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시골친구_안재은 님





+시골의 가치와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을 소개하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통해 시골 생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안녕시골은 그걸 '시골친구'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전국 방방곡곡 시골친구를 직접 만나 나눈 이런 저런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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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은 with 에디터 야채

농업회사법인 (주)촌스런 대표 | 농촌콘텐츠 전문가 | 프로촌년 안떡국

인스타그램 @pro.chonyeon


오송역에서 30분 정도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약속 장소,

전날 늦게 잔 덕에 택시에서 꾸벅꾸벅 졸다 보니 사람 많고 바쁘던 차창 밖 풍경은

어느새 한적하고 초록초록한 풍경으로 바뀌어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논두렁 밭두렁’이라는 농가 식당.

시골친구는 여기서 농산물 꾸러미를 포장하는 일정이 있어 나를 이곳으로 초대했다고 했다.

마침 날씨도 좋고, 풍경도 좋아 처음으로 진행하게 된 야외 인터뷰.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골친구를 만나는 설렘 때문인지 그냥 모든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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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청주시 문의면에서 5년째 농사를 지으면서, 농촌 어르신들과 같이 제품을 만들어 유통하고 있는 청년 농업인 안재은입니다.

🌱재은님 SNS를 보면 진짜 바쁘게 지내고 계신데, 요즘 근황에 대해 알려주세요!
작년에 체리 밭을 인수 받았는데, 올해 농사 망했어요.😅 원래 체리가 냉해에 영향을 가장 잘 받는 품목인데요. 이번에 냉해가 너무 심해서 농사를 일찌감치 포기를 하고 농촌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청년 농업인 교육을 맡아서 진행하고. 고등학생들이 농촌 잡지를 만드는 활동에 퍼실리테이터 역할도 했었고요. 제가 법인으로 창업한지 3년 정도되다 보니까 창업 컨설팅도 했어요. 또, 제주에 있는 청년농업인 그룹 ‘프로젝트 짓다’가 제주 농산물을 활용한 유기농 커리를 만드는데요. 거기에도 같이 참여하고 있어요.

 

🌱유기농 커리요? 그럼 개발부터 참여하시는 건가요?

개발부터는 아니고 제가 그동안 농촌 콘텐츠를 해와서 농촌 콘텐츠 개발 부분하고 육지와의 연결고리를 담당하고 있어요. 생각보다 제주도 분들은 육지에 진출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사실, 여기 분들하고는 5년 정도 친구로 지내다가 제가 올해 농사가 망하는 바람에 좀 더 가까워지면서 협업하게 되었어요. 위기를 기회로 만든 셈이죠😆

 

🌱그러고 보니까 지난주에도 제주도에 행사가 있어서 다녀오셨죠?

네. 맞아요. 지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당근밭에서 <생태 미식 놀이터> 행사를 열었어요. 아까 말씀드린 제주 청년농업인 그룹이랑 같이 하는 행사에요. 계속 교류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게 무엇일까 고민을 했는데, 청주든 제주든 공통적으로 아이 돌봄에 문제가 있더라고요. 우리가 문제 해결은 못하더라도 시스템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번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하는 인문 실험 공모전에 참여했어요. 공모 사업이라 프로그램은 한 번 하고 끝났는데, 공동체 모임은 지속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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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로컬 F&B 기업으로 간편식 브랜드를 출시한다는 소식 들었어요! 농촌에도 일의 분야가 다양하게 있는데, F&B를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유통도 해봤고 문화 활동도 해봤고 여러 가지를 했는데,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려면 수익성이 있어야 하더라고요. 수익성이 있으려면 기반이 커야 되는데, 청년농업인으로 시작하다보니 그 부분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그래서 우리의 장점이 무엇인가 생각을 해봤을 때, 그동안 농촌의 이야기를 쌓아오면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니까 내가 농사 양이 적더라도 주변의 농산물을 구해서 뭔가를 만들어볼 수 있겠더라고요. 그리고 농촌의 어르신들에게 가공이나 제품 개발은 어려운 일이라 '우리가 농촌의 특성을 담을 수 있는 제품 개발을 해보면 어떨까?' 하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브랜드 이름이 할매 레시피? 친근해서 좋은 것 같아요:)
제품 개발하면서 할머니의 레시피를 100% 따오기보다는 할머니의 스토리에서 좀 더 많이 착안했어요. 예전에 청주에서 마늘 농사를 많이 지었는데, 마늘을 수확하고 집에서 아이들에게 마늘을 까라고 하면 손이 아리고 아프다고 투정을 부렸대요. 그럴 때마다 마늘로 떡볶이 해주면서 달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떡볶이 레시피가 어떻게 되는지 여쭤보고, 그걸 대중의 입맛에 맞게 셰프님과 개발을 해서 ‘청주 마늘 떡볶이’가 탄생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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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과 함께 일하시면서 그분들에게 사랑받는 재은 님 만의 비결이 있으신 궁금해요!
제 MBTI가 ‘ENFP’인데요, 그게 할머니들과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최대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공감해 드려야 되거든요. 그리고 농촌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도 제 성향이랑 잘 맞고요. 할머니들과 촬영을 해야 돼서 약속을 잡는데, 그날이 장날이면 동네에 아무도 안 계세요.(웃음) 그래서 오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촬영하고 그랬어요.

