다른 일을 했어도 뭐라도 이뤘을 거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래도 아깝지는 않아요. 그동안 이룬 것들도 많고 귀농한 뒤에 좋은 일들도 많이 생겼거든요. 다시 하라고 하면 안 하겠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도 많아서 계속 그것들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현호 님이 앞으로 이루고 싶은 일은 어떤 건가요?

6차 산업까지 이루는 게 제 꿈이에요. 호주에는 1년 내내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이다 보니까 6차 산업이 엄청 발달돼 있거든요. 저희가 갔던 곳 중에 타즈매니아주의 베리패치라는 예쁜 관광농원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귀농하면 저도 이런 관광농원을 만들어야겠다는 계획을 그려왔어요. 먼저 1차 농업과 가공 유통을 해 보고 자리 잡아가면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어요. 올해 기초 공사 들어가고 내년에 시설을 만들어서 이제 와이프가 그 시설을 맡아서 운영하려고 해요. 계획했던 목표까지 도달하려면 아직 해야 할 일도 많고 더 노력해야 하기에 현재에 만족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꿈을 계속 생각하며 달려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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