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시골친구_윤한 님





+시골의 가치와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을 소개하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통해 시골 생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안녕시골은 그걸 '시골친구'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전국 방방곡곡 시골친구를 직접 만나 나눈 이런 저런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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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 with 에디터 선유

이성과 감성 | 문학 | 소양하다

인스타그램 @textist_hani.sy


춘천의 골목에서 문학으로 사람을 모으고 연결하는 그는 마치 소양강 같다.

강물이 돌과 자갈 사이를 흐르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듯,  

지역에서 사람과 사람을 잇고 문학적 소양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윤한 님과 그의 공간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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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려요.

저는 지역에서 문학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기획과 커뮤니티 운영하고 있는 윤한입니다. ‘소양하다’라는 브랜드로 문학라운지와 전시 라이브러리, 기록장 이렇게 공간 3곳을 운영해요.


🌱소양하다는 춘천의 소양강에서 따온 건가요?

네, 춘천의 장소성을 표현하고 사람과 사람-사람과 지역이 연결되는 커뮤니티를 은유한 것이기도 해요. 그리고 문학을 통해 쌓이는 우리들의 ‘소양’이라는 의미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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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와 공간이라는 게 좀 생소하게 느껴지는데요.

제가 춘천에 공간 커뮤니티 지원사업이 있어서 시민들과 내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보는 활동을 하나 해봤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물론 제가 지금은 글을 쓰지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없으면 내가 하면 되지 해서 창업하게 됐어요. 그 당시 트레바리나 취향관과 같은 새로운 커뮤니티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할 때라 이에 착안해서 지역화한다면 춘천형 커뮤니티가 생길 수 있겠다고 판단했거든요.

우린 일상을 기록하거나 글쓰기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잖아요. 사실은 그게 평소 접하지 않아서 오는 거거든요. 저는 문학을 전공하면서도 제일 재밌었던 게 내 얘기를 약간 세련된 형태로 한 필터를 거쳐서 더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게 되는 그 장치였어요. 왜냐하면 다른 인물을 내세워서 내 얘기를 더 솔직하게 할 수 있게 되거든요. 그냥 “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라고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솔직하게 말을 못 할 때가 많은데, 소설이나 허구의 형태를 빌려서 쓰다 보면 좀 더 평소 고민하는 것들이나 지역에 대한 문제의식이 진솔하게 표출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좀 해보고 쌓아갈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해서 그렇게 커뮤니티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주로 어떤 분들이 오시나요?

창작 기반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은 주로 이제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게 오세요. 한때 글을 썼던 분들이나 소수 문학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참여하시고, 같이 읽고 교류하는 커뮤니티형 모임의 경우에는 좀 더 편하게 인근 주민들이 참여해 주고 계세요. 최근 제가 <모닝 커피클럽>이라고 매주 월요일 아침 7시에 모이는 커뮤니티 클럽을 시작했거든요. 매주 새로운 주제의 시와 원두를 큐레이션 해서 같이 커피 한잔하며 시도 읽고, 일상 이야기를 나누는데 호응이 좋아요. 이른 시간이다 보니 중년분들이 많은 편이고 새벽기도나 운동 갔다가 오시는 분, 퇴사나 은퇴처럼 인생의 제2 전환기를 맞이하신 분 등 다양하게 모여요.


🌱월요일 아침이면 힘겹게 일어나서 나가기 바쁜데 다들 부지런하시네요.

제가 월요일에는 대학원 수업이 오후에 있다 보니 오전에 자꾸 늘어지게 되더라고요. 학교 다녀오면 하루가 끝나버려서 최대한 오전 시간을 활용하고자 하는 사심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저희 팀에서는 모든 커뮤니티 클럽을 열 때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자는 원칙이 있거든요. 자기가 재미있어야 참여자가 많이 없어도 힘이 안 빠져요. 그래도 지난주에는 일곱 분 정도 참여하셔서 시를 읽고 그에 맞는 질문들을 서로 나누고 한 주간의 목표 계획이나 버킷리스트 같은 거 얘기했어요. 저도 덕분에 월요일마다 5시 40분이면 일어나서 6시 반에 매장 문을 열고,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하고 있죠.


🌱어떻게 이 동네에서 공간을 열게 되셨어요?

사실 카페 바로 앞에 있는 초등학교가 바로 제가 졸업한 모교예요. 어릴 때 학교 마치면 친구들하고 살구 서리, 앵두 서리하러 다니다 혼나고 그랬던 동네이죠. 15년을 살았던 데라 아직도 친구네 아버지가 하시는 문구점이 있고, 아는 동생 세탁소가 있고 저한텐 익숙해요.

