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의 시골친구_임창민 님





+시골의 가치와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을 소개하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통해 시골 생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안녕시골은 그걸 '시골친구'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전국 방방곡곡 시골친구를 직접 만나 나눈 이런 저런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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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민 with 에디터 야채

양평 발효연구회 대표 | 양평 토종씨앗 연구회 | 발효왕(이 될 예정)

인스타그램 @up_from_manas


수확의 계절, 가을! 우연한 만남이 또 결실을 맺었다.

지난 9월 농업박람회에서 본 시골친구를 그의 새로운 아지트에서 다시 만났다.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약간은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햇빛이 가득 들어오고 발효왕의 꿈이 숙성되는 따뜻하고 포근한 공간에서

시골에 대한 진심과 열정 가득한 시골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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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양평에서 밀 농사를 지으면서 발효와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는 임창민이라고 합니다. 발효 중에서도 전통주를 중심으로 이것저것하고 있어요.

 

주민 이벤트도 참여하시고, 농업박람회 안녕시골 부스에서도 만났었잖아요! 안녕시골은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농업 관련해서 검색하다가 SNS에 안녕시골이 갑자기 뜨는 거예요. 재미있는 활동을 하는 거 같아서 관심 있게 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지역 동아리 활동을 같이하는 친구가 농업박람회에 가자고 해서 갔는데, 거기에 안녕시골 부스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부스에 찾아가 인사도 나누고 그러다 이렇게 인터뷰도 하게 되었네요.(웃음)

 

농사와 발효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거예요?

그동안 협동조합이랑 사회적 기업, 인문 교육 쪽으로 계속 활동해 왔었는데요. 어머니가 아프시면서 간병을 위해 기존에 하던 일들을 다 정리하게 되었어요. 마침 코로나도 왔고요. 그러다 주변에서 저를 오랫동안 보신 분들이 ‘농업 쪽으로 전환을 하면 좋겠다. 농업에도 비전이 있으니까 제가 가진 성향을 살리면 잘 맞을 것 같다’ 이렇게 조언을 해주셔서 고민을 좀 해보다가 텃밭농사부터 시작하게 되었어요.

 

창민님 인스타를 보니까 '발효와 요리를 통해 온 살림의 종합 예술을 펼칩니다'라는 소개 문구가 인상적이더라고요!

책을 보다가 인상 깊게 본 문구를 조금 변형한 거예요. 제가 하는 게 발효잖아요. 발효는 우리가 키운 작물들에 있는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내 사람들이 소화와 흡수를 잘할 수 있도록 열처리해서 먹을 수 있게끔 만들고, 응축시키는 숙성 과정을 거치는데요. 이게 요리랑 다 연결이 되는 거죠. 또 이 모든 과정이 손으로 직접 만들어내는 거잖아요. 그래서 내가 하는 거에 정의를 내린다면 발효와 요리로 사람을 살리고 마음을 살리는 종합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적었어요.

 

발효액, 전통주 등 다양한 활동을 하게 만드는 발효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저를 봤을 때, 평소에는 약간 시니컬하고 표정 변화도 별로 없는데 발효할 때는 항상 웃고 있다는 거예요. 특히 술 만들 때 그냥 즐거워서 만드는 게 보인대요. 이렇게 나도 좋고, 다른 사람들도 좋게 만들 수 있는 게 흔하지 않은데 발효는 가능하니까 이거야말로 발효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쌍화 발효액을 만드는데요. 코로나 때 주변 분들이 마셔보시더니 기력이 빨리 돌아와서 좋다고 해주시더라고요. 다른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는 거에 매력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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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농사도 짓고 계신데, 어떤 것들을 키우시는지 궁금해요!

현재는 밀 농사만 하고 있어요. 제 발효 리듬에 맞춰서 농사를 지으려고 해서요. 밀을 수확할 때가 6~7월 사이인데, 이때부터 누룩을 디디거든요. 그리고 디딘 누룩이 말려지면 그걸 깨서 겨울철에 수확한 햅쌀로 술을 빚어요. 이런 과정들을 거쳐야 하다 보니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농사를 짓기엔 너무 부담이 커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손해를 보더라도 밀을 좀 더 전문적으로 키워보려고요. 내년엔 여력이 되면 콩도 키워보려고요. 된장이나 간장 같은 장을 만드는데 활용할 수 있거든요. 아는 선생님에게 ‘메주 만들어주세요’ 부탁을 하려고 해도 콩은 있어야 해서요.

 

올해 밀 농사는 기대한 만큼 수확하셨나요?

밀 수확하고 나서 장마도 오고 그래서 방수포를 수확한 밀 밑에 깔아놨는데요. 습기가 다 올라와가지고, 3분의 1은 버린 것 같아요. 원래 밀을 말려서 저온 보관해야 되는데, 그런 창고 같은 공간이 없다 보니까 밀 담아놓은 포대에 벌레가 생겼어요. 밀을 땅에 심으면 벌레가 없어질 거라고 해서 일단은 다시 밭에 뿌려놨는데 괜찮아질지 모르겠네요.

