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의 송혜교 님_#1 택배가 오지 않는 집에 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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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 님

작가 | 홈스쿨링생활백서 대표 | 숲속의 N잡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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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택배가 오지 않는 집에 살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이 가끔 내게 이렇게 묻는다. "걸어서는 아무 데도 못 가고 대중교통도 없고. 어딜 가든 차 타고 다녀야 하면 너무 불편하지 않아?" 그럼 나는 이렇게 답한다. "내가 미국인이다...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 그렇다. 나는 학교에 트럭을 몰고 가는 트와일라잇 벨라의 마음으로 하나로마트에 가는 것이다. 어디에나 차를 타고 가야 한다는 사실은 아주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느껴지는 시골살이의 아주 치명적인 단점들이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시골집에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의 일이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이 왔다. "00번지 주민이시죠? 저 담당 택배기사인데요... 택배를 너무 자주 시키시는 것 같아서..." 사연은 이러했다. 이사 직후 우리 가족은 열심히 인터넷 쇼핑을 했다. 생필품부터 마당 용품, 거실 창에 꼭 맞는 커튼이나 방을 꾸밀 소품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우리 동네에는 집이 매우 적어서 택배 기사님들이 '건수'를 채우기 굉장히 힘들다.


우리 집은 특히나 산골 동네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있어 더더욱 오가기가 번거롭다. 우리 동네 주민들은 애초에 인터넷 쇼핑을 아예 하지 않는 노년층이거나, 이 사실을 알고 기사님을 배려해 택배를 거의 시키지 않고 있었다. 새로 이사 온 우리 가족만 이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아니, 우리는 '택배가 오지 않는 집'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여기는 섬도 아니고 경기도인데!

 

하지만 우리 동네를 차근차근 생각해 보니, 사실 여기까지 택배가 오는 게 더 기적 같은 일이라는 걸 깨우칠 수 있었다. 집과 집 사이의 거리가 몇백 미터에 달하는데, 배송 천국 한국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불가능했을 일이다. 기사님은 이렇게 덧붙였다. "새로 이사 오셔서 필요하신 게 많죠? 당분간은 바쁘실 테니 매일 들어오는 대로 배송해 드릴게요. 그 이후에는 신선식품만 아니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모아서 가져다드려도 될까요?" 나는 서둘러 알겠다고 답하고는 가족들에게 이 중대한 사실을 알렸다.

 

그날부터 우리 집은 택배가 오지 않는 집이 되었다. 기사님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다. 인터넷 쇼핑을 할 때는 무조건 서울에 있는 사무실 주소를 입력하고 아빠가 퇴근길마다 차에 실어 2차로 직접 배송한다. 신선식품도 사무실의 개인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한꺼번에 가져온다. 서울에 살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렇게 조금씩 시골의 삶에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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