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의 하루 님_ #2 단계적 귀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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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창녕군민ㅣ현실적 귀촌러ㅣ브랜드 '홉튼코티지' 메이커

인스타 @hopetoun.cottage

#2 단계적 귀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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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했다고 하면 열에 여덟은 으레 시골집에 살 것이라 생각하지만 우리 부부는 현재 아파트에 살고 있다. 나름 거창한 의미를 붙이자면 '단계적 귀촌'이고, 터놓고 말하자면 혹시 모를 상황에 대한 방어책이다. 혹시 이곳에서의 생활이 맞지 않는다면 돌아가야 할 수도 있으니까. 평생을 도시에서 나고 자란 우리가 시골에서 잘 적응해 살아 가리라 마냥 장담할 수 만은 없는 일이었다. 만약의 상황 또한 고려할 줄 아는, 합리성을 따질 줄 아는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보다 통제할 수 없는 일이 훨씬 더 많음을 이제는 안다.


우리의 계획은 이렇다. 읍내 아파트에 거주하며 이 지역에서의 생활이 체화된다면 이후 좀 더 시골스러운 마을에 자리를 잡는 것. 터전의 변화에서 오는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간극을 천천히 메꿔가며 무리하지 않는 것. 어찌 됐건 우리는 농사지을 능력과 계획이 없기에 그나마 일자리가 있는 읍내에 머무는 것이 여러모로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읍내 아파트에 거주 중이다. 거짓말이 아니라, 불편한 점은 하나도 없다. 집에서 도보로 카페, 미용실, 편의점과 같은 편의시설을 충분히 누리고 있고, 자동차로 5분 정도면 텃밭과 큰 마트까지 오갈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 도시에서 살 때보다 훨씬 편리한 삶을 누리는 중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시골집에 살아 볼 기회와 타이밍을 엿보고 있다. 불편한 삶으로부터 발견하고 싶은 가치들이 있기 때문인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살아보지 않고는 판단할 수 없는 명제이기에 계속해서 꿈꿔보는 중이다. 최근에는 세컨하우스 개념으로 작은 시골집 월세를 구해보고자 둘러보는 중인데 역시나 쉽지 않다.


지인 중 월세 5만 원 시골집을 구하신 분이 계셔 자문해본 적이 있다.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가히 놀라웠다. “두 발로 열심히 뛰어 봐요.” 마을 회관을 방문해 어르신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시골 빈집을 여쭤보며 구했다는 놀라운 답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일련의 과정이 이곳에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었던 것이다. 역시 시골엔 정해진 디폴트 값이 없다. 아주 흥미로워.

 

영화 <리틀 포레스트> 주인공 김태리가 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귀촌을 꿈꾼다. 나 역시도 시골살이에 대한 낭만을 품고 이곳에 귀촌했다. 하지만 낭만이 밥을 먹여주진 않는다. 평생에 걸쳐 익숙해진 환경과 편리한 도시의 시스템을 벗어났을 때 내가 잘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검열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나는 ‘단계적 귀촌’이라는 명목하 시골 읍내 아파트에 거주하며 이곳에서의 삶에 천천히 녹아드는 중이다. 도시에선 경험해보지 못한 불편함과 어려움을 단계적으로 겪어내고 극복해야만 진정한 시골살이의 낭만을 누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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