 

밭은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거죠?

네, 집에서 20-30분 정도 거리에 있어요. 땅을 못 구하고 있다가 겨우 구했어요. 제가 작년에 청년 후계농 지원 사업에 선정돼서 땅을 구하는데, 남아 있는 땅이 딱 하나 있더라고요. 산 올라가는 쪽에 있어서 접근성은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오히려 주변에 뭐가 없어서 마음대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건 좋아요.

 

올해가 진짜 얼마 남지 않았는데, 2023년을 되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요?

아무래도 밀 농사가 제일 기억에 남네요. 언제 한 번은 급하게 수확하다가 밀에 눈을 찔렸거든요. 근처에 병원이 없으니까 일단 참았는데, 눈이 계속 뿌연 거예요. 그래서 급하게 병원 응급실에 갔더니 ‘우리 병원에는 안과가 없어서 처치를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다시 돌아와서 다음날 제일 일찍 연 안과에 가서 치료를 받았어요. 진짜 순간의 사고로 눈 한쪽을 잃을 뻔해서 이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이 사고 이후에 ‘안전 장비는 무조건 필요하구나!’ 생각이 들어서 바로 마련했어요.


2024년 이것만은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제 타임라인을 봤을 때, 밀 수확을 제대로 해서 누룩 디디는 거요. 올해는 밀을 키우는 건 잘했는데 수확 자체를 제대로 못했어요. 600평의 밀을 직접 손으로 수확해야 했는데, 밀밭이 예쁘다고 사진 찍고 놀다가 급하게 수확했거든요. 그래서 내년에는 부지런하게 수확해 보려고요. 요즘 밀 농사는 기계화가 다 돼 있어서 기계가 들어가는 밭을 찾아 농사를 지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내년 상반기에 전통주 관련 교육과정을 수료하거든요. 그거 끝나면 바로 준비해서 저만의 양조장을 열어볼 생각이에요. 경관 농업이랑 연결해서 생태 유기적인 양조장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렇게 농사랑 발효는 주기적으로 하는 거고, 그 사이사이에 사람들이랑 소통하는 모임도 많이 열어보려고요. 제가 만든 전통주, 요리와 함께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에 큰 그림을 그리고 이사도 했어요. 여기 바로 앞에 하천도 있고 햇빛도 잘 들어요. 특히, 봄에는 숨겨진 벚꽃 명소이고 여름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시원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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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의 삶, 청년 농업인의 삶을 꿈꾸고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요?

일단 하겠다고 하면 ‘왜 하세요?’ 이거부터 먼저 물어볼 것 같아요. 지역에서의 삶과 농사에 대해 얼마나 환상을 가지고 있는지를 안 다음에 그걸 깨는 작업부터 해야 되거든요. 이미 깨져 있다면 정말 내가 왜 시골에서 이걸 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자기 정리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지역에 살고자 한다면 사람 만나는 거를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묻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귀농귀촌한 친구들과 만나면 우리 10년, 20년 살아남아서 지역의 유지가 되자 이런 얘기를 우스갯소리로 하는데, 이게 정착해서 살려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일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정착에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와 관련해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제가 양평에 땅을 구하려고 농지은행에 가서 상담받고 있는데, 옆에 어떤 농부님이 계셨어요. 그리고 상담을 마치고 나왔는데 또 만난 거예요. 근데 그 농부님이 저한테 ‘자네 얘기 들어보니까 귀촌하고 좀 제대로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도움 될 만한 일이 있으면 내가 알아보고 연락을 줄게’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해놓고 서로 까먹고 있었는데요. 나중에 제가 밭을 계약하고 나서 마침 그 농부님이 생각나 연락을 드렸는데, 알고 보니 계약한 밭이 있는 마을의 이장님이셨던 거예요. 그래서 그 농부님이 밭을 보면서 여기에 농사지으려면 포크레인 불러서 작업해야 된다고 알려주시고, 다음날 새벽에 바로 포크레인 섭외도 도와주셨어요. 진짜 이렇게 연결이 되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인연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지역에 오기 전에 뭔가 알아보고 연을 만드는 밑 작업이 먼저 필요하다는 걸 꼭 기억하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시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양평에 관심 있는데,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잘 모르는 게 있으면 인스타 DM으로 연락 주세요! 시간 내서 얘기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니까요. 다만 답이 느릴 수는 있어요.(웃음) 양평에 오시면 이야기를 들어보고 제가 잘 아는 분야면 직접 도움 줄 수 있고, 아니면 관련 있는 다른 분들 소개해 드릴 수도 있으니까 편하게 연락주세요~
그리고 양조장을 하면 100만 술주정뱅이를 키우는 걸 목표로 해야 되는데, 저는 100명만 있어도 되거든요.(웃음) 그러니까 술 좋아하시고, 발효 좋아하시는 분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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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시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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