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작은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로컬중간지원조직





시골에서도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시골살이를 꿈꾸다가도 ‘일’을 생각하면 머뭇거려지게 됩니다.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시골에서 어떤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시골 직업 (줄여서 '당알시')? 에서는

나만 알고 싶은 요즘 시골 직업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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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지리산 이음이 만든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에서 사업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쭈이라고 합니다.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에 입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저는 계속 서울과 수도권에서 일을 해왔었는데요. 너무 숨 막혔어요. 어느 순간 ‘나도 좀 다르게 일을 하고 싶다, 나의 삶의 터전을 바꾸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죠. 그때 SNS를 통해서 지리산 산내라는 곳을 알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하는 분, 문화기획 일을 하는 분 등 마을 사람들의 SNS를 팔로우 하게 되면서 쌀 펀딩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지리산이음에서 운영한 시골살이학교에도 참여하게 되었어요. 당장 뭔가를 하기에는 어려우니 이곳에서 내가 산내에 맞는지를 한번 봐야겠다는 마음이었죠. 그게 2018년 5월이네요. 사실 그때는 취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채용 공고를 발견한 거예요. 그게 아마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이었을 텐데 제가 그때 나이가 막차였거든 요. 사실 지역에 귀촌해서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보자마자 ‘이거는 기회다! 꼭 잡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정말 앞뒤 안 가리고 지리산에 집도 없는데 이력서를 넣었죠. 심지어 그전에 하던 업무도 아니고 정말 모르는 분야였음에도 불구하고요.

 

지리산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요?

지리산 산내 마을의 분위기는 되게 독특하고 남달랐어요. 이전에 미얀마 군부 사태가 터졌을 때도 이 산골 마을에서 미얀마 군부 저항을 지지하는는 현수막이 걸리는 거예요. 그래서 뭐랄까 이 마을 분들의 삶의 가치는 조금 다르다고 느꼈어요. 작은 마을에서도 별별 일이 다 있구나 싶었죠. 그리고 실제로 마을에 재미난 분들이 많으세요. 농사를 짓다가 갑자기 풍물을 치러 간다거나, 마을에서 연극도 하시고, 1인 다역을 하세요. ‘이 마을 되게 독특하네!’ 했던 게 영향을 준 거죠 .그래서 연고도 하나 없는 곳에 단지 취업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덜컥 가게 된 거예요.

 

직장부터 주거 공간까지 바뀌니 적응이 쉽지 않았을 것 같네요.

그래도 애초에 아예 삶을 바꾸려는 열망이 있어서 괜찮았어요. 보통 삶을 바꾸려면 아예 삶의 공간을 바꿔보라고 하잖아요. 내가 서울이라는 공간에만 있으면 그 외의 것들은 상상하지 못하고 계속 이대로 살 것 같은 위기감도 들었어요. 이렇게 마음의 스위치가 딱하고 한 켜졌을 때 이 일련의 과정들이 1년 만에 어떠한 장애물 하나 없이 쭉 이어진 거예요. 브레이크가 없는 재규어 같은 차를 타고 지리산까지 쫙 가는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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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는 어떤 곳인가요?
이곳은 대부분의 지원 사업이나 공익 활동들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진 ‘변화지원조직’이에요. 지리산이음과 아름다운재단이 협력해서 지역에서부터 작은 변화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 결과 2018년에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가 시작됐어요.

 

왜 큰 변화도 아니고 작은 변화일까요?
작은 변화라는 건 나비의 날갯짓 같아요. 우리 개개인의 선한 의지와 조금이라도 좀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열망이 모여서 지역사회와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는 당장에 큰 흐름을 만들기보다는 작은 흐름들을 모아서 개천을 만들고 강을 만들고 바다를 만드는 일을 하려고 해요. 하지만 사실 작은 변화를 설명하는 일은 늘 힘드네요(웃음).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저희 지원사업은 크게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일반 공모 지원사업과 지역별 활동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람 지원사업 두 가지로 나뉘어요. 저는 지금 사람 지원사업 일을 맡고 있어요. 보통 지원사업은 프로젝트 중심으로 설계하잖아요. 그런데 이 사람지원사업이라는 건 완전히 달라요. 프로젝트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을 지원하는 거예요. 그래서 인풋과 성과에 대한 생각도 180도 바뀌어야 해요. 사람은 특정 인풋을 넣는다고 특정한 성과품이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오히려 이 사람이 어떻게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활동을 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지원해야 할 까 생각해야 했어요.

 

사람을 지원한다는 개념이 신기하네요. 조금 더 설명해주세요.
그동안 일했던 중간지원조직이나 재단에서 진행했던 지원사업들은 대부분 1년 단위였어요. 예를 들면 3월에 공고 내고, 4~5월에 심사 후 결과 발표하고, 10~11월에 결과 보고서가 나오고 정산을 하는 순서죠.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대부분의 사업을 마치고 나면 되게 많이 남아요. “A 도시에서 이런 사업을 했고, 이 사업의 수혜자는 몇이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은 뭐다”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사업은 남아도 사람이 남지 않는 거예요. 특히 지역은 사람이 되게 중요하잖아요. 역량 있는 사람 너무 소중하고 그들도 몸을 쪼개가면서 지역 내에서 정말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만약 하나의 특정 사업이 아니라 이런 한 사람을 지원하게 되면 이 지리산권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다양한 사업이 펼칠 수 있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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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권이라니. 특정 행정구역 개념일까요?
지리산권이란, 지리산 자락에 있는 구례 남원 산청 하동 함양 이 지역을 말해요. 지리는 보통 행정구역으로 나누곤 하잖아요. 하지만 사실 제가 있는 산내도 남원 시내에서는 되게 외곽에 있어요. 남원시 보다는 함양군이랑 더 가깝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함양군으로 병원, 도서관, 마트를 가게 되어요. 행정구역 관점에서 보면 경상도와 전라도라 섞이지 못할 것 같지만 실제로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행정 구역이 의미가 없어요. 그게 지역에 살면서 느낀 아이러니였어요. 정치도 tv에서 보는 것과  실생활의 미시 정치는 다르고 하잖아요. 우리는 민간 단체이기 때문에 행정 구역 분류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자 ‘지리산권’이라는 단어로 지역을 새롭게 명명했어요.