또, 전에는 <청원생명축제> 참여하면 어르신들 텃세가 심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올해 떡볶이 판매하면서 매일매일 부스에 찾아가서 넉살 좋게 인사드리고 떡볶이 조금씩 나눠드리니까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만의 오해가 있었구나 최근에 느끼게 되면서 어르신들에게 계속 더 다가가고 있어요.

 

🌱올해가 진짜 얼마 안 남았는데, 남은 계획 살짝 스포 부탁드려요!

앞으로 계속 저희 제품에 대해서 홍보하려고요. 최소한 내년까지는 청주시 안에서 ‘이거 들어봤어!’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과수 농사는 겨울이 바쁜 시기에요. 나뭇가지를 잘라주면서 내년에 열매가 잘 맺힐 수 있도록 전지 작업을 하는데, 작업 잘 끝내서 내년에는 냉해 피해 없이 농사가 안 망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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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은 님의 최종 목표나 꿈도 궁금해요:)

꿈이요? 이 부분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예전에는 쉽게 이야기했었는데, 목표가 계속 바뀌다 보니까 고민스럽더라고요. 그래도 하나 이야기하자면 농촌 안에서 지속적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함께 고민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제가 거의 혼자 활동을 하고 있어서 외로운 마음에 제주도에도 간 것도 있거든요. 요즘 청년들이 농촌에 올 수 있도록 하는 사업도 많아졌으니까 농촌살이를 같이 하거나 제품을 같이 만드는 친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럼 계속 청주에서 활동하실 계획이신 거죠?

사실, 올해 초에 제주도로 갈까 생각을 했었는데요. 제주도랑 청주를 비교해 보니까 제가 청주 사람이라서 그런지 청주가 괜찮더라고요. 도농복합지역이라 조금만 나가면 다양한 인프라가 있어요. 그리고 충청도인끼리의 인맥이 있거든요. 만나는 어르신한테 ‘충청도 사람이에요’. ‘청주 사람이에요’하면 좀 더 잘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도 청주에서 활동할 생각이에요.

 

🌱‘포스트 안재은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요?
요즘 청년 농업인으로 오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청년 농업인 지원 사업 때문에 땅을 구하고 다녀요. 그리고 300평 이상의 땅이 있어야지 농업 경영체를 등록할 수 있는데,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농업경영체 등록이 우선이 아니라 농촌을 알아가고, 그다음에 여기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지 알아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준비 기간을 두고 나서 땅을 알아보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

 

🌱1년 후 오늘의 재은 님을 상상해 본다면요?
올해 변화무쌍한 시기를 보냈는데요. 내년에는 좀 더 정착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판매하는 제품도 그렇고 저 자체도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딱 정의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내년에는 내가 말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정의가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진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주세요!
저는 연결되는 걸 좋아해서, 인스타 팔로우 많이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팔로우 만 명 넘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제가 참여하는 유기농 커리도 지금 펀딩 진행하고 있고, 저희 간편식 브랜드 제품도 내년 6월에 출시할 예정이니까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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