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의 시골친구_박다니엘 님





+시골의 가치와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을 소개하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통해 시골 생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안녕시골은 그걸 '시골친구'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전국 방방곡곡 시골친구를 직접 만나 나눈 이런 저런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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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니엘 with 에디터 폴

탄소농업 | 유기농마을 | 마을 살리기

인스타그램 @danielp5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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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려요.

저는 전남 영암의 월출산 아래 위치한 신안정 마을에서 부모님과 함께 유기농 벼농사를 짓고 있는 박다니엘입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농사를 도와 왔지만 배움을 위한 떠돌이 생활을 접고 7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했어요. 코로나 시국에 아내를 만나 딸을 키우며 살고 있고, 한살림 영암달마을공동체 농산팀장과 유기농생태마을의 사무를 맡고 있어요. 모교인 마을 초등학교 친구들과 친환경 벼농사의 한 해 살이를 함께 배우고, 자전거를 타고 들판을 돌아다니곤 해요.


🌱얼마 전에 벼 수확이 끝났을 것 같은데 올해 벼농사는 어땠나요?

최근 몇 년 동안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예측할 수 없는 기상 상황으로 많은 걱정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평년작 정도의 수확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여러 품종을 심는데, 그중에는 일찍부터 잎마름병으로 수확을 별로 하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그래도 다른 품종들의 수확은 괜찮았던 것 같아요. 매년 다른 기후 조건에 적합한 품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문제는 매해 기후를 예측할 수 없기에 별 소용이 없는 것 같아요. 매해 하늘의 도우심을 구할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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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공부를 했다고 들었는데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시니 어떠신가요?

안구건조증이 심해서 공부를 접고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책과 컴퓨터 화면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일할 수 있어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농사일이 고되기는 하지만 농번기를 제외하면 시간 조절을 하며 쉼을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요새는 다른 일들이 많아져 그러지 못하고 있지만요. 시골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몸을 생각하면 이제 일을 더 이상 늘리지 않아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유기농업이나 친환경농업은 친숙한데 탄소농업은 무엇인가요?

유기농업이나 친환경 농업이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작물을 재배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탄소 농업은 작물 재배의 전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석연료(에너지)를 줄여 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요.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농자재를 생산하는 단계에서부터 농기계를 운영하여 파종에서부터 수확하는 모든 과정에서 소비되는 전기나 연료의 사용을 줄이거나 자연에서 유래한 자재를 사용하여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농업 방식이에요.


🌱이렇게 유기농업, 탄소농업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버지께서 젊은 시절 농약 중독으로 고생하시면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지으려는 시도들을 어렸을 때부터 보아왔어요. 제가 농사를 지으러 마을로 돌아왔을 때는 유기농이 정착단계에 들어서 있어서 자연스럽게 저도 유기 농사를 짓게 되었어요.


우리나라 탄소농업(저탄소인증)은 벼농사의 경우를 보면 유기농업을 제대로 실천한다면 인증 받을 수 있는 체계예요. 처음에는 소비처에서 요청해서 저탄소농축산물인증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구체적인 과정이 궁금해서 인증에 대한 교육을 받고 심사원으로 활동하면서, 우리 농산업이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다 친환경농업이 환경친화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퍼머컬처를 배우면서 이 사실을 명확히 확인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생태계와 지구에 부담을 줄이는 탄소농업을 지향하게 되었어요.


🌱올해 마을에서 퍼머컬처 디자인코스를 운영하셨는데 그 이유는요?