그런데 여기가 오래 비어 있던 상가라 깜깜하고 우범 지역이었거든요. 처음에 이런 공간이 생긴다고 했을 때 외부 차량이 많아질까봐 주민들께서 별로 안 좋아하셨어요. 그런데 보시면 알겠지만, 저희는 관광객 대상의 카페는 아니라 주차 문제 걱정 안 하셔도 되거든요. 오히려 골목이 환해지니까 쓰레기 무단투기나 노상방뇨 같은 문제가 줄었어요. 이젠 주민분들도 좋아해 주시고 장사 안돼서 어떻게 먹고 사냐고 걱정해 주실 정도예요. 저희도 자주는 못해도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는 동네 청소하고 정리하는 데 참여하려 하고요. 이전보다 동네 분위기가 밝아지고 활기를 띠는 것 같아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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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춘천에서 좋았던 기억과 사람들이 훗날 윤한 님을 다시 춘천으로 돌아오게 한 것 같은데요. 사실 20대 때는 주로 서울이나 대도시로 나가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잖아요.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그 당시 제 주변에도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사는 걸 꿈꾸는 친구들이 훨씬 많았죠. 일자리 문제도 그렇고요. 그런데 사실 저는 사람 많은 것을 싫어하고, 고층빌딩 숲 안에서는 못 살겠더라고요. 작은 공간 안에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으면 답답해서 못 견디겠어요. 그러다 보니 뭔가 미래를 생각했을 때 춘천이 항상 머릿속에 그려지는 배경이기도 했고, 제일 마음 편한 데에서 사는 게 꿈이었어요. 그래서 난 그냥 춘천으로 가야겠다,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곤 했죠. 당시 제가 여행사에서 2년 정도 일하면서 관광 분야에 흥미를 느끼는 걸 보고 동생이 강원대 관광경영 석사 과정을 추천해 줬어요. 그렇게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자연스럽게 춘천으로 돌아와서 관광 분야에서 활동하게 됐죠.

 

🌱인생에 있어 큰 변화이자 결정이었네요.

맞아요. 그렇게 춘천에서 공부하고 관련 일도 하던 중 지도교수님의 추천으로 관광두레 청년 PD로 활동하게 됐어요. 그게 제 인생의 가장 큰 터닝 포인트라고 꼽을 정도로 의미 있었어요. 관광이라는 게 어떤 특별한 게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가는 식당, 카페, 체험과 같은 요소들을 같이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거거든요. 함께하는 주 PD님이랑 같이 일하면서 사업 모델 발굴하고 사업체 발굴부터 육성, 브랜딩 등 많이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고, 지역에 관한 관심과 애정도 높아져서 여기서 뭔가 더 해보고 싶은 게 생겼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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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경험을 발판으로 지역 내 다양한 활동과 창업까지 하셨네요. 이렇게 바쁜 와중에 학업도 병행 중이라고요.

저는 저 자신을 포함한 사람 하나하나를 영화 속 주인공으로 봐요. 사람마다 각자 가진 주 무기가 있고, 그게 똑같으면 인물이 재미없잖아요. 그렇게 봤을 때 저는 학부에서는 문학을 전공했고 그다음에 관광을 공부했어요. 여기에 부가가치를 더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죠. 춘천에 와서 지역 사업들에 참여하다 보니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내가 사는 지역을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제가 지금 하고자 하는 것들을 도시 관점에서 좀 풀어내고 싶은데 잘 모르니까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2~3년 동안 이전에 배우고 경험했던 걸 풀기만 하다보니 이젠 한계도 느꼈고,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어서 도시공학 과정에 진학하게 됐어요. 그런데 저는 구조적으로 문학이나 관광, 도시공학이 크게 다르다고 보지 않아요. 문학을 보면 공간이 있고 사람이 있고 그다음에 서사가 있잖아요. 관광도 땅이 있고 사람이 있고 여행이 있고 경험이 있고, 도시도 역시 지역이 있고 사람이 있고 삶이 있고요. 석사 진학할 때도 다른 분야라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하면 되긴 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든 될 거라는 마음으로 질렀어요. 아직 두 학기째이지만 그동안 답답했던 부분들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아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며 살고 계시는 데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제가 필요한 거에 최선을 다하긴 하지만, 맥락이 없으면 너무 힘들어하거든요. 지역, 사람, 삶의 일상 이렇게 세 가지 관점을 갖추고 일을 해나가고 싶었어요. 사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 것들도 있는 데 그냥 개인적인 만족이고 욕심인 거죠.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의 사사로운 일상 기록이 아카이빙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 하는 에디터 사업이나 기록장 같은 사업들도 이렇게 지역의 장소성을 발굴해서 기록하는 일의 일환이고요. 이런 것들이 예체능 분야에서는 활발히 일어나고 문헌 연구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일상을 기록한 시민들의 생활 기록물도 의미가 있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근데 그걸 모아놓은 게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온·오프라인을 떠나 개개인의 일상 기록이나 사는 이야기들을 모아놓는 플랫폼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그리고 춘천에 외지에서 오신 분들이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나 경험의 장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도 내년부터는 카페 공간을 다른 형태로 운영하려고 해요. 책이나 문학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말에 놀러 와서 커피 한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라운지 공간의 형태로 변화하려고요. 엄청나게 크고 힙한 공간이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자연스럽게 공간 주인장이나 호스트와 교류하다 보면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우당탕탕 시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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