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의 송혜교 님_#2 취업을 포기하고 깡시골에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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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 님

작가 | 홈스쿨링생활백서 대표 | 숲속의 N잡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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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취업을 포기하고 깡시골에 삽니다

내가 시골 마을에 산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되묻는다. "일자리는 어떻게 하고요?" 한창 커리어를 쌓아나갈 20대를 시골에서 보낸다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대기업들이 터를 잡고 있는 일부 지역은 괜찮겠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제대로 된 이력을 쌓고 돈을 벌만한 일자리를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래서 이 동네의 젊은이들도 도시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언제까지고 시골에만 머물 수 없으니까.


나 역시 같은 이유로 서울에 나가 살던 때가 있었다. 보증금 500에 월세 55. 공과금이나 관리비를 포함하면 매달 60만 원 훌쩍 넘는 돈이 나갔다. 이렇게 거금을 주고 세 든 방은 4평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원룸이었다. 바닥에 누워 몸을 데굴데굴 세 번 굴리면 끝나는 공간. 이 좁은 공간에서 먹고 자는 모든 일상을 다 보내야 했다. 하나뿐인 창문은 언제나 암막 커튼으로 가려두고 생활했다. 어차피 햇빛이 제대로 들지도 않을뿐더러, 창문을 열어도 보이는 건 앞 건물뿐이니까.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면 현관에서 집안의 모든 공간을 둘러볼 수 있었다. 침대 옆의 콘센트부터 싱크대 위의 국자까지. 그 모습이 너무 싫어서 나는 하릴없이 동네를 돌았다. 산책 아닌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 손을 씻으려면, 너무 좁아서 문이 다 열리지도 않는 화장실에 몸을 욱여넣어야 했다. 변기에 앉으면 양쪽 벽을 손으로 짚을 수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가끔씩 만취한 남자가 건물에 들어와 도어록을 눌러대곤 했다.


나에게 우울만을 주던 그 집에 살기 위해서 나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월급을 받아 월세와 공과금을 내고 통신비와 보험료, 주택청약까지 빠져나가고 나면 모을 수 있는 돈이 별로 없었다. 커피 한 잔을 사 먹기는커녕, 한 끼에 만 원씩 하는 밥값마저 부담스러웠다. 회사에는 도시락을 싸다녔고 주말에는 한 끼만 먹었다. 집 앞에 스타벅스가 있고 걸어서 백화점에 갈 수도 있었지만, 나는 분명히 행복하지 않았다. 그때는 '내가 돈이 없어서 그래. 돈을 더 벌어서 더 좋은 집에 가고 더 좋은 걸 먹으면 나아질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게 정답이 아니라는 걸 안다. 전세 2억 8천 짜리 투룸 신축 빌라에 살면서 점심마다 스타벅스를 한 잔씩 사 먹고 퇴근길마다 올리브영이나 와인바에 들러 몇 만 원씩 카드를 긁어댔더라도, 나는 서울에서 행복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주로 골방에 틀어박혀 글을 쓴다. 제법 열심히 쓴 덕분에 20대 중반에 총 세 권의 저서를 가진 작가가 되었다. 한 달에 두어 번 정도는 외부 기관에 회의를 나가서 정책 자문을 하고, 종종 타 지역으로 강연을 나가기도 한다. 타인의 글을 첨삭해 주거나 외부에 글을 기고하는 것도 쏠쏠한 돈벌이다. 만일에 대비하여 디자인이나 영상 편집 스킬도 배워두었다.


한창 돈을 벌고 모을 나이에 시골에서 사는 건 분명히 모험이다. 나 역시 서울에서 취업을 한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걸 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돈을 모으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내가 서울에서 열심히 돈을 모은다면, 그 목표는 분명 '양평에 집 짓고 살기'일 것이다. 나는 나의 행복을 중년까지 유예하고 싶지 않았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은 없지만, 매일 창가에 앉아 지저귀는 새들이 있다. 123층짜리 전망대는 없지만, 양평 하늘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매일 별이 뜬다. 내가 시골살이를 고집하는 건 엄청난 신념이나 대단한 욕심 때문이 아니다. 나는 그저 붐비는 2호선 대신 한적한 마당에서 내 젊음을 만끽하기로 했다. 조금 불안정하고 많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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