처음 퍼머컬처를 접하게 된 것은 코로나가 한창일 때 웨비나를 통해 이루어진 '탄소제로 온라인 그린스쿨'을 통해서 였어요. 쓰레기 문제부터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프로그램 중 한 꼭지였는데, 우리의 삶에 필요한 먹거리 생산하는 농업 분야에서 퍼머컬처가 기후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유기농업을 한다고 하지만 직접 농사짓는 농민이 아니면 유기농의 가치와 의미를 느끼기는 쉽지 않고, 농민들 중에서도 소득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만 생각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런데 퍼머컬처는 누구나가 몸으로 느끼며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라서 제대로 배워보자는 마음에 유기농생태마을 교육 사업으로 운영하게 되었어요. 공부를 하다 보니 단순하게 농사 방식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의 다양한 영역과 지역 사회 공동체에 대한 영역까지 총체적으로 다루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농촌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기후위기 시대 우리 삶을 돌아보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과정이라 계속 운영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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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정마을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전남 영암의 월출산 아래에 위치한 시골 마을이에요. 가학산에서 발원하여 영산강으로 흘러가는 망월천이 마을 앞을 지나고 있고, 마을 뒤로는 낮은 동산이 둘러싸고 있어요. 10여 가구의 작은 마을인데 2000년대 초반부터 유기농 벼 재배를 시작해서 이웃 마을들과 함께 친환경 농업 단지를 이루고 있어요. 2017년부터 저탄소 인증을 받았고요, 친환경 단지를 이루고 있는 이웃한 12개 마을들과 함께 하천에 토하가 돌아온 것을 기념하여 '유기농&토하축제in영암'을 개최하여 농촌 공동체와 도시 소비자의 교류의 장을 열어가고 있어요. 코로나 이후 중단된 상황이지만요😥 2018년에 전라남도로부터 유기농생태마을로 지정받아 유기농 벼를 공동 생산하는 일을 하고 있고,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사업에도 힘을 모으고 있어요.

 

🌱유기농 벼농사, 탄소농업, 마을 살리기, 다 연결된 것 같은데 앞으로 하고 싶은 일, 계획이 있으신가요?

그러네요. 시골살이가 그런 것인지 어찌하다보니, 옛날 어르신들처럼 삶의 다양한(모든?) 면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지금처럼 1차 농산물 생산으로는 가계의 생계나 마을 공동체를 지속해 가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농업과 농촌의 삶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것, 그리고 산업화와 도시화로 우리의 삶에서 잃어버린 것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함께 나누는 일들이 필요하고, 그래야 농촌에서의 삶이 지속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그래서 바쁜 농사철에 초등학교 친구들과 유기농 벼농사 체험을 시작하게 되었고요. 지역에 있는 청년들과 이러한 일들을 꼼지락꼼지락 해보려는 생각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있어요. 농촌 마을로 청년들이 들어와 정착해 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어요. 퍼머컬처 교육도 그 일환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7년 전에 제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보니 어렸을 때 친구들은 저처럼 모두 떠나 있었고, 함께 할 친구들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궁극적으로는 마을에서 함께 할 친구들이 생겨서 재미있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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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을 살리려면 청년들도 많아지고 아이들 교육여건도 나아져야 할 텐데요, 결혼도 하셨고 아이도 있으신데 농촌의 교육이나 시골학교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신다면요?

사실 농촌의 작은 학교에 대한 지원은 생각보다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그런데도 현실은 그 수혜를 받을 학생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거지요. 읍면 소재지의 학교들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사정은 마찬가지가 될 것 같아요. 고향으로 돌아와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초등학생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도는 마을학교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지금은 친환경 벼농사의 전 과정을 특색 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매년 이맘때가 되면 내년 신입생들이 있는지 없는지가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의 고민거리가 되었어요. 또 서너 명의 소수로 구성된 학급에서는 친구들 사이에 관계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고요.


어떤 정책으로 사람을 모은다고 해도 아이들이 크고 나면 학교는 다시 비어가게 되거든요. 지역 사회와 학부모님들의 노력도 한 세대인 것이고, 지역 사회의 사회경제적 여건들과 맞물려 있는 것이라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주어진 상황과 여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가면 좋은데, 이제 그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어른 세대들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 농촌의 현실이 아닌가 해요. 제 아이가 학교에 갈 때 초등학교가 남아 있으면 좋겠지만 잘 모르겠어요. 외국에서처럼 대안교육이나 홈스쿨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도 준비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최근 시골에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시골은 찾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시골을 찾는 이유가 다 다르겠지만, '친구를 사귄다는 생각으로 시골을 대해 준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나와 다른 어떤 존재를 알아가고 관계를 맺어가는 일에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간이 필요하듯이 시골에 대한 태도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시골살이가 친구들을 만들어 가는 일이기도 하고요.

 

🌱끝으로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시친소를 통해 첫 만남을 갖게 되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마을에서 만나 뵈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때까지 건강하시고 평안하세요~

우당탕탕 시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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