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보리님_#4 그래도 시골에 내려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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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초보 시골생활자ㅣ티끌같은 돈을 모으는 N잡러小小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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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래도 시골에 내려오기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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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올해로 문경에 내려온 지 4년이 채워지고 있다. 계절이 언제쯤 바뀌는지, 바뀌는 계절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더 빨리 추워지고 봄은 좀 늦게 오고, 지천에 나무와 숲으로 둘러싸인 동네는 봄부터 겨울까지 매일 봐도 질리지 않을 만큼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아직도 문경에서 제대로 자리는 잡지 못했다. 당당하게 농사를 짓는다고 말 수 없는 상태이고, 책방도 올해는 오히려 손님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더 바쁘고, 하는 일도 많아졌다. 도시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많지 않아서 삶이 조금은 불안할 때도 있다. 그래서 누가 일을 하겠냐고 하면 우선한다고 이야기하고, 기회가 될 만한 것들을 찾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한다. 책방을 운영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외부로 수업을 나가고, 아주 조금 농사를 짓는다. 남편은 남편대로 누가 일을 도와달라고 하면 돈을 받고 일을 하러 가고, 집에서 하는 사과 농사일을 돕고 나와 함께 농사도 책방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시골에서 살다 보니 돈이 없어도 그럭저럭 살만하고, 불안하지만 도시에서 살 때의 불안감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그래서 시골 생활을 하고 나서 마음은 더 안정되었다. 직장을 다닐 때 보다 좀 더 적극적인 사람으로 바뀌었고, 더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하게 되었다.


나는 원래 적응이 더딘 아이였다. 그래서 새 학기도 싫어했고, 새 학년이 되면 성적도 많이 떨어졌다. 그런데 조금 천천히 적응하고 나면 친구도 잘 사귀었고, 성적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다시 올라갔다. (그러다 중학교 가면 떨어지고, 고등학교 가면 떨어지고를 반복했다. 맙소사!)


직장을 다닐 때도 새로 만나는 반 아이들과 급하게 친해지지 않으려고 했고, 그게 아이들에게는 더 잘 친해질 방법이었다. 그리고 나면 또 일 년을 잘 지냈다. 그래서 지금도 내 속도로 시골에 적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천천히 자리를 잡고, 남편과 함께 우리의 것들을 조금씩 꾸려 나가면서 살아가는 지금의 속도가 맞다.


문경에서의 네 번째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두 번째에는 잘 지을 수 있다고 장담했던 올해 콩 농사는 줄기차게 내리는 비로 시작도 못 했고, 손님이 줄어 더 이상 운영이 어려워진 책방은 폐업을 결정했다. 그렇지만 아이들 수업은 조금 늘어났고, 문경에서 만난 인연들로 또 새로운 일이 생겼다. 사과를 넣어 만들어 팔기 시작한 애플파이도 조금씩 팔리고 있다.


아직도 새로운 문경 사투리들에 적응 중이고, 어르신들이 나누는 대화 소리가 싸우시는 것 같아 몇 번을 뒤돌아보기도 한다. 매번 흐르지 않게 조심스레 모시듯 차에 태워서 나가는 음식 쓰레기가, 한참 불고 식은 포장 음식들이 익숙해지는 듯 불편하지만, 또 매일 보는 풍경에 가슴이 설레기도 한다.

 

그래도 시골에 내려오길 잘했다.

 
+다음주부터는 새로운 탐험가가 $%name%$을 찾아갈 예정이에요👏
다음 이야기도 많이 기대해주세요~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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