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정종순 님_#1 식구 중에 아픈 사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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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순

전직 시의원ㅣ현직 충청인사이트 대표ㅣ시골N잡러

인스타 @egosword / @sigol.79

#1 식구 중에 아픈 사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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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살겠다고 선언한 동네는 아버지의 고향이자 현재는 부모님이 먼저 돌아와 살고 계신 시골 마을이다. 어린 시절엔 할아버지 집 사랑방 아궁이에 나뭇가지를 집어넣으며 실컷 불장난하다가 장판을 태워 먹기도 하고 논바닥에 물이 얼면 동네 사촌, 오촌, 육촌 또래들이 다 모여 이른 아침부터 썰매를 탔던 곳이다.    

 

 어찌어찌 이사를 강행하는데 복병은 별의별 곳에 숨어있는 법이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베이지색 5단 서랍장은 쇼핑을 싫어하는 내가 나름대로 아까운 시간을 투입해서 고르고 고른 거였다. 문제는 배송 기사가 배달 오는 걸 꺼린다는 것. 가능한 하루에 여러 집에 배달하는 게 이득일 텐데 아무래도 동선이 안 나올 테니 소비자의 권리 운운하기엔 기사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배송 기사는 가능한 가까운 도시로 가는 일정과 맞춰보려고 애를 쓰는 게 보였고 돈을 버는 고단함을 아는 동지로서 나는 기다려 주기로 했다.    

 

 드디어 서랍장이 온 날. 불만 섞인 표정의 기사 얼굴을 보며 나는 음료수를 꺼내 들고 살갑게 말을 붙였다. 조금씩 표정이 누그러지던 아저씨는 자신이 사실은 친절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식구 중에 아픈 사람 있나 봐요? 누가 아프세요?”    

 “네?” 어리둥절한 나는 아저씨가 무슨 착각을 했겠지 싶었다. “아픈 사람 없는데요.”    

 “어, 진짜 없어요? 이상하다. 보통 이 정도 깊은 시골에 들어갈 때는 누가 아파서 들어가는 건데……” 그렇게 당황해서 중얼거리던 기사는 갑자기 큰소리를 쳤다.    

 “아니 아픈 사람도 없는데 젊은 사람들이 왜 이런 데를 들어와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고 할까. 예상치 못 한 공격에 말문이 막혔다. ‘아니 이 아저씨가 내가 시골에 살든 섬에 살든 뭐 보태준 거 있나. 곗돈 떼먹고 야반도주한 사람 보듯 하는 저 눈은 뭐지?’라는 말은 속으로 삼키고 나는 미소를 잃지 않으며 말했다.    

 

 “왜요. 시골 좋잖아요.”

 

 그 후에도 우리 집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언제까지 있을 거야?’ ‘이런 덴 은퇴하고 들어가는 거 아니야?’. 심지어는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살면 못써!’라고 역정을 내는 분도 있었다.

 

 이렇게 사는 게 무얼까? 사람들은 도시로만 가려고 해서 문제라면서 막상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지방으로, 시골로 간다고 하면 갑자기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반대한다. 겨울에 눈 치워 보면 달라질 것, 봄에 풀 뽑아보고 나면 당장 나간다고 할 것이라는 장담들을 뒤로하고 세 번째 봄을 지나 세 번째 겨울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이 집이 좋다.  

우당탕탕 시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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