 

확실히 별개의 공동체 같은 느낌이 있네요. 그럼 사람을 선정할 때 기준이 따로 있나요.
저희가 명확하게 어떤 능력과 이력을 갖춰야 한다는 기준이 따로 있지는 않아요. 이게 되게 어렵고 제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인데요. 일반적으로 공모 지원 사업이라고 하면 어떤 기준이 딱 나오잖아요. 누구를 대상으로 어느 정도의 기간에 진행하라는 식으로 명확해요. 하지만 사람 지원은 달라요. 지역의 시민사회 활동 사이즈가 어느 정도인지, 그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등을 계속 조사를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야 하죠. 그러다보면 지역 이슈의 흐름과 그 중심에 계신 분들이 눈에 보여요. 예를 들면 지역의 작은 도서관 운동을 이 사람들이 하고 있고, 지역의 환경 운동을 이 사람이 하고 있구나 등을 알게 되죠. 그런 분들에게 저희가 제안을 해요. 사실 처음에는 그분들도 우리에게 신뢰가 없잖아요. 그래서 끊임없이 찾아뵈면서 우리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설득하고 파트너십을 맺어왔죠. 다행히도 그 분들은 지금까지도 계속 저희와 함께 논의하시고 필요한 일이 있으면 같이 모여서 회의도 하고 그렇게 지내오고 있어요.

 

주로 어떤 부분을 논의하나요?
지리산권의 여러 지역이 한 자리에 만나게 되면 오히려 서로의 지역사회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들을 더 객관적으로 이야기 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요. 어찌 됐든 같은 지역 내에 있다 보니 내 일에 대해서도 워낙 잘 알고 있어서 조금 다른 시선으로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지역이 비슷하다보니 비슷한 문제를 겪게 되는데 이때도 논의 테이블이 중요해요. 예를 들어 현재 지리산에는 산악열차 이슈가 정말 커요. 그런데 이 문제를 하동이 먼저 겪었어요. 하동군이 산악 열차를 만들겠다고 했다가 지금은 군수가 바뀌면서 일단락되었거든요. 그런데 그 문제가 이제 남원으로 넘어온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하동에서 조언을 해주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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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지원하는 일을 잘하려면 필요한 역량은 뭘까요.
뭐랄까. 역량이 딱 이거예요. 라고 말하기가 어렵네요. 처음에는 그냥 가서 밥을 한 번 같이 먹어요. 그리고 차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물꼬가 트여요. 그럴 때마다 이제 필요하신 그런 게 있을 때가 있어요. 사실 지역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되게 다양하잖아요. 그게 꼭 돈만으로는 해결이 안 될 때가 정말 많아요.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당장 해결하려고 하기 보다는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면서 그 문제에서 벗어나 다른 일을 해야 할 때도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굉장한 많은 훈련과 학습이 필요하고, 면밀하게 접근 해야 해요. 그리고 진심으로 대해야 하죠. 이분들도 되게 단박에 알아보시거든요. ‘정말 진심으로 내 이야기를 듣고 뭔가 하려고 하는 거구나’ 혹은 ‘그냥 이렇게 대충 이야기 듣고 한두 번 볼 사이구나’ 하는 것을요. 그러니 정말 진심으로 다해야 해요.

 

변화지원조직은 행정과 민간 사이의 조직이라 그렇군요!

사실 중간지원조직이라는 곳은 지자체장들의 정당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정당이 바뀌면서 기존의 모든 정책 바뀌거나 중간 지원 조직들을 없애거나 통합하는 일들이 발생해요. 이런 일들 자체가 독립성이 없기 때문에 오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매번 정권에 따라 판이 바뀌는 게 과연 괜찮은 것인가, 오히려 시민들의 세금이 낭비되는 것은 아닌가,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까 고민이 되죠. 물론 지리산작은변화센터는 민간 단체이다 보니 좀 다른 것 같기는 해요. 하지만 저희도 재단으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는 것은 내년까지예요. 저희도 다른 스텝을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 왔어요.

 

내년이라니. 진짜 얼마 안 남았네요. 지리산작은변화센터의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요?
저희는 그거 내년에 생각하려고 해요. 일단 내년까지 잘해보자. 최근에 저희가 지리산 포럼을 개최했는데, 그때 주제가 10년 후 oo이거든요. 그때도 말했어요. 지리산 이음의 10년 후는 잘 모르겠다고. 그렇지만 뭔가를 하고 있지 않을까 하고요. 사실 지금까지도 우리가 ‘이렇게 하자! 이렇게 도와줄게요!’하고 외쳐서 온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신뢰를 쌓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으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그런 모든 일련의 행동들과 과정들에는 마을과 지역 그리고, 전국 단위의 시민사회 활동가분들의 지원과 지지가 있었어요.

 

정말 앞으로도 지리산작은변화센터의 활동이 계속 됐으면 좋겠네요.
저희도 내년에 저희 센터가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앞으로 재정이나 현실적인 고민들을 생각해보려고 해요. 앞으로 어떤 형태로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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